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과 풍요로움은 현지에서 사귀는 친구들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환학생은 현지에 머무는 기간이 짧은 만큼 도착 후 빠른 시일 안에 적응할수록 한정된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얻고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연고자가 없는 미국에서 어떻게 친구를 만들 수 있을까?
글과 사진 | 박솔희   담당 | 김민영 기자   디자인 | 김현정 기자

     
 
 
 

정든 친구들을 한국에 남겨두고 홀로 떠나온 교환학생. 전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새로운 인간관계를 개척해 나가는 일은 막연하기만 하다. 특히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만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니, 적극적인 자세로 상대방에게 다가가 보자.
 

  

 
 

미국인 친구를 사귀는 법
미국인들은 초면에 낯을 가리는 한국인들과 달리 잘 웃고 친절해서 말을 트기 쉬운 편이다. 하지만 고민이나 사적인 이야기는 어느 정도 친해진 뒤에 나누는 게 보통이다. 미국 문화에서 나이나 결혼 여부 등의 신상 정보는 함부로 묻지 않는 것이 예의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의 대학생들끼리 어울릴 때는 크게 구애 받지 않는다. 문화적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사람 마음은 만국 공통인 법이기에, 괜한 편견을 갖거나 지나치게 조심스러울 필요도 없다.
동양 문화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의외로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가요나 드라마 등의 한류 열풍이 상상 그 이상이다. 이런 친구들에게 미국에서는 알기 어려운 한국 배우들의 동향을 얘기해주면 엄청난 흥미를 보이기도 해서,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다양한 미국 친구 사귀기
1. 룸메이트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친구는 역시 한 지붕 아래 동거 동락할 룸메이트들이다. 나는 집을 구할 때 가격이나 시설도 중요했지만 룸메이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행히 좋은 룸메이트들을 만나 미국 생활 내내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2. 교환학생 모임
각 학교 교환학생 주관 부서에서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교환학생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크고 작은 행사를 열곤 한다. 이런 모임에 자주 나가서 얼굴을 비추고 친구들에게 먼저 악수와 함께 자기소개를 건네 보도록 한다. ‘한국에서 온 성격 괜찮은 애’로 소문나서 주변에 친구들이 바글바글해지는 건 시간문제일 것.

3. 인터내셔널 하우스International House
미국에는 많은 학교에 인터내셔널 하우스, 줄여서 아이하우스I-House가 있어서 각 나라에서 온 국제학생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하우스는 대부분 대학 근처에 위치하고 학교 기관과 협력하지만 대학 부설은 아니다. 참여 대상은 교환학생이나 학부생에 국한되지 않아서 대학원생이나 졸업생도 만날 수 있다.
몇몇 학교의 경우 아이하우스 내에 국제학생 기숙사가 있어서 입주도 가능하다. 크고 작은 문화행사나 파티도 자주 열리니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면 참여해보자.

4. 수업 참여

 
 
수업 시간을 통해 친구를 만드는 것은 개인의 적극성과 수업의 형태에 달려 있다. 대형 강의에서 조용히 수업만 듣고 나간다면 친구를 사귀기란 아주 어렵다. 하지만 발표가 많은 소규모 수업이라면 자연히 발표를 들으면서 클래스메이트들의 얼굴을 익히고 서로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스터디그룹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나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덕분에 같이 공부하자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 중 한류에 관심이 많은 필리피노 아메리칸인 질리안과 친해져서 그녀의 기숙사를 자주 방문하고, 기숙사 행사에도 초대받을 정도가 되었다. 미국 학생들은 시험 전에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같이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의외로 필기도 쉽게 공유하니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다. 강의 공지가 올라오는 온라인 게시판이나 전체 이메일을 통해서 자신이 교환학생이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포함해 적극적으로 대하면 함께 공부하고자 관심을 가지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긴다.

