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으로서 아이들과 소통했던 소중한 기억

▲ 나에게 컴퓨터를 배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아무리 학교 시설이 열악해도 배움의 열정이 가득하다.
▲ 나에게 컴퓨터를 배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아무리 학교 시설이 열악해도 배움의 열정이 가득하다.
해외봉사를 간다면 나는 꼭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나라, 잘 모르는 나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시에라리온을 선택했다. 시에라리온 사람들은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비록 삶은 가난해도 부모들은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려 하고, 학생들은 스스로 학비를 벌어서 학교에 다니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3월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지만, 시에라리온에서는 9월에 새학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국립학교의 학비는 저렴하지만 교육의 질이 낮고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학교에 가도 제대로 배우는 것이 없으며, 학생들은 그저 돈만 많이 벌기를 원한다. 그래서 국제청소년연합 시에라리온 지부에서는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금액만 받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2011년 9월 25일, 학교를 설립했다. 그 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선생님께 가르침만 받아본 내가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다. 날씨도 더운데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양철로 된 지붕 아래, 칠판에 키보드를 그려가면서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나도 고생했지만 학생들도 많이 고생했다. 그래도 그곳에서는 컴퓨터라는 것이 생소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좋아해주었고, 그들과 마음으로 가장 많이 소통했던 시간이었기에 내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시에라리온을 통해 감사함을 알다

▲ 컴퓨터를 가르키고 있는 고성민학생
▲ 컴퓨터를 가르키고 있는 고성민학생
내전을 겪고 난 후 많은 시에라리온 사람들이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벌고 싶지만, 막상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도둑질 혹은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도 가끔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마음과 함께 나 자신도 되돌아보면서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 있었고 잘 살았는지에 대해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서 개최한 세계 청소년부 장관 포럼에 시에라리온 청소년부 장관님을 초청하기 위하여 직접 만나서 면담도 했다. 일개 대학생으로서 과분하게도 청소년부 장관님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일생에 몇 번 없을텐데 청소년부 장관님이 직접 명함도 주시고, 2012년 세계 청소년부 장관 포럼에서 만났을 때에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이색적인 기록들

▲ 학교 안에 음식을 파는 아줌마가 있어 점심을 사먹는다. 빵이나 튀긴 고구마나 카사바를 그래비 소스에다 찍어 먹는다.
▲ 학교 안에 음식을 파는 아줌마가 있어 점심을 사먹는다. 빵이나 튀긴 고구마나 카사바를 그래비 소스에다 찍어 먹는다.
시에라리온에서 봉사활동 했던 기간은 총 350일. 그 중 전기가 들어온 날은 196일이다. 이 196일은 하루에 전기가 3분 이하로 들어왔던 날도 포함한 것이다. 정말 기가 막힌 날도 있었는데, 전기가 들어와서 온 동네에서 아이들이 기쁘게 “라이돈 캄(전기 들어왔다)!”이라고 외치자마자 전기가 나갈 때도 있었다. 물이 나오지 않는 날은 셀 수도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끊기고 들어오고를 반복했다. 물이 안 나오면 왜 물이 안 나오는지 가끔씩 감이 오곤 했는데, 동네 주민들이 얕게 묻힌 플라스틱 수도 파이프를 돌로 쳐서 끊고, 물을 받곤 했다. 끊어진 파이프를 붙이기 위해 곡괭이와 삽, 본드를 가지고 나가면 물을 받고 있던 주민들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와달라는 식으로 물통을 부여잡고 버티기도 했다. 물론 싸우러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 타일러서 일을 해결했다.
▲ 교통사고로 내가 탔던 택시의 타이어가 터졌다
▲ 교통사고로 내가 탔던 택시의 타이어가 터졌다
물이 계속 나오지 않는데, 비도 내리지 않아서 몸을 씻지 못한 최장 기간은 12일이다. 그래도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에 아침마다 수건으로 얼굴의 먼지와 기름만 스윽 닦았다. 머리도 어쩔 수 없이 빗으로만 대충 정리했는데, 학생들이 내 머리카락을 직모라고 부러워했다. 아무리 엉키고 기름진 머리카락이라도 반곱슬 머리카락은 시에라리온에서는 최상급 머리카락에 속한다고 한다.
1년간 내가 말라리아에 걸린 횟수는 총 7번이다. 말라리아에 걸린다고 무조건 죽는 것이 아니라 말라리아약만 먹으면 3일에서 7일 안에 다 낫는다. 다행히 딱 한 번 증상이 심했고, 그 외에는 약을 잘 먹어서 무사히 이겨냈다. 말라리아에 심하게 걸리면 고열과 오한, 설사, 구토 증세가 나타나는데, 한번 말라리아에 걸리면 살이 쭉 빠지면서살아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특이한 음식 TOP 3

