2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물을 사서 먹어야 한다는 말에 ‘말이 되냐?’며 한바탕 헛웃음을 짓곤 했다. 하지만 웰빙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마시는 물에도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물을 사서 마시고 있다. 지금은 날씨 또한 그러하다. 날씨를 공짜라고 생각하는 현대인에게 날씨를 파는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의 독특한 마케팅과 색다른 스토리를 소개한다.

 
 

올해 유행에 맞춰 몇십만 장의 점퍼를 만드는 의류업체 K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상기후로 가을이 짧아지고 겨울이 금세 찾아온다면 K회사의 마케팅 전략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여러 번 바뀌는 날씨와 기온이 우리와 뗄 수 없는 운명으로 삶 속에 영향을 끼쳐 마케팅 소재가 될 수 있다면? 여기 그 흔하디 흔한 날씨를 팔아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케이웨더 김동식 대표는 사람들이 생각할수조차 없는 독특한 마케팅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공짜’ 날씨를 ‘판매’하는 생소한 사업
사실 사업초기 그는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일기예보를 기상청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상정보를 당연히 ‘공짜’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날씨를 판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현대판 ‘봉이 김선달’. 하지만 그는 이 별명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식이 바람났다’는 얘기가 돌았다. 소문의 진상은 ‘동식이 웨더weather한다더라’는 말이 ‘동식이 외도한다더라’고 와전된 것이다. 그렇듯 많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는 왜 그렇게 남들이 가려고 생각지도 않는 길을 가려고 했을까?
사업을 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어릴 적부터 장차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사업을 하려면 공학적인 소양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그는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입학한다. 물론 수학과 물리학을 잘하지 못한 편이라 주변의 만류가 심했지만 적성보다 자신이 부족하고 잘 못하는 분야를 선택해서 채워야겠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작용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그는 바로 MIT에 진학하여 공학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학위를 따고 귀국하면 대학 교수자리까지 될 탄탄대로가 열려 있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뜬금없이 사업을 하겠다며 미국 경영컨설팅 회사인 Arthur D. Little(ADL)에 들어간다.
“MIT에 다닐 당시 저와도 꽤 가깝게 지내던 친구 하나가 석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공부를 포기하고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업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게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곰곰이 생각하던 끝에 ‘나도 정말 좋아하는 일에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결정하고 학업을 포기하고 경영을 선택했죠.”
그는 경영이 아닌 다른 그 무엇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경영이야말로 세상의 모습을 바꾸는 가장 창조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일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경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날씨 전도사’로 뛰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 당시 날씨라는 콘텐츠가 민간업체를 중심으로 활성화된 미국 시장을 보면서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 세상에, 날씨를 판다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지 몰라도 날씨야말로 마케팅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그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오직 기상청에서만 날씨정보를 다루고 있었는데, 외국 민간업체에게 우리나라 날씨 컨설팅을 빼앗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날씨 경영을 택한다.
한국의 경제를 위해서도 날씨 마케팅을 하고 싶었던 그의 도전 앞에 가장 힘들게 맞섰던 것은 다름 아닌 사람들의 인식이었다. 무형의 정보를 돈 주고 사는 데 대해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다. 일기예보를 제공받더라도 가격을 많이 깎거나 무료라고 생각했다. 기상청 역시 기상사업자의 사업확장을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과연 김동식 대표는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었을까? 날씨를 팔기 전에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데에 먼저 초점을 둔 그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시간을 3년이라고 정해두었다. 날씨를 이용해 성공한 마케팅 사례들을 한국에 알리기 시작했고, 직접 회사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성공사례들을 보여주고, 그 회사의 컨설팅까지 해줬다. 마케팅 업체에서는 그런 그를 ‘날씨 전도사’라고 부를 정도였다.

 
 

‘사기꾼’에서 ‘미래 예측자’로
마침내 2009년 12월 기상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키기 위한 ‘기상산업진흥법’이 시행되었다. 그때부터 국민들이나 기상청 조직 내에서도 과거보다 날씨에 대한 인식들이 많이 바뀌었다. 현재의 시장 요구를 보면 오히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객들이 기상정보나 날씨경영에 대한 수준이 높아져서 그 요구사항들을 따라가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제1호 국내 민간예보사업가로 불리는 김 대표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까지 예상한 것보다 7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지만 그는 웃으며 말한다.
“이제는 기상산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저희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습니다. 과거 사기꾼이라고 삿대질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혜안이 탁월하다며 치켜세우기도 합니다.”
한번은 어느 농촌의 청년단체가 케이웨더를 찾아왔다. 파종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던 그들에게 김동식 대표는 그 해 여름 날씨와 구체적인 농사의 종류까지 말해주면서 컨설팅을 해줬다. 6개월 후 상담을 받으며 큰 효과를 본 청년단체에서 직접 농사 지은 재료로 만든 음식과 토종술을 잔득 싸들고 와서 파티까지 열어주었다.
그의 날씨 컨설팅으로 인해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직원들과 갖는 소소한 파티에서 느끼는 행복은 지금까지 그를 날씨에 전념할 수 있게 돕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좋아한다면 결과를 미리 겁내지 말고 도전해 보라

그는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앞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지금 당장은 서툴러도 일단 어떤 일이든 해보면 어느 순간 익숙해지고 프로가 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그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말한다. ‘좋아한다면 결과를 미리 겁내지 말고 도전 해보라’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온 김동식 대표가 행복을 결정짓는 최우선의 조건은‘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 속에서 즐거움, 경쟁력 그리고 행복, 모두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지금 당장 취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막연히 두려움을 가지기보다는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전문성’과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열정’을 가지고 기회를 노리다보면 본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생기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우리 곁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지던 날씨를 사람들에게 맞춤 선물하는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그는 처음 날씨를 만났을 때처럼 설렌다. 어떤 날씨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지 또 어떤 사업 아이템이 떠오를지 항상 궁금해 한다. 다른 분야의 기업가들을 보면 더욱 더 분발해야한다는 각오와 열정으로.

 

글 | 오혜민 캠퍼스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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