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중고등학교 친구는 진짜이고 대학 친구는 가짜’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친구들과 함께 수강신청하고 수업을 듣고 점심도 먹지만 정작 여름방학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이 연락을 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죠. 2학기에 친구를 다시 만나 수업을 같이 들어도 바쁘다는 핑계로 내빼는 경우도 많죠. 고등학교 친구와는 막역한 사이로 지금껏 연락하면서 지내는데 왜 대학 친구와는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가 될 수밖에 없을까요?
1학기를 정리하는 6월, 한 학기 동안 친구들과 관계는 만족했는지, 그렇지 못했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번 호 기획 특집에서는 캠퍼스 안에서 친구 관계에 대한 불편한 진실의 속내를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취재 | 조민지, 이다혜 캠퍼스 리포터    담당 | 김민영 기자
일러스트 | 이가희 기자   인물사진 | 배효지 기자    
디자인 | 김현주 캠퍼스 디자이너

 
 

대학생활, 진짜 힘든 이유?!
 취재 | 조민지 캠퍼스 리포터

 
 
캠퍼스 종강의 달 6월이다. 벌써 한 학기가 휘리릭~ 지나가고 있다.
“우리 밥 한번 먹자!”고 인사했던 친구와 아직 약속도 못 잡았는데 벌써 한 학기를 마친다. 뭔가 아쉽고 찜찜하다.
팀플 하면서 추가된 전화번호도 많고, 새롭게 알게 된 선후배도 꽤 있고, 같이 수업 들으면서 매일 보다시피 한 과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중에 지금 내가 가진 고민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없다. 방학에도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낼 것 같은 친구가 없다. 이러다가 9월이 오면 나도 모르게 또 밥 한 번만 먹자며 인사만 하는 건 아닐지.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왜 대학 친구들과는 좀 더 가깝게 속 깊은 우정을 쌓기 어려운 걸까?’ 대학에 와서 많은 친구를 만나지만 뭔가 허전한 내 마음. 아쉽지만 그냥 묻어두는 고민. 우리 모두 한 번쯤은 해봤을 대학생활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책장 정리하듯 꺼내놓고 정리해보자. 




대학교 친구관계, 고민

M양의 고민
‘혼자’가 편해지고 있어요.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혼자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지 못했어요.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을 때면 아예 굶는 걸 택했죠. 그런데 3학년이 된 지금은 그냥 덤덤하게 혼자 밥을 먹고 아는 사람
 
 
없이 듣는 독강도 여러 개예요. 이제 이런 생활이 훨씬 편하거든요. 과제, 학과 공부, 동아리 등등 할 일은 많은데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로 시간이 그냥 흘러갈 때가 많아요. 대학에 와서 3년째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관심사가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르다 보니 속 깊은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한번은 제가 고민을 털어놓았던 적이 있는데 서로 상황이 다르다 보니 공감대도 잘 형성되지 않고 왠지 속이 빈 것 같은 위로로만 그치는 걸 보면서 이제는 그런 얘기는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대학 친구가 오래된 단짝처럼 편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 같아요.



 
 
S양의 고민
학기 중에는 친구, 방학 때는 남.

친구와 같이 수업을 듣고 밥도 먹고 학교 앞에서 쇼핑도 하고 같이 팀별 과제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한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니 서로 연락이 없어요. 각자 방학을 보내고 수강 신청을 할 때가 돼서야 방학은 잘 보냈느냐, 수업 같이 듣자고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입시 준비 때문에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잠자는 시간 빼고는 친구들과 거의 모든 생활을 함께했죠. 학기 중에는 같이 다니고 밥도 먹곤 하지만 속은 너무 외로운데 겉으로만 밝은 척하는 제 모습이 너무 싫어요.



J양의 고민
‘진짜 친구는 고등학교 때까지 뿐이다.’라는  어른들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같은 학교, 같은 과, 몇 개 겹치는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이 있지만 ‘우정’이란 단어는 대학친구 관계에 있어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아요. 제 탓도 해보았지만 결국 피상적이고 개인주의 현상이라며 저도 현실에 순응해버렸어요. 학교에서 얼굴 보고, 밥 먹고, 과제 얘기만 할 뿐, 학교 외의 시간이나 주말에는 연락을 잘 하지 않아요. 가끔 만나도 나누는 얘기는 연예인이나 뉴스, 화장품, 옷, 연애 등등 가십거리예요. 마음 속 깊은 이야기나 진로 고민 등 진지한 이야기도 마음을 터놓고 싶어
 
 
도 쉽지 않네요.
과 친구, 선배, 후배 연락처는 100개가 넘지만 정작 힘들 때나 위로 받고 싶을 때 딱히 연락할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씁쓸한 현실이에요. 개인 간의 문제를 떠나 사회의 분위기와 구조적인 문제도 얽혀 있어서 이런 현상은 쉽게 풀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K양의 고민
‘친구따라 강남’ 가야 하나요?

