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아이엔지스토리(ingstory) 대표

5월 20일 광화문 광장에서 성년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6위인 <청춘, 거침없이 달려라>의 저자 강남구가 200명의 청소년 앞에서 특별 초대를 받아 강연을 펼쳤다. 24살 대표 강남구 씨를 상상해보면 스펙이 빵빵한 엄친아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고졸 출신인 그는 자신의 손으로 일구어 CEO의 자리까지 오른 스토리의 강자이다. 대학 강연에서도 남과 차별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낸 청춘 도전기를 들어본다.
 
글 | 김민영 기자   사진 | 홍수정 기자   디자인 | 김현정 기자

 
 
  20대를 치열하게 살아서 성취감을 얻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30대를 제멋대로 살지 않게 된다.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열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나이의 많고 적음에 있지 않고 마음가짐에 있다. 아이엔지스토리 대표 강남구 씨는 지난 몇 년의 거침없는 행보에서 한계를 정하지 않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법을 배웠다. 벌써 이곳저곳에서 특강 요청이 쇄도하고 대학을 다닌 적이 없는 그에게 대학 강연 섭외도 들어올 정도이다.

17세 청바지 사업 6개월 매출 6천만 원, 21세 티켓몬스터 최연소 팀장, 22세 그루폰의 최연소 본부장으로 스카우트, 23세 아이엔지스토리 대표이자 <청춘, 거침없이 달려라>로 최연소 베스트셀러 저자.

화려한 그의 프로필이 만들어지기 전,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는 이른 아침과도 같은 10대의 그에게도 세상이 뒤집히는 사건이 있었다.

 
세상을 향해 달리기 준비
초등학교 5학년 때 제조업 특허를 냈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감당할 수 없는 빚만 남게 되자 10대의 그는 삶의 격동기를 맞았다. 뉴스에서는 연일 사업부도로 빚을 진 사람들이 자살하는 보도가 있었다. 수십 억의 빚더미에 마냥 유쾌할 수만은 없었던 그는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가족끼리 사소한 마찰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데, 왜 돈이 없어졌다고 행복을 빼앗기는 것일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17세에 구제 청바지 장사를 시작했죠. 동대문에서 2만 원에 산 청바지를
5만 원을 받고 친구들에게 팔기 시작했어요. 3만 원의 이익이 남으면 다시 2만 원의 청바지를 사서 1부터 100까지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팔았는데 6개월 만에 6천만 원이라는 큰 이익을 얻었죠.”
청바지 사업가로 변신한 그의 미니홈피에는 하루
7천 명이 들어올 만큼 큰 인기가 있었다. 어느덧 아버지의 사업도 정상적으로 되돌아왔고 가정 형편도 예전처럼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철없던 소년 강남구가 성숙해지기에는 너무도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인생에서 고귀한 게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했던 것이다.
태생이 쾌활했던 그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교사에게 까불이라 불릴 만큼 밝고 명랑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공부는 잘하지 못했지만, 친구들의 신뢰를 받아 전교회장이 될 정도로 적극적인 소년이었다. 공부 못한 꼴통이라 불리던 학생이 학생회장이 되니 교사들 또한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교장 선생님이 하루는 그를 불러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데, 네가 한번 보여줘라.’ 하고 조언하기도 했고 그 말이 소년 강남구에게 공부의 열의를 불러일으켰다.
강남구는 그때부터 지독하게 공부했다. 6개월간 공부해서 1등급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심화반에 모인 똑똑한 친구들 틈바구니에서 그는 또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고3 졸업을 앞두고는 명문대에 원서를 넣을 만큼 실력이 늘었지만,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자 그는 미련 없이 사업을 선택했다. 그에게 절실했던 것은 액세서리 학벌이 아닌 인생 공부였기에.

▲ 15일 부천대학교에서 열린 강남구 대표의 강연. 학생들은 그의 특강을 자신의 마인드맵을 그려보는 계기로 삼았다.
▲ 15일 부천대학교에서 열린 강남구 대표의 강연. 학생들은 그의 특강을 자신의 마인드맵을 그려보는 계기로 삼았다.


