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에드워드 로렌츠(E. Lorentz)가 처음 말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이론이 있다. 기상학과 관련된 이 말은 작은 움직임이나 변화가 예기치 않은 큰 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이론이다.
나비효과는 자연과학의 이론이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이지 않는 끈으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많은 일들을 설명하는 데도 자주 사용된다.

▲ 봉사활동 중 현지인과 함께한 최호진 학생(오른쪽)
▲ 봉사활동 중 현지인과 함께한 최호진 학생(오른쪽)
부모님의 갈등과 가족문제로 답답한 일상을 보내던 최호진(대구대 3) 학생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인도로 1년간 자원봉사를 떠났다. 그리고 1년 뒤 돌아온 최호진 학생은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고, 이 변화가 또 다른 변화들을 낳았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시며 자주 다투셨던 최호진 학생의 부모님은 크게 다투신 이후, 최호진 학생이 군에서 제대했을 때는 따로 살고 계셨다.

“처음에는 아버지께만 마음이 닫혔었는데, 점점 어머니도 나를 버린 것 같은 마음이 들면서 가족과 함께 지내기 싫어졌어요. 더 이상 대화도 하지 않고, 혼자 살고 싶었죠.”

가족의 불화에 학업의 스트레스까지, 최호진 학생은 어느새 말도 잃고 웃음도 잃은 사람이 되어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때 즈음 사촌 형으로부터 해외봉사 활동을 소개받게 되었고, 그렇게 도망치듯 인도로 떠났다.
하지만 인도에서의 생활은 생각했던 대로 최호진 학생의 피난처가 되지는 못했다.

“인도에 도착해서 생각지도 못한 많은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거리는 엄청 더럽지, 물도 더러워서 마시지도 못하고, 거지들이 우글거리는 거리에, 무더운 날씨까지... 정말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최호진 학생에게 무엇보다 힘들었던 건 벌거벗은 자신의 모습과 만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어려웠던 점은 인도에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제 모습이 보인 것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문제가 있는 부모님 때문에 또, 주변의 잘못된 친구들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도에서도 똑같이 동료 봉사단원들, 주변 사람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제 모습을 보고 어쩌면 내가 잘못된 것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 인도 학생들과 함께
▲ 인도 학생들과 함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면서 최호진 학생은 비로소 인도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도의 모습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하루는 오지에 사는 사람들에게 소똥으로 집을 짓는 일을 도운 적이 있는데, 정말 못 사는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재산과 같은 닭을 잡고, 멀리까지 가서 음료수를 사오셨어요. 그 음료수를 마시는 데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느껴본 적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최호진 학생은 이제껏 교만하고, 자기중심적이었던 과거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음식을 먹으며 음료수 한 컵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제 모습이 신기하고, 이제껏 만족을 모르고 살아왔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진짜 내가 마음이 높아서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줄 몰랐구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불행하다고 투정하며 살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 최호진 학생과 어머니
▲ 최호진 학생과 어머니
1년간의 봉사활동을 통해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나게 된 최호진 학생은 귀국 하자마자 어머니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날 밤 어머니에게 변화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그날 저녁 어머니와 동생 저 이렇게 둘러앉아 해외봉사 활동을 하면서 있었던 이야기들, 부모님께 가졌었던 마음, 그리고 부모님을 향해 바뀐 마음들을 이야기 했어요.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시면서 제 이야기에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머니가 ‘기적’이라고 표현했던 이날 이후, 어머니의 어두웠던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은 다시 웃음을 찾았다.

“제가 해외 봉사를 가지 않았다면 아직도 내 처지를 비관하고, 내 안의 슬픔을 나누어 보지도 못하고 묵혀둔 채 힘든 형편 앞에 주저앉고 말았을 거에요. 그런데 해외봉사를 통해 형편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안의 생각이 나를 주저앉게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부모님이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도.”

행복한 나비효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호진 학생은 아버지와 함께 온 가족이 행복하게 지낼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웃으며 말한다. 그리고 최호진 학생을 옆에서 지켜본 이들은 그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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