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에서는 가장 번화한 도심 한 가운데서도 ‘인디헤나(Indigena)’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길게 땋은 머리에 전통복장을 하고 다니기에 눈에 쉽게 띄는 인디헤나들은 거리를 바삐 걸어다니기도 하고, 거리에서 옷가지나 과일 등을 팔기도 한다. 인디헤나 여성은 대개 어린 자녀와 함께 다니는데, 거리나 버스 안에서 아무렇지 않게 어린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한국에는 ‘인디오(Indio)’라고 알려진 인디헤나는 스페인의 침략이 있기 전부터 남미 대륙에서 살아왔던 원주민을 일컫는 말로 ‘인디오’라는 말에는 이들을 야만으로 표현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인디헤나’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 전통의상을 입은 '인디헤나' 여자 어린아이(사진출처=Wikipedia)
▲ 전통의상을 입은 '인디헤나' 여자 어린아이(사진출처=Wikipedia)
에콰도르의 인종 구성은 60%의 메스티소, 30%의 인디헤나, 5%의 백인, 기타 아시아아프리카계 5%로, 볼리비아에 이어 두 번재로 인디헤나의 비율이 높은 나라다. 스페인의 침략과 식민지화로 남미 어느 나라나 백인과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Mestizo)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데, 그런 가운데 잉카시대부터 자신들의 언어인 께추아(Quechua)어와 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인디헤나들은 그 자부심으로 살아간다. 길게 땋은 머리와 전통복장으로 생활하는 것도 이런 긍지와 자부심의 표현인 것이다. 인디헤나는 그렇게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인 혼혈 메스티소와 자신들을 차별화 한다.

인디헤나들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역과 기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전통복장을 발전시켰다.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에서 판아메이칸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인디헤나의 토요시장(Saterday Market)으로 유명한 오타발로(Otavalo)가 나온다. 오타발로는 임바부라산(4,609m)과 코타카치산(4,939m)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해 낮에는 덥고 밤에는 매우 춥다. 때문에 오타발로에는 더위와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전통복장이 잘 발달해 왔다.

▲ 인디헤나 노인(사진출처=Wikipedia)
▲ 인디헤나 노인(사진출처=Wikipedia)
여성의 전통복장은 다양한 색깔의 꽃들을 수놓은 소매가 긴 흰색 블라우스 상의에, 3m정도 되는 두 겹의 천을 허리에 치마로 두르고 그 위에 마마춤비라고 하는 빨간 띠를 덧댄다. 신은 앞코가 감색이거나 검은색인 샌들을 신는다.
여성의 전통복장은 신분이나 지위 구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인디헤나 여성은 전통복장 위에 파찰리나라는 천을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는데, 흰 색 혹은 검은 색이다. 이 파찰리나의 매듭이 가슴에 있으면 유뷰녀라는 표시이고, 매듭이 어깨에 있으면 미혼이라는 의미이다. 나이가 많은 여성들은 묶은 머리 위에 검은 천을 쓰고, 구알까라는 금색 목걸이를 착용하는데, 목에 건 목걸이의 개수가 많을수록 나이가 많다는 의미다. 또한, 산호 혹은 플라스틱으로 된 자홍색 팔찌 마닐자는 주로 여자아이들이나 젊은 여성이 착용한다.

이에 비해 남성의 전통복장은 매우 간소하다. 머리는 하나로 가지런히 땋아 늘어뜨리거나 묶고 그 위에 천으로 된 모자를 쓴다. 인디헤나 남성에게 긴 머리칼은 정체성을 표출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상의로 흰색 셔츠에 흰 바지를 입고 이 위에 검은색이나 감색 판초를 입어 추위,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신발은 흰색 샌들을 신는다.

▲ 전통의상을 입은 인디헤나 남성(사진출처=travelblog)
▲ 전통의상을 입은 인디헤나 남성(사진출처=travelblog)
인디헤나 여성들이 여전히 전통복장을 온전히 갖추어 입고 지켜나가는 반면, 최근 들어 오타발로 부근의 마을이나 시내의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남성의 복장이 변화하기 시작했다.모자와 판초, 샌들을 착용하는 대신 평범한 일상복을 입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머리만은 길게 길러 땋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Rafael Vicente Correa Delgado) 대통령은 에콰도르의 고등학교에서 인디헤나의 고유 언어인 께추아어를 배우도록 지정하여, 에콰도르의 전통을 지켜나가자고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께추아어는 스페인어를 주로 쓰는 에콰도르 국민들 사이에서 사어(死語)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에콰도르의 인디헤나들이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키기도 하고 변화하기도 하는 것처럼 에콰도르도 에콰도르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지켜야할지 변해야할지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키토=유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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