처음 대학교에 들어와서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친구를 사귀었어요. 노는 걸 무척 좋아하는 친구들이죠. 그런 친구들과 수업도 같이 듣고 밥도 같이 먹으면서 더욱 친해졌지만, 돈 없다고 징징거리면서도 클럽, 나이트를 전전하는 친구들이 점점 짜증스러웠어요. 나는 가기 싫은데도 ‘필요할 때만 친구를 찾느냐’는 친구들의 말에 뭐라 할 말이 없죠. 이 친구들이 아니면 학교생활을 혼자 해야 하고, 밥도 혼자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녔지만 결국 친구들에게 절교를 선언했어요. 친구 없이 혼자 학교를 다니게 되니 너무 속 시원하고 오히려 행복할 정도인데 제가 이상한 건가요?


활기차고  보람된 대학생활은?

 
 
앞의 사례들을 보면 ‘오래된 단짝 친구’ 같은 자신이 원하는 친구 상이 있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친구라는 기준을 설정해 놓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까 실망을 합니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는 어떠하면 좋겠다고 자신의 입장에서 이미 수준을 정해놓고 있다면 그 기대수준을 맞춰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란 쉽지 않죠. 

 





대학교는 엄연히 고등학교와 인맥이 다르다

대학교의 인간관계는 고등학교 때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고등학교는 주어진 학급 구성원끼리 한 반이 되고 결속력이 형성되죠. 가입과 탈퇴를 내 의사대로 선택할 수가 없습니다. 그에 반해 대학교는 전공에 따라
‘과’라는 단위가 있지만, 고등학교 때만큼의 결속력이 형성되지는 않습니다. 가입과 탈퇴에도 자유가 있고요. 그래서 같은 과니까 당연히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고정된 틀로 바라보면 금방 실망을 하게 되죠.
‘대학교에서도 단짝을 사귀고 싶은데 왜 안되지?’ 이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와 대학교는 엄
 
 
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런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활동의 장이 넓어진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게 되니까요. 협소하게 한정되어 있던 친구라는 범위를 확장시킬 수가 있죠.
친구란 ‘같은 연령대, 같은 학교, 같은 과’ 이런 환경에서만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우연한 기회에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곳에서 ‘나이, 하는 일’을 떠나 진실한 친구를 얻게 되기도 하죠. 중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대학생이 되면 활동범위나 생각도 넓어지고 기회도 훨씬 많아집니다. 다양한 모임이나 활동에 참여하며, 다양한 시각으로 친구라는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다는 거지요.



 
 
먼저 상대를 살펴라
평소 남들에게 잘하지 않는 이야기를 고민하다가 어렵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는데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던가, 상대방은 나에게 자신의 비밀이나 고민을 털어놓지 않을 경우라도 ‘이것 봐, 이런 얘기는 남들한테 하는 게 아니야!’, ‘역시 얘랑은 진솔한 이야기는 안 돼’ 이렇게 성급하게 판단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도 나만큼 마음을 열고 이야기들을 터놓고 해주면 좋겠고 또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내 마음을 위로도 해주면 좋겠지만, 먼저 상대방이 이런 속 깊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상대방 입장은 생각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오해하고 혼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많죠. 해도 괜찮을지 망설여지는 이야기라면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우리의 대화가 어느 정도 오픈이 되어있는지 먼저 파악을 하고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나쁜 쪽으로 결론을 내리면 오해를 빚기 쉽습니다. 좋은 관계 유지에 필요한 태도 중의 하나가 최대한 관계를 좋게 맺을 수 있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죠. 상대방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 생각이 있기 때문에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속단해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서로의 입장에 서서 배려하라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무리하게 친구와 취미&기호를 맞추려고 노력을 하는 경우, 일방적인 희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건 오래가지 못하죠. 예를 들어 술이나 담배 혹은 이 사례처럼 친구들이 좋아하는 유흥을 억지로 따라 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자기 뜻을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친구들이 이런 부분에 뜻을 존중해주고 수용해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수용이 안 되는 친구들이라면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인간관계는 서로를 위한 배려와 끊임없는 노력이 양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나만 배려해주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 편하게 여기는 것, 힘들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배려해주고 존중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대학교에 와서 편하게 얘기하고, 같이 밥도 먹고, 대화도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대학생활 동안 그런 친구를 한두 명 정도는 만들고 싶다.’ 이런 현실적인 기준을 가져야 실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인간관계를 계속 맺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실적인 기대수준을 책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 나는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모든 인간관계는 일단 설정이 되면 싸우기도 하고 흠집이 나기도 하죠.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단단해지기도 하고요. 대학생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한두 번의 실패로 모든 대학 친구들을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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