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개의 광고 공모전에 참여하며 밀도 있는 대학생활을 했던 오진식 씨. 이제 신입 광고인이 된 그는 사회에 도움을 주는 광고를 디자인 하려고 한다. 끊임없이 생각의 파편들을 모으고 관념을 깨뜨리며 자신을 훈련해나가는 그에게서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 2012년 하반기 미국 광고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우유에 찍어먹는 과자라는 이미지가 명확한 오레오를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이미지로 새롭게 바꾸었다. 신선함을 높이 평가받았다.
▲ 2012년 하반기 미국 광고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우유에 찍어먹는 과자라는 이미지가 명확한 오레오를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라는 이미지로 새롭게 바꾸었다. 신선함을 높이 평가받았다.
 도전하면 얻는다
광고인 오진식 씨는 중학생 때부터 생명공학도가 되고 싶었다. 몸이 많이 아파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던 그는 고통스럽게 죽지 않는 법을 연구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 꿈을 따라 부경대학교 생명공학과에 들어갔다. 그러나 학교에서 생명공학과 관련된 수업보다는 교양 중심으로 수업을 가르쳐 그는 큰 실망과 혼란을 느꼈다. 전공과목 공부에 대한 목적이 희미해지자 자연히 성적도 떨어졌다.
이러다가 자신이 자칫 평범한 대학생이 되겠다고 우려한 그는 터닝할 수 있는 제2의 재능을 찾았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자며 공모전이나 대외 활동을 시작했고, 자비를 들여서 해외봉사도 갔다.
그러다 마케팅 대외 활동 중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Student Partner’에 참여하며 마케팅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생각으로 사람을 움직인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후에도 그는 끊임없이 독학을 해서 마케팅 공모전 응모를 준비하던 중 우연히 한 편의 광고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종이 한 장에 연필 한 획을 긋는 것으로 끝난 광고. 우연히 본 그 광고는 그를 국내 광고제부터 국제 광고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광고 공모전에 참가하게 만들었다. 광고인으로서 첫 출발을 하게 된 셈이었다. 그는 대학생활을 하면서 경험의 파편들을 많이 모으려고 했다. 경험의 파편은 끊임없는 도전에서부터 시작됐고, 도전했기에 수상도 많이 하고 광고인이 되는 기회도 찾아왔다. 또한, TEDxPNU, 부산광역시 북부교육청, 해운대구청, UNIV EXPO 부산에서 초청강연도 했다.

광고 공모전, 잇따른 수상
오진식 씨가 속했던 5인의 팀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그들이 국내 대학생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제 광고제에서 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참여해 수상했던 클리오 광고제와 원쇼 광고제는 세계 3대 광고제였다. 2011년 4월 클리오 광고제에는 두 작품을 출품해 각각 은상, 동상을 수상했다. 먼 미래에 수상할 목표로 시작했는데, 갑작스럽게 목표를 달성해버린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에이터들에게서 인정을 받은 것 자체가 감동이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짜릿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었다.
2012년 상반기 미국 광고제에는 개 사료 광고를 출품했다. 기획부터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 걸린 시간이 3시간뿐이었지만 결과는 은상 수상이었다. 보통 작품 하나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달 남짓이니, 그것에 비하면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터득한 성과였다. ‘광고 마감 시간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신념이 생겼다.
광고 공모전에 도전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부족한 광고초짜였지만, 그는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었다. 굳이 손을 많이 쓰지 않고, 단순하게 작업하더라도 파급력이 있는 메시지를 만드는 것이다.
“연필로 획 하나 그은 단순한 한 장의 광고가 제게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어요. 그때부터 광고는 엣지 있고 함축성 있게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2012년 미국 광고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오레오’ 작품도 별 기술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고생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관념을 완전히 깨트린 거죠.”

▲ 1. 2012년 상반기 미국 광고제에서 은상은 수상한 개사료 광고.2. 2011년 4월 클리오 광고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아이들에게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달라’는 메시지. 3. 2011년 4월 클리오 광고제 은상을 수상한 ‘미백효과가 강력한 치약’.
▲ 1. 2012년 상반기 미국 광고제에서 은상은 수상한 개사료 광고.2. 2011년 4월 클리오 광고제에서 동상을 수상한 ‘아이들에게 식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달라’는 메시지. 3. 2011년 4월 클리오 광고제 은상을 수상한 ‘미백효과가 강력한 치약’.

