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에서의 1년 간 해외 봉사를 마치고, 비록 몸은 한국에 있지만 저의 마음은 항상 시에라리온에 있습니다. 시에라리온은 다이아몬드 생산지로 유명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시‘ 에라리온의 별’이라고 불리는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다이아몬드도 발견됐습니다. 그 다이아몬드가 발단이 되어 전쟁이 일어나고 온 나라가 황폐화되었지만 그들 마음까지 점령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풍족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저의 마음이 문제였습니다. 꿈도 소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살았던 제게 있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시에라리온 친구들의 눈동자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매주 일요일, 초등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 매주 일요일, 초등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길을 지나다가 학교에 있어야 할 8~9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뜨거운 태양아래 무거운 망치로 돌을 쪼개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너희들은 왜 학교에 안 가니?” 하고 물어보자 하루 종일 돌을 쪼개서 팔면 학교도 갈 수 있고 먹을 음식도 구할 수 있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시에라리온은 무척 가난하기 때문에 건물을 지을 때 좋은 콘크리트를 쓰지 않습니다. 양철판으로 앞, 뒤, 옆, 위를 막으면 집이 됩니다. 그렇게 섭씨 50도까지 올라가는 더위 속에 양철판으로 지어진 학교에서 자리가 부족하여 서로 바짝 붙어 앉아 땀을 흘리며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수업을 마치면 시장에 나가 코코넛이나 음식물 등을 팔아 스스로 학비를 버는 나이 어린 학생들이 많습니다.

▲ 하건수 학생
▲ 하건수 학생
힘들다고 칭얼대기는커녕 아이들의 눈은 빛났고 각자 꿈과 목표가 있었습니다. 시에라리온대학교에서도 제 예상을 깨는 일이 많았습니다. 건물은 그냥 짓다만 건물처럼 벽돌로 아무렇게나 쌓여져 있었고, 강의실에는 비를 막으려고 올려놓은 지붕이 전부였습니다. 정말 신기한 장면은 한 강의실에서 두 가지 수업이 진행 중이었던 겁니다. 칠판 두개가 양쪽 벽에 하나씩 붙어있고, 두 그룹으로 나뉜 학생들은 등을 마주대고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서로 시끄러울텐데 학생들이 진지하게 수업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에서 저는 풍족한 삶 속에 살면서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등 내 마음대로 하고도 불평불만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12년 간의 내전으로 인구 1/3이 난민이 된 나라, 장애인 수와 난민수와 영아 사망률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나라. 건물에는 총알 자국이 남아있고, 온 나라가 불타 황폐한 땅밖에 보이지 않는 나라가 시에라리온입니다. 사람들 눈에는 이 나라가 절망스럽게 보이고 불쌍하게 보이겠지만, 제 눈에 보이는 그들의 맑은 눈동자 속에는 희망과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이 더운 날씨와 가난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시에라리온은 더 이상 절망의 나라가 아닙니다. 자신의 형편을 원망하지 않고 밝게 웃으며 꿈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물 한 모금, 전기, 돈 10원,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깁니다. 봉사를 하고 많은 것을 주러 갔지만, 오히려 받은 것은 저였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저는 제 자신이 잘난 줄 알았고 옳은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남을 판단하고 무시하고 불평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함 없이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해외봉사를 하면서 그들에게서 감사함, 소중함, 낮은 마음, 꿈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꿈도 소망도 없이 살았지만 이제는 시에라리온에서 받아온 꿈이 있습니다. 저처럼 소망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가 받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그들의 눈동자를 전해주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