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술 없는 새내기 대학!

▲ 술 없어도 대화가 너무 잘되는 걸? 서울대학교의 술 없는 새내기 대학!
▲ 술 없어도 대화가 너무 잘되는 걸? 서울대학교의 술 없는 새내기 대학!
입시를 위해 달려온 수만 명의 대학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드넓고 자유로운 대학문화에 입성했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도 대학만 들어가면 할 수 있을 거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나름 대학 문화에 부푼 새내기들. 하지만 입학 할 때의 결심은 사라지고 정신없이 놀다보니 세월이 가고 어느새 술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선배 대학생들의 푸념은 남 이야기가 아니다.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자 마시기 시작한 술이지만 술이 깨고 나면, 지난 밤 나눈 대화의 실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면(?). 오히려 과한 술이 관계개선에도 해가 되는 격. 술 없이도 즐거운 게임, 진솔한 대화, 유익한 강연, 친목도모까지 했다는 서울대학교 선배 멘토와 후배 멘티의 즐거웠던 만남을 소개한다.

▲ '새내기 대학' 운영진을 맡았던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배 멘토들
▲ '새내기 대학' 운영진을 맡았던 빨간 유니폼을 입은 선배 멘토들
음주를 경험했다는 대학생 183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학생이 되어 처음 술을 마신 경우는 87명이었다고, 고등학생때부터 술을 마신 경우는 59명이었다. 음주경험을 측정한 결과 실제 음주 후에는 TV 술 광고와 달리 마신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73.8%였다. 대다수의 대학생들이 음주를 후회했다. 음주 후 구토를 하거나 그런 장면을 목격한 경우에는 31%가 토사물이 더럽고 한심해 보인다고 반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왜 술을 마시는가?
▲ 한 반에 40명의 멘티와 두명의 멘토가 소개하는 시간
▲ 한 반에 40명의 멘티와 두명의 멘토가 소개하는 시간
대학생의 음주문화의 과반수 이상은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학업 스트레스나 선배들의 강요로 술을 마시는 경향도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고위험 음주량을 살펴보면 소주는 7잔 이상, 어떤 술이든 4잔 이상 넘지 말라고 권유한다. <명심보감>에도 목마른 때에 한 방울의 물은 단 이슬과 같고, 취한 뒤에 더 붓는 잔은 없는 것만 못하다고 적혀있다. 한창 젊다고 술에 대해 과신한다면 한번쯤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을 때 과연 술을 절제할 수 있는지, 언제까지 절제할 수 있는지 체크해보자.
▲ 반별 장기자랑 준비 중
▲ 반별 장기자랑 준비 중
만약 분위기에 휩쓸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술을 마시고 있다면 먹지 않는 것만 못하다.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술을 마시면 어색한 분위기를 금방 깰 수 있고, 어느 정도 대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술로 인해 뇌기능이 약해져서 충동적인 행동을 반복한다면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만약 친구나 옆 사람이 주사가 심해도 가만히 내버려둔다면, 그 사람이 알코올 중독으로 넘어가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3년 서울대학생들이 술 없는 오리엔테이션을 연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 효과는 어땠는지 선배 멘토 3명과 후배 멘티 4명에게 물었다.

▲ 이석현, 인문대 1학년
▲ 이석현, 인문대 1학년
Q. 술 없이 3일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새내기 대학’을 마쳤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떠셨나요?

A. 저는 신체 특성상 술을 마시지 못해서, 오히려 ‘술 없는 새내기 문화’가 좋았어요.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막상 행사에 참여해서는 선배 멘토들이 계단에서 업어줬고, 궁금한 대학생활을 물어보니 훨씬 좋았고 즐거웠어요. 끝나고 나서도 반 친구들은 카톡방에서 계속 성적표 배정이라든지 궁금한 점을 더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런 유익한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신 학교와 선배들에게 고마워요. 저는 장애자로 올해 인문대에 합격했는데, 저 말고 다른 장애인이 네 명 더 있는데 막상 새내기 대학에 참석해보니 저 혼자인 거예요. 아무래도 이동의 한계나 소극적인 성향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같이 있으면 학교 측에 이동 지원을 받는 부분도 나눌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다른 친구들을 알게 되서 친구의 도움을 많이 입으며 적응했어요.

▲ 술 없어도 대화가 너무 잘되는 걸? 서울대학교의 술 없는 새내기 대학!
▲ 술 없어도 대화가 너무 잘되는 걸? 서울대학교의 술 없는 새내기 대학!
▲ 송민해, 사회대학 심리학과 1학년
▲ 송민해, 사회대학 심리학과 1학년
Q. 프로그램에서 잊지 못할 좋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다른 대학교를 보면 사발식을 한다든지 자신의 주량을 넘어서는 술을 권하잖아요. 사실 술을 못먹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도 처음에는 술을 권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어요.
새‘ 내기 대학’에서 가장 좋았던것은 단과대 별로 협동할 수 있는데, 사회대는 사회대끼리 노는 게 일반적인 대학문화이지만, 사회대생도 공대생을 만날 수 있고 수의대생, 인문대생을 만날 수 있던 것이 가장 좋았어요.(^^) 2박 3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자신이 무슨 경험을 했는지 이야기하느라 밤이 깊어질수록 진지해졌죠. 저는 아직도 친구들과 연락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깊은 인연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에 내년에도 술 없이 새내기 대학을 진행하신다면, 반에 있는 소극적인 사람들도 같이 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서로말을 하지 않으면 카톡이나 통화도 안되거든요.

