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최고의 특권, 교환학생 완전정복

 
 
일단 미국에 도착은 했는데! 손 닿는 곳에 없으면 못 살던 통신수단인 휴대폰도, 앞으로 반년 간 머물 집도, 은행계좌도 신분증도 아무것도 없었다. 뜨내기 외국인 티 팍팍 내며 벙찐 하루를 보내고, 빌린 자전거를 타고 휴대폰부터 개통하러 나섰다. 좌충우돌 박솔희 씨의 두 번째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한다.

 
 
현지 휴대폰 개통하기
새로운 땅 미국에서 뭐라도 하려면 일단 현지 휴대폰이 있어야 한다. 새 휴대폰 개통 전까지 임시로만 쓴다고 해도 쓰던 폰을 해외로밍해서 사용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정지하는 것이 좋다. 미국에서는 자주 눈에 띄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낫다. 미국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개통하는 일도 전혀 어렵지 않으니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가까운 휴대폰 대리점이나 전자제품가게에 방문해서 손쉽게 휴대폰을 만들 수 있다. 이왕이면 통신사 직영 대리점에서 개통하는 편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다. 직원들이 요금제나 규정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통신사가 굉장히 많은데, 가장 널리 쓰는 곳은 에이티앤티AT&T, 티모바일T-mobile, 버라이즌Verizon, 부스트모바일Boostmobile 이렇게 네 곳 정도다.
교환학생들이 쓰기 편리한 것은 매달 요금을 미리 충전해서 쓰는 선불전화(Prepaid Phone 혹은 Pay-as-you-go Phone). AT&T에서 저렴한 요금제plan를 제공하는데, 한 달에 25달러이면 국내통화 250분에 문자가 무제한이다. 한 달에 50달러이면 통화와 문자 모두 무제한이다. 한 달에 통화가 250분이면 얼핏 충분할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전화를 걸 때뿐 아니라 받을 때, 문자를 보낼 때뿐 아니라 받을 때도 돈이 들기 때문에 얼마 쓴 것 같지도 않은데 무료통화량이 다 떨어지기 일쑤다. 또한 요금제를 다 쓰고 나서 추가로 충전해서 쓰는 통화는 요금이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결국 한 달에 50불이 넘게 들어가는 수도 있다. 요금제는 AT&T 플라자를 방문하면 쉽게 바꿀 수 있으니 필요에 따라 변경하자.
기계는 아직도 이런 휴대폰이 나오는 게 신기할 정도인 9.99달러(11,000원)짜리 피처폰에서 최신 스마트폰까지 다양하다.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을 그대로 쓰고 싶으면 미리 컨트리락country lock을 해제하고 무상 제공되는 심카드SIM-card만 새로 끼우면 된다.

▲ 미국에서 머물던 기숙사
▲ 미국에서 머물던 기숙사

기숙사 입사하기
미국 학교의 기숙사는 대개 1~3인실로 이루어진다. 방 안에는 수납공간과 침대, 책상, 냉장고 정도가 있고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통으로 쓰는 것이 보통이다. 출국 전 기숙사 입사가 결정되어 있다면 여러 조건의 집을 따져 보고 고민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다만 생활 여건에 비해 기숙사비가 무척 비싼 경우가 많다.
한국 대학에 과 문화가 있다면, 미국 대학에는 기숙사 문화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국에서는 기숙사별로 잘 뭉치고 각 기숙사에서 주관하는 행사도 많다. 또한 한국에서 공강 시간에 과방이나 동아리방에 가듯이, 미국 대학생은 건물이나 층별로 있는 라운지에 모여든다. 이곳에서 같이 공부를 하거나 음악을 듣고 떠들면서 노는 등 다양하게 어울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이므로, 기숙사에 살게 된다면 방 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라운지에 자주 나가서 인사를 건네고 어울릴 것.

▲ 미국에서 머물던 집
▲ 미국에서 머물던 집

홈스테이 가정 입주하기
홈스테이를 하기로 미리 결정하고 미국에 도착하는 경우 대개 홈스테이 가정에서 공항까지 픽업을 나와 준다. 홈스테이 비용은 주거와 식사, 차량 이용비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홈스테이 가족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함께 집까지 이동한다. 앞으로 함께 생활할 가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친근하게 대하도록 하자. 홈스테이 가정과의 관계는 서로 하기 나름인데, 친절한 가정을 만나는 경우 인근 관광지를 구경시켜주기도 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돌본다는 생각보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호스트 가정도 있기 마련이어서,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홈스테이는 보통 월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빨리 집을 옮기는 게 낫다.