프래터니티Fraternity와 소로리티Sorority
미국 대학 특유의 문화인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는 한국의 동아리방의 친구모임과 비슷하다. 회원제 사교클럽으로 단순히 친목을 도모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대학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원래 프래터니티는 남학생, 소로리티는 여학생들을 위한 클럽인데 보통 프래터니티라고 통칭한다. 최근에는 혼성 프래터니티Co-Ed Fraternity도 많이 있다.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에는 클럽 활동을 위한 동아리방 프래터니티 하우스가 있다. 이 프래터니티 하우스에서 회의도 하고 행사 기획과 준비, 파티를 한다. 클럽 임원들은 아예 이 하우스에서 살기도 한다. 종종 미드에서 대학생들이 교내의 어떤 집 같은 건물에서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프래터니티 하우스다.
처음엔 다른 동아리와 뭐가 다른 건가 싶었지만, 이 사교클럽 회원들의 클럽에 대한 열기는 대단했다. 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각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들은 신규 회원들을 모집한다. 특히 미국 대학의 한 해가 시작되는 가을학기에는 각 프래터니티 간에 불꽃 튀는 모집 경쟁이 일어난다. 몇몇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는 폐쇄적인 성향이 있어 교환학생은 가입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프래터니티는 교환학생도 가입은 할 수 있지만,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통과해야 하고 고된 신고식, 정회원이 되기 위한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한 학기 또는 6개월 동안 각종 행사를 준비하거나 클럽이 운영되는 데 필요한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해야 하는 등 준회원으로서 겪어야 할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 프래터니티는 술을 과하게 먹이는 등의 악습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가입하도록 하자.
미국 대학생들에게 ‘프래터니티가 뭐 하는 거냐’라고 물으면 아마 ‘파티 하는 동아리’라고 답할지 모른다. 그 정도로 프래터니티 활동 가운데는 파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프래터니티도 나름대로 성격이 달라서 비즈니스 프래터니티, 봉사 프래터니티, 기독교 프래터니티 등 중심이 되는 활동 내용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는 파티와 소풍 등 사교 활동이 주를 이룬다. 회원들끼리 매일같이 프래터니티 하우스에 모여서 술을 마시며 즐기거나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 간 교류를 한다. 프래터니티는 미국에서도 꽤나 오래된 전통이라서, 예전에는 동부 명문대의 특정 프래터니티에서 대통령이 배출됐다는 속성도 있었지만 지금은 파티 클럽의 이미지가 강하다.

개인주의가 강하고 끈끈한 인간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미국에서 프래터니티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 생활이나 동아리 생활만큼이나 진한 우정을 경험할 수 있다. 미국 학생들은 프래터니티 선배를 통해 인턴십을 소개받기도 하고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 있다.
반면 좋지 않는 점은 이리저리 끌려 다니다가 시간을 낭비하게 될 수도 있다. 제한된 교환학생 기간 동안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를 하다가 금방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는 친구들이 많다. 봉사활동과 파티를 명목으로 놀다보면 학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다. 서류심사와 인터뷰를 뚫고 프래터니티에 합격하고도 매일 이어지는 파티와 사교 모임 등의 프래터니티 활동으로 개인 시간이 너무 없다며 탈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를 하는 데는 추가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매 학기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게는 몇십만 원에 이르는 회비를 내야 하고 각종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또한 클럽 선배들의 생일이나 졸업 때 동기들끼리 돈을 모아 선물을 사 주는 경향이 있어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하다가는 한 해 백 만 원 정도가 깨지기도 한다. 

 
 

파티
미국은 파티의 나라다. 가장 손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파티일 것이다. 시끌벅적한 화려한 파티부터 소규모 하우스 파티까지 종류는 다양하다. 파티에서 친구를 만들고자 할 때는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와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거나 연락처를 주고받아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 미국 대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만큼 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실 미국에서 법적으로 음주가 가능한 나이는 만 21세이다. 미국 대학교 신입생들이 보통 만 18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아이러니한 기준이다. 만 18세가 넘으면 투표와 군 입대를 할 수 있고 심지어 담배 구입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이중 잣대가 미국 내에서도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어딜 가든 자동차로 움직이는 것이 기본인 미국에서, 10대 청소년들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한 나머지 정해진 연령인 것이다. 가게에서 주류를 구입하거나 식당에서 술을 주문할 때는 신분증 검사를 굉장히 철저하게 한다. 학생증은 인정되지 않고 운전면허증이나 여권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파티에 가기 전에 밥을 먹고
가는 게 좋다. 파티를 마치고 허기에 지친 새벽에 타코나 부리또, 햄버거나 핫도그 등을 사먹는 것도 미국 파티 문화의 일부이기도 하다. 파티는 보통 친구 몇 명이 같이 차를 타고 가게 되는데, 보통 운전할 사람인 ‘DD(Designated Driver)’를 미리 정해둔다. DD는 술을 마시지 않거나 파티 초기에 아주 조금만 마시고 같이 간 친구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다른 나라, 새로운 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서 새로운 생활을 하는 일. 다시 새내기가 된 것처럼, 어떤 친구를 만날지, 어떤 동아리에 참여할지 설레고도 걱정되는 하루하루다. 오래 입은 옷처럼 편안한 친구나 익숙한 모임은 아직 없더라도, 매 순간 즐기며 적극적인 태도로 생활해 나가다보면 나중에는 눈물 나게 그리워질 좋은 친구들을 갖게 될 것이다.

     
 
다음 회에서는 미국 마트 완전 정복! 미국에서 장을 보고 음식을 해 먹는 식생활에 대해서 알아본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