추진력과 발품세일
사촌 형과 잠시 회사를 설립했던 20살 그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광고를 게재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티켓몬스터의 신형성 대표에게 최연소 영업팀장으로 스카우트됐다. 
“고졸 출신인 제가 유능한 친구들 틈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선택사항이었죠. 막상 회사에 입사해보니 사람들의 스펙이 좋고, 저와 나이 차이도 꽤 나는 훌륭한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일단 튀고 봐야 한다고 생각했죠.”
두뇌 명석하고 스펙 화려하고 스타일도 좋은 사람들 틈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사를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하려고 상대를 알건 모르건 항상 인사했기에 사람들에게 그는 인사 잘하는 청년으로 인식됐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워크숍에서는 무조건 튀고자 빨간색, 노란색 운동복만 입고 다녔다. 워크숍에서 본 빨간색 운동복을 입은 친구라는 말이 나오도록 나름 전략(?)을 짠 것이다.
하지만 실력을 키워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서 그는 어려움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소셜커머스는 50%라는 할인율을 적용해서 손님들이 값싸게 이용하도록 한 것인데 한번은 가게를 처음 연 고깃집 사장님을 찾아가서 소셜커머스를 설명했죠. 50%는 일단 할인을 해주시고, 수수료 30% 주셔야 하고, 카드 수수료는 별도이고요. 그렇게 총 83% 할인율을 적용해 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더니 사장님이 갑자기 제 얼굴에 왕소금을 확 던지셨어요. 가게 오픈 날 부정을 탄다고 화가 나신 겁니다. 엄청나게 따끔거리고 아팠어요. 예기치 못한 일이라 당황하기도 했지만 계속 찾아갔죠. 어느 날 그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데 손님들이 이것저것 찾고 사장님은 바쁘셨어요. 상황을 파악한 제가 달려가서 물 갖다 드리고 김치 갖다 드리고 시중들고 했죠. 계속 가게를 찾아가서 서빙하고 불판도 청소하니까 사장님이 광고를 승낙해 주시더라고요.”
그의 태도에 감동한 고깃집 사장님은 그가 제안한 할인쿠폰 티켓을 발행했다.
부산은 지역적 특성이 강해서 영업하기 어려운 곳으로 회사 직원들도 엄두를 내지 못한 곳이었다. 강남구 팀장은 부산에 있는 가게와 기업을 두루 찾아다니며 사람을 만났고 영업을 해내면서 협상의 기술이 머리가 아닌 발품과 마음인 것을 동료들에게 입증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한 가지 법칙을 발견했던 것.
“한 곳을 영업하는 데 적게는 60번 많게는 120번까지 방문했어요.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씩 하루 60군데를 돌면 그분들이 미안해서라도 광고를 내셨죠.”
신형성 대표가 강남구 씨를 ‘협상의 최고 달인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영업 세일즈에서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었다. 세일즈맨이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영업 인센티브를 받았다.