▲ 배다혜, 작곡과 이론전공 4학년
▲ 배다혜, 작곡과 이론전공 4학년
Q. 후배 멘티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선배 멘토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신 점이 돋 보이네요. 작년과 달리 올해 ‘술 없는 새내기 대학’이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요?

A. 약 2,800명의 신입생들을 위해 각 반에 선배 멘토가 두 명씩 함께해요. 운영 멘토 5명을 포함 총 20명이 있어요. 임의로 반 배정이 된 학생들을 위해 행사장에 오는 길부터 일일이 학생들을 챙겨서, 프로그램 3일간 학교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저희도 벌써 3년째 멘토를 하고 있는데 해마다 프로그램을 짜는 게 쉽지 않죠. 작년에 좋은 교수님의 강연도 마련했는데 학생들이 전날 늦게까지 술을 먹고 아침에 힘들어해서 모두 잠을 자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런 부분에 각성해서 ‘술 없이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준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가 쉽게 찬성을 해서 술없이 진행된 겁니다. 역시 술을 먹지 않아도 밤새 잘 놀더라고요.(^.^)

▲ 열정 한마당에서 선배들의 공연
▲ 열정 한마당에서 선배들의 공연
▲ 반별 대항 경기를 하는 모습
▲ 반별 대항 경기를 하는 모습
▲ 정지윤,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2학년
▲ 정지윤, 사범대학 화학교육과 2학년
Q.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렵진 않았나요?

A. 작년에는 술 반입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멘토언니가 술을 강요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술마시기 게임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술을 마셔야 하는 상황에 걸려요. 저와 친구들 중에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데 그런 게임에 걸리면 마시지 않아도 된
다고 하지만 게임에 걸린 사람은 그런 분위기가 부담스럽잖아요. 굳이 우리가 술을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까 의문이 들었어요. 올해에는 저도 반에 들어가서 멘토로 활동했는데 보람됐어요. 반에 두 명의 멘토들이 있고 한 사람이 20명 가량 맡아요. 사실 학생들을 전부 세세하게 알 수 없다는 게 아쉽고 어려운데, 후배들이 하자는 대로 잘 따라줘서 보람이 컸어요.

 

▲ 조승민,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1학년
▲ 조승민,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1학년
Q. 그래도 내심 술을 기대했는데, 좀 서운하거나 아쉽지 않았는지 궁금하네요?

A. 저는 원래 술을 조금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마셔봤어요. 친구들과 조금씩 마시면 기분도 좋거든요.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죽을 만큼 술을 마셔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술이 체질적으로 잘 맞지는 않아서 몸에 두드러기가 생겨요. 만약 분위기상 술을 억지로 마시게 되면 기분이 좋든 좋지 않든 건강을 완전히 해쳐서 오히려 더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할까 봐 걱정됐어요. 사실 술을 마시면 진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요. 술을 마시지 않으니 오히려 3수를 한, 반 선
배뻘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지막까지 목표를 가지고 끝까지 도전한 그들을 대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니 오히려 즐거웠어요.

▲ 초빙한 교수님들의 강연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학생들. 틈나는 시간도 쪼개서 자기계발에 도움되는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 초빙한 교수님들의 강연을 진지하게 듣고 있는 학생들. 틈나는 시간도 쪼개서 자기계발에 도움되는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 박주농, 농생대학 산림과학부 1학년
▲ 박주농, 농생대학 산림과학부 1학년
Q. 술 없이 지내는 동안 어떤 점이 즐거웠나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색하진 않던가요?

A. 여러 대학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사실 공통점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친해지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같은 반 안에 선배 멘토가 사회자 역할을 하면서 빨리 친숙해질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어요.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같이 의견을 나누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요. 저는 앞서 답변한 석현이와 이 캠프에서 친구가 됐어요. 보통 공대생들은 계산적이고 딱딱하기에 섬세한 인문대생 석현이와 생각을 공유하면서 즐거웠어요. 그리고 운영진 선배 멘토들이 그냥 술만 주면 편했을 텐데, 선배들에게 고맙게 생각해요. 술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프로그램 기획에 노력을 기울인 게 느껴져요. 그런 만큼 좋은 친구들도 얻었고, 특히 반별 장기자랑 같은 시간에는 팀원이 같이 아이디어를 고안하느라 빨리 친숙해져서 좋았어요. 노력해주신만큼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고 얻어가요. 감사합니다.

▲ 김태호,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졸업
▲ 김태호,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졸업
Q. 2013년 새내기 대학 프로그램은 처음으로 술 없이 주관했는데, 전년과 비교하여 어떤 점이 좋은지 이야기해주세요.

A. 친구의 부탁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술자리에 나가면 다음날 기억도 못하는 후배가 있
죠. 그럴 땐 허탈해요. 아는 선배들 중에서도 이것저것 직책을 맡고 열심히 뛰어다니지만 결국 잦은 술로 이미지가 좋지 않게 인식되는 경우도 있어요.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데 그렇게까지 자신을 망치지는 않았으면 해요. 작년에는 ‘새내기 대학’에 술 반입이 자유로웠지만 아침마다 술로 괴로워하는 후배 멘티를 보았습니다. 아침 일찍 깨워야 하는 것에 저 역시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올해는 강연, 게임, 반별 대항, 공연 등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기획을 많이 했죠. 저도 마지막 멘토를 하며 졸업을 맞았는데 보람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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