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의 기백도 사라졌다.

▲ 젓가락
▲ 젓가락
  8살 때부터 군대를 가기 싫어하던 아들은 항상 나약해서 큰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아들은 1년 동안 굿뉴스코 해외 봉사를 카자흐스탄으로 다녀왔다. 카자흐스탄이다. 그곳에는 눈이 정말 많이 오고 많이 쌓여서 늘 마당의 눈 청소는 맡아서 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은 그 나라 말도 있지만 러시아어를 통용어로 쓴다. 아들은 러시아어를 배워 본 적이 없다. 그러나 1년 만에 러시아어를 통역할 정도로 능통하게 러시아어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을 갔다 온 아들은 외아들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마음으로 바뀌어 왔었다.

  아들은 국방의 의무를 담담히 받아들이고, 군인으로 입대했다. 전공이 요리라 취사병으로 입대를 했다. 자신이 직접 칼질을 하고 싶어서 기계로 모든 것을 하는 큰 부대보다는 작은 부대에 배치되기를 바랬는데, 다행히 150명 남짓의 작은 부대로 갔다.

  첫 입대했을 때 훈련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에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울지 않은 군인 동기가 없었다.’고 하였다. 입대한 지 일주일 만에 온 아들의 옷과 신발을 받았을 때 그 속에 작은 쪽지에라도 마음을 적어 보내려고 글을 써서 옷 안에 숨겨놓고, 또 양말을 꺼내면 그 속에도 숨겨 놓고, 신발 안에도 쪽지를 적어 놓아 그 쪽지 하나 하나를 발견하고 읽을 때마다 얼마나 울었던지..

  아들이 이등병 시절, 취사병이라 새벽 일찍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밥을 해야 했다. 산꼭대기인지라 어떤 때는 이슬들이 추위와 만나면서 나뭇가지에 붙어서 그대로 눈꽃이 되어 버리는 것을 보기도 하였단다. 짬밥을 치우는 것은 예사이고 하수구에 찌든 때도 깨끗이 씻으라 해서 하수구 안에 들어가서 한 뼘 정도로 찌든 하수구 찌끼도 청소했다고 한다.
 

  일병이 되고 후임들이 들어왔다. 아들은 자기처럼 힘들게는 시키기 싫어서 자기가 조금 더 일을 하였다고.. 그러나 후임들은 한 가지 시키면 그것 한 가지만 할 뿐 같이 하려는 마음이 안 보이더란다. 사회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왔다는데 너무 일머리가 없어서 일을 시키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다.
 

  이제 상병이 되고 병장이 되었다. 병장이 되어 후임들이 많이 늘었고 그 후임들은 군대에서도 대접과 인격을 찾는 어리석은 아이들 같았다. 먼저 와서 재료를 준비하고 만들어 놓으면 먹는 시간이라도 맞춰서 밥을 먹어야 나머지 설거지도 하고 정리를 하며 다음 식사 준비를 또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맞추지를 않는 것이다. 상사들이 일을 시켜서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면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들의 자유 시간을 위해서 식사 시간을 맞춰서 오지 않는 것이었다. 화가 난 아들은 몇 번이나 시간 맞춰서 와 달라고 부탁을 했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 사는 것'이라는 말은 우스운 옛말이 되어 버렸다. 부탁을 하는데도 우습게 생각하고 말을 듣지 않더라는 것이다. "너희가 식사시간을 이렇게 어기면 나는 젓가락을 빼 버릴 것이다."하고 말을 하였고 며칠 뒤 또 식사 시간을 어기고 말을 듣지 않아 젓가락을 내 주지 않았다. 그들은 식사시간을 어긴 자신의 잘못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젓가락을 뺀 병장을 고발하였다. 영창을 갈 뻔한 사건이었단다.

  자살을 하는 군인들이 많아서 자살 방지를 위해서 선임들이 후임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투서 용지를 넣는 통을 만들어 놓았다나? 젓가락 안 준 것이 자살을 할 동기일까? ‘대한민국의 군인 수준이 요것 밖에 안 되나?’ 걱정이 된다. 이 이야기를 들은 어른들의 반응은 “군인이 군인정신도 없이 고참의 말도 무시하는 이런 정신으로 만약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어찌하겠냐?”고 걱정들이 많다.

  군기(軍氣)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군인 정신이 없고 군인이 인격만 있다. 여기가 대한민국 군인의 현 주소이다. 이 사건으로 아들은 휴가만 반납하고 영창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기백(氣魄)이 넘치는 군인의 모습은 ‘인격(人格)과 권리’라는 것으로 인해 점점 쇠퇴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마땅히 붙여야 할 곳에 붙여야만 더 빛날 단어를 엉뚱한 곳에 붙여서 세상이 타락으로 내리달리는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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