스물두 살 그루폰 최연소 본부장
그즈음 48개국에 진출해있는 나스닥 상장 국제 기업 그루폰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그는 좀 더 글로벌한 인재들과 함께 어깨를 겨루고 싶었다.
“대표님께도 말씀을 드렸는데 흔쾌히 승낙하셨죠. 지금도 그분은 저의 정신적 멘토로 제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 서슴없이 조언을 해주십니다.”
스카우트될 때 그는 연봉을 협상할 정도로 수완이 뛰어났다. 본부장이 되고 보니 외국어는 기본, 뛰어난 자격 조건을 가진 세계적인 인재들이 많았다. 고졸밖에 안되는 강남구 씨는 또다시 깊은 고민을 했다. 그가 자격조건으로는 능가할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그의 도전정신과 발품은 강한 무기와도 같았다. 본부장이 되어서도 나이 많은 직원들이 잘 따르지 않을 때 그는 모든 자료와 기획들을 공유하면서 신임을 얻었다.
회사에 새로운 사원을 뽑아야 하는 일에도 면접 서류만 4천 장을 넘게 본 그는 말한다.
“다 읽을 수 없을 만큼 청춘의 열의가 담긴 면접 서류를 보았어요. 하지만 누구나 좋은 학력에 스펙을 내세웁니다. 최종면접자들을 뽑아야 하는데 사람의 이야기가 비슷해 보였어요. 그런데 제 눈에 꽂힌 한 장의 종이에 적힌 사연은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아요. ‘모두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라고 적혀있는 첫줄, 그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는데 ‘모두가 갈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죠. 전라도 광주에서 서울까지 하루 만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데 주변에서 안 된다고 만류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이뤄냈다는 스토리가 담긴 이력서였어요. 읽다 보니 결국 마지막줄까지 읽었죠.”
강남구 씨는 왜 자신이 그렇게 감동받았는지 생각해보았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높은 학력과 자격조건이 아닌 남과 차별된 용기와 그것을 이뤄내려는 신념이 그의 가슴에 진한 향기를 남겼던 것이다.

 
 

청춘,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가?
본부장으로 영업활동을 하면서 강남구 씨는 또 다른 도전을 하게 된다. 조직원이 지나친 경쟁으로 서로 헐뜯지 않고,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그는 아이엔지스토리에서 자신처럼 도전하고자 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 책을 발간하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리고 청춘들에 조언하는 메시지를 담은 자신의 저서를 발간했고 강연요청이 쇄도했다. 
지난 5월 15일 부천대학교 도서관장 윤주호 건축과 교수는 교양강좌 시간에 강남구 대표를 초청했다. 윤 교수는 “어떻게 자기만의 독특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인간관계와 삶의 지혜를 배웠는지를 대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학생들에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고 학교에서 전달할 수 없는 독서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었다”며 초청한 이유를 들었다. 대학생들은 그가 입을 열자 몸짓 하나 말투 하나에도 촉각을 세웠다. ‘과연 그는 나와 무엇이 달라서 직원 700명 회사의 마케팅 본부장이 되었을까? 어디서 저런 힘이 생기는 걸까?’
학생들의 궁금증은 그를 향해 한껏 증폭되었다. 그는 친구처럼 선배처럼 현장에서 뛰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남보다 나은 것이 없어서 두 배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분명한 깃발을 꽂아야만 했던 그는 선택을 미루는 청춘에게 선택이 모여 인생을 만들며, 선택만 잘해도 아주 다른 인생을 산다고 말한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권리인 선택, 하지만 현대사회의 20대에게 불안정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고문이 되었다. 흐지부지하고 오락가락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20대, 하기 싫은 것을 미루는 20대에게 마인드맵을 그려보라 말한다. 그 자신도 대학을 포기하고 창업을 결심할 때 겪을 모든 것을 노트에 써내려갔던 것.
“대학을 가지 않았기에 받게 될 사회적 차별과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번민하고 고뇌했죠. 그리고 
5년 후 선택이 앞길에 미칠 마인드맵을 노트에 그렸어요. 중요한 선택을 할 때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눈에 보이는 곳에 써놓아요. 직업을 선택한다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인지, 나만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함인지,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함인지 곰곰이 생각해봅니다. 그렇게 목표만 뚜렷해도 선택했을 때 후회는 반으로 줄어듭니다.”
강남구 대표는 용기있는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무의식 중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을 직업으로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억대 연봉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과거 강남구 대표는 회사에서 억대 연봉을 받고, 비서를 데리고 다니며, 호텔생활만 1년을 넘게 했다. 하지만 고액연봉의 조직생활을 박차고 나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면에 귀기울여 가슴이 이끄는 일을 했다. 그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사람들을 서로 소개시켜주기를 좋아하는 자신의 성향을 살려서 ingstory를 창업했다. 그는 지금도 남과 다른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강연을 다니고,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경영가로서 목표를 세우고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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