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배우면서 멋진 아이템 완성시키죠!"

2005년 출범해 9개의 기기를 발명하고 그 중 8개를 시제품으로 만들어낸 연세대학교 창업발명 동아리 Y-Media. 공모전과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40여 회 수상하고, 2010년 중소기업청 지정 우수 창업동아리로 선정된 실력파다.
발군의 실력을 뽐내는 그들의 비결이 궁금해 동아리방을 찾았다.
글 | 배효지 기자   사진 | 홍수정 기자   디자인 | 김현정 기자

▲ 오른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윤소빈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2), 윤성은 (의공학부 3), 정예린 (시각디자인학과 3), 하진석 (의공학부 3) / 시제품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울
▲ 오른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윤소빈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2), 윤성은 (의공학부 3), 정예린 (시각디자인학과 3), 하진석 (의공학부 3) / 시제품 :시각장애인을 위한 거울
 
시각장애인을 위한 색 판독기, 젖몸살 완화를 위한 기능성 유축기, 수술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녹화 및 감독하고 이를 전자차트에 추가시켜 주는 시스템인 U-Operation 등 다양한 기기를 발명한 연세대학교 창업발명 동아리 Y-Media. 창의적 아이템으로 창업경진대회와 공모전에서 40여 회 수상했으며, 특히 다기능 태양광 파라솔은 친환경에너지를 실생활에 적용한 아이디어 제품으로 뉴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만든 것이라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기발하고 우수한 아이템을 만들어낸 그들의 실력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아이디어 도출부터 사업 진행까지
16명의 Y-Media 멤버들은 매주 두 시간씩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회의주제는 최근의 창업 트렌드나 주목받고 있는 기술, 평소 생활하며 불편하다고 느꼈던 점 등이다. 그리고 각각의 주제로 마인드맵을 만드는데, 주제를 보며 떠오르는 사업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적어서 붙이는 식이다. 사업 아이디어 중 저마다 가장 참신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 세 개에 스티커를 붙여 투표를 한다. 스티커를 가장 많이 받은 아이디어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그 과정에서 유사모델이 있는지, 진행이 가능한 아이디어인지를 판단하여 최종 아이템을 선정한다. 아이템이 선정되면 역할에 따라 네 팀으로 나누어 각자 맡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R&D 팀은 선정된 아이템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을 찾고 이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연구한다. 마케팅 팀은 목표시장을 분석하고, 재무계획을 수립하며,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디자인 팀은 목업mock-up작업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장 편리하고 효율적인 디자인을 연구한다. 프로그래밍 팀은 IT 분야와 관련된 아이템일 경우에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다. 선정된 아이템은 자체적으로 개발하기도 하지만, 기술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외주를 통해 시제품을 제작한다.
이렇게 완성된 시제품으로 뜻이 맞는 멤버들이 모여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현재 창업한 선배는 5명, 물론 창업을 준비 중인 선배도 있다. 그 중 한 선배는 창업을 해서 자신이 개발한 아이템을 팔다가, 지금은 응급의학과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사업과 공부를 병행 중이다. 낮에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딱 맞는 의료기기들을 만들지 연구하는 한편, 밤에는 낮에 연구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기기를 만들고 있다.

▲ 그동안 공을 들여 만든 시제품들을 전시, 소개했던 2012 산학연협력 EXPO에서.
▲ 그동안 공을 들여 만든 시제품들을 전시, 소개했던 2012 산학연협력 EXPO에서.

세상 바라보는 능력 키우기
Y-Media는 아이템을 발명하고 개발하는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 관련 컨퍼런스도 주관하고, 해외 창업관련 워크숍에 참여하는 등의 네트워킹 활동도 하고 있다.
Y-Media 회장인 경영정보학과 4학년 손균우 씨는 창업가가 되기를 꿈꾼다면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창업가는 세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능력까지 갖춰야 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연구에만 매달리거나 인터넷 검색만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해 봐야 합니다. 동아리 멤버들과 함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한 사람과의 관계가 어떻게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작년에는 창업세미나 ‘Link & Sync’를 개최하여 벤처기업협의회 이민화 명예회장, 카카오톡 박용후 전략고문, 양효석 박사를 연사로 초청해 강연을 들으면서 현실을 넘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또 학생들끼리 서로 창업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를 진단해보고, 서로 연락처를 공유하면서 조언도 나누었다.

