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함정은 태풍 경보가 울리면 바다를 향해 비상 출향한다. 태풍을 맞으러 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항구에 군함들이 정박해있으면 철로 만들어져 있는 군함끼리 부딪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선과 상선들과는 달리 군함은 비상경계 및 태풍을 피해 남해안에 있는 수많은 섬 뒤에 배를 정박시키고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물론 고스란히 바람과 비를 맞으며. 그런 후 태풍의 중심이 지나가면 다시 귀항을 하게 된다.

하루는 태풍을 피해 남해의 조그만 섬에 피항을 갔던 한 군함이 태풍의 본류가 지나간 뒤 잔해의 해군기지로 귀항을 하고 있었다. 태풍의 중심은 지나갔지만 아직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에 파도는 높았다. 그런데 군함의 항로 앞쪽에서 군함을 향해 서치라이트가 비쳤다. 함정끼리의 교신은 주파수에 맞춘 무전기로 교신하기도 하지만 불을 껐다 켰다 하는 서치라이트로 교신한다. 그래서 곧 그 군함은 자기 항로 앞쪽에 정확히 위치해있는 상대방에게 서치라이트로 신호를 보냈다.

“귀 항로와 우리 군함의 항로가 일치하니 부딪칠 우려가 있다 항로를 바꾸어라”

이렇게 신호를 보내니 상대방에서 답을 해왔다.

 
 
“당신 배의 항로를 바꾸시오”

그러자 함장이 직접 신호를 보냈다.

“나는 대한민국 해군함대 함장이다. 당장 항로를 바꿔라.”

하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같은 답을 해왔다.
그러자 화가 난 함장이 소리쳤다.

     
 
“명령이다. 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배를 침몰시키겠다.”

그러자 잠시 후 아래와 같이 대답이 왔다.

“마음대로 하시오! 나는 등대요!”

누가 항로를 틀어야 할까? 등대가 항로를 바꾸어야 할까? 아님 해군대령이 항로를 바꾸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대령은 매우 높은 고급 장교이다. 게다가 어선도, 상선도 군 작전 중에는 당연히 군의 명령을 들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장교이고 군 작전이지만 등대더러 길을 비키라고 할 수는 없다.

이처럼 마음이 높은 사람들은 어떠한 일에 부딪쳤을 때 자신의 생각을 기준삼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상대방을 향해 “바꾸어라”고 명령하기 전에 정작 바꿔야 할 사람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우리 자신들에게는 이러한 자신만의 높은 마음이 있다. '나는 저 사람보다 잘생겼어', '아님 키가 커'. 그것도 아니면 발가락이 닮았다는 어느 소설의 얘기처럼 각자의 기준과 방법으로 살아간다. 상대편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보고 겸손해한다면 내 기준이 아니라 낮은 마음으로 상대의 얘기를 듣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내게 있는 조그만 잘난 것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장애가 되고 만다. 사실 자기 마음을 바꾸고 사는 것은 행복의 지름길이다. 마음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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