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 불면증을 즐겁게 할 책과 영화들

기다리던 여름방학, 야외레저도 좋지만 학기 중 보고 싶어도 보지 못했던 책과 영화들을 마음껏 보며 교양을 쌓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마침 인기 영화들의 원작소설을 읽는 스크린셀러 붐이 일고 있다. 이들 책과 영화를 함께 읽으면 몇 배의 감동을 경험한다. 뛰어난 스토리와 감동을 선사하는 영화들은 하나같이 훌륭하고 탄탄한 원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글 | 전진영 기자   디자인 | 이가희 기자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Book 빅토르 위고 저, 총 2,400쪽(5권 세트), 민음사
Movie 드라마, 158분, 2012년 개봉

영화로 나온 것이 감사할 따름. 명작이긴 하지만 장장 5권 짜리 고전을 사전지식 없이 읽는 건 무척 암담한 일이다. 먼저 영화로 감동에 젖어든 후 스토리의 중요한 흐름과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책을 읽는다면 금방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영화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영화화한 것으로 출연진들이 라이브로 전곡을 소화했다. 그들의 독백에서 전해지는 고통과 상심, 사랑 등의 감정이 가슴깊이 들려온다. 판틴의 슬픈 독백 <I Dream a Dream>, 에포닌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On My Own>,
장발장이 코제트에게 사랑을 느끼는 <Suddenly> 등 주옥같은 음악 때문에 눈을 감고 들어도 훌륭한 명작이 됐다.


위대한 개츠비 The Great Gatsby
Book F. 스콧 피츠제럴드 저, 308쪽, 열림원
Movie 드라마/멜로, 141분, 2013년 개봉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위대한 개츠비>가 개봉한 덕분에 5월 중반부터 원작소설이 꾸준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감독은 원작의 앞뒤 내레이션까지 영화에 그대로 옮겨놓았지만 1920년대 배경을 살리지 못하고 화려한 영상미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이 강해 아쉽다.

개츠비라는 가난한 젊은 중위가 사랑하는 상류사회 여인 데이지를 찾기 위해 백만장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다시 사랑을 이루려 하지만 비극적으로 결말을 맺는다는 영화의 줄거리만으로는 영미문학 중 백미白眉라고 일컬어지는 <위대한 개츠비>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원작을 읽어야 ‘재즈시대’로 일컬어지는 화려한 시대 속에서 부유한 속물들과 한 청년의 ‘아메리칸 드림’이 비참하게 뭉개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Book 얀 마텔 저, 400쪽, 작가정신
Movie 모험/드라마, 126분, 2013년 개봉

원작소설은 <파이 이야기>로 출간됐으며, 이미 4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다.

기린, 하이에나, 오랑우탄, 벵갈호랑이와 파이라는 16세 인도 소년이 난파된 배에서 떨어져 구명보트 안에서 만났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벵갈호랑이와 파이 둘이 한바탕 싸움을 치르는 과정 속에 믿을 수 없는 그들의 여정이 펼쳐진다. 바다 위에서 경험하는 자연의 신비한 장면들이 영화에서는 경이롭고 아름답게 표현된다. 그러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난파된 배 안에 벵갈호랑이는 없었다고. 과연 소년은 누구와 싸우며 바다를 표류했을까. 인생 여정을 표현한 <파이 이야기>를 올여름 필독작으로 추천한다.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Book 비카스 스와루프 저, 455쪽, 문학동네
Movie 범죄/드라마/멜로, 120분, 2009년 개봉


영국 국왕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성격 급하고 내성적인 말더듬이 왕자 앨버트가 호주출신 평민 로그라는 언어치료사를 만나서 신뢰와 우정을 쌓다가 왕이 되어 2차 세계대전을 알리는 연설을 하기까지의 감동 적인 스토리를 담았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지만, 에드워드 8세와 조지 6세 시대의 세계정세와 2차 세계대전 발발 배경에 대한 지식을 더한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원작은 당시 왕과 로그가 주고받았던 편지나 상담내용 등을 바탕으로 하여 객관적인 전기형식으로 서술됐다.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정신적 아픔과 고통을 교감하고 긴밀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까지 발전한 과정을 가감없이 상세히 읽을 수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나는 구속되었다.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어떤 여행가이드보다 인도를 잘 소개한다. 빈민가의 먼지, 흙과 시끄러운 사람들, 무척 아름다운 타지마할, 인도사람들이 즐겨하는 크리켓 등 종교와 신분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인도만의 찬란한 매력을 쏟아낸다. 그 속에서 살았던 주인공 자말의 어린 시절과 사랑하는 여인 라티카를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이 ‘우연히’ 거대 상금이 걸린 퀴즈쇼의 답들을 알아맞히게 한다. 원작소설에서 주인공은 우연히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다양한 문제들의 답을 맞히게 되고, 훨씬 많은 인물들과 얽히고 설키며 벌어지는 사연들도 만날 수 있다.