▲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2012 MIT 글로벌 창업 워크숍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2012 MIT 글로벌 창업 워크숍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
여러 공모전과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며 받은 상금을 모아 중국 상하이, 싱가폴, 미국 실리콘밸리 등으로 해외탐방을 떠났다. 해외의 벤처기업가들을 만나 비슷한 아이디어를 다른 문화적 환경에서 어떻게 창업과 연결시키는지 살펴보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미국에서는 코트라 실리콘밸리의 하영철 소장, 스탠포드 창업동아리 BASES의 원종혁 부회장 등을 만났다. 세상의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지녔기에 명사들과 단순히 명함을 주고받는 형식적 만남이 아닌, 실질적으로 대화,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구글, 애플, 아마존닷컴 등의 IT 기업을 돌아보며 ‘잘 갖추어진 시스템 속에서는 억압을 받는 게 아니라 자유로우며 생각의 전환도 원활히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Y-Media는 2012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MIT 글로벌 창업 워크숍MIT-GSW에도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특히 회장인 손균우 씨는 MIT-GSW 참가를 통해 ‘내가 아닌, 사회를 위해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누구를 위해, 어떠한 목적으로 창업을 하는지, 비전은 무엇인지를 새롭게 정리했다고 한다.
“그때가 제 인생에 있어 두 번째 전환점이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가 될 수 있었죠. 당시 기조연설자 중 한 명이었던 이크발 콰디어Iqbal Quadir 교수는 ‘어떻게 방글라데시의 빈곤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창업을 하였고, 이스라엘에서 온 어느 친구는 이스라엘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분들을 만나면서 저도 세상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단단한 협력을 통해 얻는 좋은 성과
Y-Media 동아리원은 서로 의견 대립이 전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서로 배우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는다. Y-Media의 뛰어난 실력은 곧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동아리원들의 뛰어난 팀웍이 아닐까. 한 사람, 한 사람은 제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모르는 점도 많고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의공학부 3학년 하진석 씨는 무슨 문제든 서로 협력하고 도우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는 그다지 할 줄 아는 게 없지만, 디자인은 시각디자인학과 친구가 잘하고, 시장 조사를 하고 사업 계획서를 쓰는 것은 경영대 친구들이 잘합니다. 제가 못하는 일들을 잘 처리하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 존경스러워서 ‘너 진짜 대단하다’고 말해줘요.”
Y-Media는 네 팀으로 나뉘어져 활동하지만, 자신이 속한 팀의 일뿐만 아니라 다른 팀이 할 일도 도와주는 등 각자의 업무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모든 분야를 두루 배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렇게 서로 협력하고 배우는 탄탄한 팀웍을 거쳐 모두에게 인정받는 기발하고 멋진 제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매주 두 시간의 회의 외에도 멤버들은 자율적으로 활동을 한다. 회의가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일부러 시간을 쪼개 동아리 방을 찾는다. 고민하고 열과 성을 다해서 아이템을 개발하고 그 우수성을 대회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검증받고 싶어서 작품 완성에 더욱 매진하는 것이다.

▲ 왼쪽부터 U-Operation,시각장애인을 위한 색 판독기,젖몸살 완화를 위한 기능성 유축기.
▲ 왼쪽부터 U-Operation,시각장애인을 위한 색 판독기,젖몸살 완화를 위한 기능성 유축기.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현실에 적용하는 훈련

동아리 활동에 열정적인 Y-Media 멤버들은 학점 또한 우수하다. Y-Media는 출발부터가 의공학부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이 전공지식을 활용해 발명과 창업을 하기로 하고  뜻이 맞는 학생들이 모여 결성한 동아리다. 그렇기에 지금도 많은 멤버들이 의공학부 전공자이며, 지금까지 개발된 아이템들 또한 의공학 분야의 이론과 기술들이 많이 구현되어 있다. 결국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절로 전공 공부도 되는 셈이다.
하진석 씨는 Y-Media 활동이야말로 전공 공부를 하며 배운 이론을 자신의 아이디어에 적용하고, 나아가 실전에 사용가능한 기술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지식을 머릿속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실제로 구현시키는 것이야말로 Y-Media 활동의 큰 장점입니다. 젖몸살 완화를 위한 기능성 유축기의 경우 안마를 위한 흡입센서, 그 타이밍을 조절하는 타이머, 온열기능을 담당하는 온열부, 그리고 전체를 제어하는 제어부 등을 구현하면서 배운 이론을 재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어떤 목표가 주어져도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기에 이들은 동아리 활동 실적도 좋고, 학점 관리도 잘한다. 그렇기에 Y-Media는 경쟁률이 높은 인기 동아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Y-Media는 공모전, 창업경진대회에서 뛰어난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동아리 멤버들은 마치 2000년대의 벤처 버블처럼 이 동아리도 한순간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현재 청년창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들이 있음에도 이에 기대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적인 창업을 한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멤버들이 함께 간단한 창업을 경험해보고, 실제 창업팀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 또 실제 창업을 한 선배나 기업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동기부여를 얻고 또 자신의 아이템에 대해 냉정한 평가도 받으려고 한다.

무슨 일이든 협력하고, 배우며, 열정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Y-Media 팀원들. 이들이 사회와 미래를 위한 창업을 꿈꾸기에 대한민국의 발전이 기대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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