▲ 항상 수첩 두 개를 들고 다닌다.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를, 하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용도다.
▲ 항상 수첩 두 개를 들고 다닌다.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를, 하나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용도다.

백지장 하나 차이
광고를 만드는 것처럼 창의력이 요구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이 아니다. 단지 그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끄집어 내고, 다른 관점으로 보는 눈을 가졌다. 결국, 광고인과 일반인은 백지장 하나 차이인 것이다. 그러면 관념을 깨트리며,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오진식 씨는 평소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그는 항상 수첩 두 개를 들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 생각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수첩을 들고 다녀요. ‘인상적이었으니 언젠가는 기억을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떠오르지 않아서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한 수첩에는 주로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그 문장에서 떠올랐던 영상을 주로 메모한다. 또 다른 하나에는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 연상 이미지들을 메모한다. 그렇게 메모한 것을 나중에 다시 보면 여전히 좋은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메모들을 버리지 않고 계속 모아 둔다. 불필요한 것들을 모아놓았다 하더라도 이것이 언젠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습관은 삶 속에서 이방인처럼 낯설게 사는 것이다. “한국사람 눈에는 프랑스 거리 바닥에 붙어 있는 껌 하나도 예술처럼 보여요. 한국 사람이 프랑스에서는 이방인이잖아요. 그러다보니 낯설지만 아름다워 보이고, 특별함이 보이는 거예요. 반면에 그곳에 익숙한 프랑스 사람 눈에는 특별함이 보이지 않아요. 우리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보고 사진찍으면 그들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과 같죠.” 

▲ 2011 넥슨 글로벌인턴쉽 사업기획 부문에서 최종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과.
▲ 2011 넥슨 글로벌인턴쉽 사업기획 부문에서 최종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들과.

팀웍이 중요한 광고 작업
공모전을 계기로 그는 롯데그룹 계열사인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에 인턴이 됐고, 지금은 정식 입사하여 4개월이 지났다. 광고회사는 인쇄 광고, TV광고만 만들어내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관련된 모든 일을 한다.
대홍기획에서는 기획과 전략 방향을 짜는 기획팀Account Solution Team이 있고, 기획팀이 짠 컨셉을 살려주는 제작팀Creative Solution Team이 있다. 이 두 팀이 만나서 광고를 만들어 낸다. 팀웍이 매우 중요하며, 이 두 팀은 함께 회의도 자주 한다. 그 외에 부가적인 일을 하는 플래닝 팀, 매체팀, 마케팅 팀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팀 중에서 오진식 씨는 캠페인 플래닝 팀에 속해 있다. 주로 소비자의 관심거리를 파악하고, 조사한 것을 바탕으로 제품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또 제품이 어떤 컨셉으로 가야하는가, 어느 방향이 전략적인가를 고민한다. 
그는 생각하는 과정이 힘들어 늘 한계에 부딪치고 슬럼프를 겪는다고 한다. 또한 이 때문에 신입사원으로서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더욱 실감한다고 한다. 슬럼프를 극복하는 지혜를 얻기 위해 그는 광고 콜렉션 사이트인 ‘The Ads of the World’를 자주 방문하며 주말이면 광고관련 서적이나 작품집, 시집 등을 보기 위해 서점을 찾는다. 영화 하나를 보더라도 하나의 장면에서 영감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세상은 인내심이 가장 강한 사람에게 자기가 미처 보여 주지 않았던 것을 보여준다’는 카를 폰 프리슈의 말을 새기며 인내하고 배우며, 경험의 파편들을 축적시켜나가려고 한다. 
  
자신의 다섯 손가락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그는 이제 광고를 활용해 사회에 도움을 주기 위해 고민 중이다. 친구와의 우정을 확인할 수 있는 코카콜라 광고나 쓰러져가는 나무를 살리기 위해 종이 출력이 되지 않는 파일을 만드는 환경보호 단체 WWF의 광고 같은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작은 경험의 파편들을 모아서 세계적인 광고제에서 수상했던 오진식 씨는 이제 광고인으로,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었다. 앞으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세상에 환원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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