 

시간여행자의 아내 The Time Traveler’s Wife
Book 오드리 니페네거 저, 총 812쪽(2권 세트), 살림
Movie 드라마/판타지/멜로, 107분, 2009년 개봉

원작소설은 제목처럼 시간여행자 헨리의 아내, 클레어를 초점으로 시작한다. 6살 클레어의 시간으로 36살 헨리가 찾아오기 시작하고 20살 클레어가 자신을 모르는 현실의 28살 헨리를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 헨리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지만 82세가 된 클레어에게 43살의 헨리가 시간여행을 와서 재회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반면 영화는 어린 헨리가 시간여행을 떠나는 장면부터 시작하며, 클레어를 만나고 결혼하지만 임신한 클레어의 뱃속 태아도 시간여행을 해서 유산이 계속된다. 헨리는 더 이상 아기를 갖지 말자고 하지만, 클레어는 아기를 낳고 싶다며 갈등이 두드러진다. 과연 아기의 운명은? 딸과 아내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가슴 따뜻하게 다가온다.


 
 

세 얼간이 3 Idiots
Book 체탄 바갓 저, 340쪽, 북스퀘어

평범한 집안의 하리와 아버지가 사고로 몸져누워 가장이 된 알록, 부유한 집안에 잘생기고 성적도 좋은 라이언, 세 명의 기계학도가 경쟁만 강요하는 학교에서 일탈을 감행하며 나름 즐겁게 학창시절을 보내는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

 
 
이미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원작이 심심할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란초’는 공학을 가르치기보다 점수 잘 받는 것만 가르치는 학교에서 고통하는 학생들을 위해 반란을 일으킨다. 그를 비롯한 파르한, 라주 등 세 얼간이들은 끊임없이 사건을 일으키면서도 친구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즐겁고 낭만적인 대학시절을 보낸다. “알이즈웰”이라고 연신 외쳐대는 밝은 분위기의 뮤지컬과 란초의 촌철살인 대사들은 러닝타임이 다 지나고도 귓가에 생생하다. 




킹스 스피치 The King’s Speech
Book 마크 로그, 피터 콘라디 저, 324쪽, (주)스크린셀러
Movie 드라마, 118분, 2011년 개봉


영국 국왕 조지 6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성격 급하고 내성적인 말더듬이 왕자 앨버트가 호주출신 평민 로그라는 언어치료사를 만나서 신뢰와 우정을 쌓다가 왕이 되어 2차 세계대전을 알리는 연설을 하기까지의 감동 적인 스토리를 담았다.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지만, 에드워드 8세와 조지 6세 시대의 세계정세와 2차 세계대전 발발 배경에 대한 지식을 더한다면 감동은 배가 된다. 원작은 당시 왕과 로그가 주고받았던 편지나 상담내용 등을 바탕으로 하여 객관적인 전기형식으로 서술됐다.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이 정신적 아픔과 고통을 교감하고 긴밀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까지 발전한 과정을 가감없이 상세히 읽을 수 있다.


쇼생크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Book 스티븐 킹 저, 493페이지, 황금가지
Movie 드라마, 142분, 1995년 개봉 


조금 오래된 영화지만 보고 또 봐도 명작이다. 원작소설은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탈출>로서, 유능한 은행간부였던 앤디 듀프레인이 누명을 쓰고 ‘쇼생크’라는 감옥에 들어와서 탈옥하는 과정을 동료수감자였던 레드의 눈을 통해서 재미있게 담아냈다. ‘리타 헤이워드’는 그의 탈옥에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포스터 속의 여자 모델이며, 그가 어떻게 탈옥을 준비했는지 영화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을 자세히 서술했다. 원작과 달리 영화에서 간수들은 더 악랄해지고 소장은 더 욕망이 강한 인물로 표현되어 살인까지 감행한다. 하지만 죄수들의 이야기는 한 인생으로서 안타깝게 다가오며, 앤디의 탈옥과 레드의 가석방은 기존 죄수들의 비참한 삶과 달리 새로운 미래를 예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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