▲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전원주택
▲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전원주택
집 계약하기
기숙사나 홈스테이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직접 살 집을 알아보아야 한다. 본인의 안목과 운에 따라서 주거비를 절약하고 색다른 현지 생활을 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지역별 크레이그리스트Craigs List나 유룹Uloop, 한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미리 집을 알아보고 연락을 취해 둔다. 미국의 집은 단독주택 형태의 타운하우스(town house 혹은 house)와 관리사무소가 있는 아파트apartment로 크게 나뉜다.
현지에 도착한 뒤 직접 집에 방문해 시설과 청결도, 주변 환경, 같이 살게 된 집주인이나 룸메이트의 인상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결정하면 된다. 발품을 파는 만큼 좋은 조건 분석에 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계약서는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해야 하며, 사본을 요청해 한 부 받아둬야 한다. 미국의 렌트 계약서에는 별별 내용이 다 적혀 있어서 10쪽이 넘어가는 경우도 다반사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복잡한 부동산 용어가 적힌 계약서를 읽고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큰 돈이 걸린 일이므로 신중을 기하자.
미국에서 집을 계약할 때는 매달 정기적으로 내는 월세rent 외에 보증금Security deposit을 내야 하는데, 이는 세입자가 기물을 파손하거나 월세를 제대로 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받아두는 돈으로 보통 월세의 1~2배 정도 금액이다. 퇴거 시 돌려받을 수 있지만, 청소비 등의 명목으로 공제되는 일이 많다. 학기가 끝난 후 본국으로 돌아가는 교환학생은 이런저런 제약으로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많으니 계약 시 조건을 꼭 확인하자.

▲ 나의 하우스 메이트였던 시실리아, 필리, 친친 (왼쪽부터)
▲ 나의 하우스 메이트였던 시실리아, 필리, 친친 (왼쪽부터)
 
 
한국인 룸메이트? 미국인 룸메이트?
집을 구할 때 고민해야 할 사항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어떤 룸메이트와 사느냐이다.
아무래도 소통이 쉬운 한국 사람과 살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개인 성향에 따라서 룸메이트를 선택하는 게 좋다. 방이 서너 개 이상인 큰 집에 사는 경우에는 다양한 국적의 룸메이트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 미국 은행
▲ 미국 은행
미국 은행 계좌 열기
미국 은행 계좌가 없어도 생활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현지 계좌가 있는 편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미국 은행 계좌가 있으면 개인수표를 발행할 수 있고 한국 카드의 해외사용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므로 생활비가 절약된다. 여러 번거로움으로 인해 은행 계좌 개설을 미루다가도 결국에는 필요해져서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 평소 여유가 있을 때 만들어두는 편이 좋겠다.
추천하는 은행은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와 웰스파고Wells Fargo.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큰 지점망을 갖고 있고 현금입출금기ATM도 가장 많아 편리하다. 웰스파고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지점이 있으며, 공짜로 수표책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
은행 계좌를 만들 때는 여권과 비자서류(I-20 혹은 DS-2019) 그리고 거주지 주소가 필요하다. 은행에 가서 계좌를 열고 싶다고 말하면 곧 안내해준다. 은행 직원과의 상담을 거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계좌를 열고 나면 개인수표를 발행할 수 있는 수표책check book과 함께 임시 체크카드를 준다. 며칠 후 집으로 정식 체크카드가 도착하며, 임시 카드는 폐기하면 된다.
미국 은행 계좌는 크게 체킹 계좌checking account와 세이빙 계좌saving account로 나뉜다. 체킹 계좌는 한국의 보통예금과 같은 것으로 체크카드로 결제할 때 금액이 빠져나가는 계좌다. 세이빙 계좌는 저축예금이라고 보면 되는데, 이자가 낮기는 하지만 저축을 할 수 있는 계좌다. 미국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면 보통 이 두 가지 계좌를 같이 만들어주며, 세이빙 계좌와 체킹 계좌 간의 이체는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세이빙 계좌가 필요 없으면 아예 개설하지 않거나 나중에 닫아 버려도 상관없다. 종이로 된 통장은 주지 않으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은행을 이용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계좌유지 수수료다. 미국 은행은 계좌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매월 일정액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간단히 이를 면제받을 수 있으니 불필요한 지출이 없도록 하자. 뱅크오브아메리카 체킹 계좌의 경우 온라인 청구서를 이용go paperless하거나, 은행 업무를 현금입출금기로만 처리하도록 설정하는 경우 수수료가 면제된다. 세이빙 계좌의 경우 계좌에 일정 액수를 예치해두면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현지 신분증 만들기

▲ 현지에서의 신분증
▲ 현지에서의 신분증
미국은 주류 구입 시 신분증 검사가 굉장히 철저해서 술집에 갈 때는 꼭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매번 여권을 들고 다니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현지 신분증ID card, identification card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같은 것인데, 시민권이나 사회보장번호가 없어도 거주지 주소만 명확하면 만들 수 있다. 만드는 곳은 지역 차량국DMV, Department of Motor Vehicles으로 한국으로 치면 동사무소 같은 곳이다.
여권과 비자관련 서류, 발급비용 26달러를 지참하고 방문하면 된다. 가능하면 아침 일찍 가는 것이 좋은데, 언제나 많은 민원인들로 붐비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량국이 열기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기본 1시간, 길면 2~3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자. 접수처에 신분증 발급을 문의하고 필요 서류를 작성한 뒤 번호표를 받는다. 신분증에 필요한 사진은 현장에서 직접 찍어주므로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 신분증은 현장에서 바로 발급되는 것이 아니라 제작 후 집으로 우송해준다. 보통 2주에서 6주가 소요된다.
한 몸 뻗고 누울 집이 있고, 연락을 주고받을 휴대폰과 은행계좌, 신분증까지 있으니 나도 이제 어엿한 캘리포니언! 다음 회에서는 미국 대학에서의 학교생활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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