1. 푸푸

▲ 특이한 음식 TOP 3, 1. 푸푸
▲ 특이한 음식 TOP 3, 1. 푸푸
카사바라는 식물로 만든 푸푸는 손으로 1인분의 만두 모양으로 빚은 후, 조금씩 떼어 소스에 찍어서 먹는
음식이다. 이 음식을 먹을 때는 씹지 말고 삼켜서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뱃속 깊은 곳에서 맛이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 고양이
시에라리온에서는 개를 먹으면 야만인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먹는다. 닭도리탕처럼 요리를 하는데, 육질은 닭과 개가 섞인 느낌이다.

3. 컷팅그라스

▲ 특이한 음식 TOP 3, 3. 컷팅그라스
▲ 특이한 음식 TOP 3, 3. 컷팅그라스
컷팅그라스는 새끼강아지만 한 쥐의 종류다. 이 동물을 가지고 요리를 할줄 몰라서 한참 방치하다가 옆집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매콤하게 요리했다. 하지만 죽은 지 오래 되어 맛이 약간 비리고 씁쓸했다.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TOP 3
시에라리온에 1년 동안 살면서 재미있었던 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크게 3가지 정도를 꼽으라고 한다면 첫 번째로 교통 사고다. 죽을 뻔했기 때문에 그 당시는 심각했지만, 지금에 와서 그때를 돌아보면 웃음이 나온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는 도중에 옆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나는 팔뚝이 우람하고 뚱뚱한 아줌마들 사이에 끼여서 전혀 충격을 느끼지 못했다. 밖으로 나가 확인해보니 택시가 꽤 찌그러져 있었다. 뚱뚱한 사람들 사이에 꽉 끼어서 차를 탄것이 정말 다행이었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두 번째,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조회를 하는데, 그 시간에는 다같이 국가를 부른다. 그때 밖에 지나가는 사람도, 놀던 꼬마도, 빨래를 하던 아주머니도 모두 국가가 들리면 곧바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차렷 자세로 서 있다. 심지어 우는 아이도 갑자기 뚝 그치고 서 있는다. 만약 누군가가 그냥 지나치려고 하면 그 사람을 향해 모든 사람들이 험한 말을 하면서 제지시킨다. 시에라리온 사람들은 살벌할(!) 정도로 애국심이 강한 것 같다.
세 번째, 비가 오면 밖에 나가 빗물로 샤워를 한다. 빗물로 샤워를 하면 찝찝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물이 나오지 않아 12일 동안 씻지 못한 상태에서 비를 맞았던 그때의 기쁨!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Episode1.
매주 토요일은 전 국민이 청소하는 날이다. 이것이 시에라리온의 문화다. 아침 일찍부터 자신의 집 앞, 거리 등을 청소해서 아침 10시 정도 되면 마무리 된다. 청소하는 시간에는 가게 문을 열거나 장사를 할 수 없다. 장사를 하다 점검하러 다니는 경찰에게 걸리면 잡혀간다. 모은 쓰레기는 다 해변에 버리는데, 돼지들이 몰려와서 그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먹을 수 있는 만큼 먹어치운다.

Episode2.
시에라리온 사람들은 국가가 들리면 곧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차렷 자세를 취한다. 만약 누군가가 국가가 들리는데도 불구하고 못들은 체 그냥 지나가기라도 하면 그 사람을 향해 모든 사람들이 험한 말을 하면서 제지시킨다. 나라를 너무나 사랑하는 시에라리온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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