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월에 미국으로 해외봉사를 떠난다. 가족들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나도 해외봉사를 하러 가야겠다.’라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가려고 준비를 시작하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가고 싶지 않았다. 해외봉사를 가기 위해선 3차례의 워크숍에 참석해야 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너는 어느 나라로 가고 싶어?”라고 물을 때마다, 나는 어느 나라든 가고 싶지 않아서 “아직 어디로 갈지 모르겠어.”라며 답을 피했다. 그런데 마지막 워크숍 때, 나는 어느 나라든지 해외봉사를 꼭 가고 싶어졌다. 

마지막 워크숍에서 나는 프로그램 진행팀을 도와 함께 프로그램 기획을 했다. 사실 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다. 늘 한 발짝 뒤로 빠져 그냥 듣는 사람, 이미 해외봉사를 다녀온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면 핸드폰을 만지거나 졸기 바쁜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미 다녀온 친형의 권유로 같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또한 축하공연도 함께 꾸몄다. 처음으로 참여자가 아닌 기획자로 참석하니, 나의 위치가 완전히 변한 것이다. 워크숍에 완벽하게 참여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들을 기획했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돈을 따로 받는 것도 아니고, 그냥 쉬면서 편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밤을 새워가며 일하고 있었다. 오직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들이 다녀온 해외봉사를 가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로 말이다. 

1. 해외봉사단 대표로 선서를 하고 있는 김민석 씨
1. 해외봉사단 대표로 선서를 하고 있는 김민석 씨
2. 다채로운 워크숍을 위해 댄스 공연을 준비해온 학생들.
2. 다채로운 워크숍을 위해 댄스 공연을 준비해온 학생들.

그 모습들을 보는데, 항상 핸드폰만 하며 귀찮아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정말 고마웠다. 고마운 마음이 커지니 뭐 하나라도 열심히 참여하고 싶어졌다. 강연 시간이나 선배 단원들의 발표 시간에도 귀 기울이며 들었다. 그랬더니 지금껏 듣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이 다녀온 나라를 소개하는 선배 단원들의 모습은 한 명, 한 명 모두가 감동적이었다. 그 나라의 전문가 같은 모습도 멋있었지만, 얼마나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났었는지, 작은 것에 감사할 수 있는 태도를 배운 일화, 그곳에서 보낸 시간 덕분에 자신이 성장한 이야기를 행복하게 하는 그 모습을 너무나 닮고 싶었다. 이내 내 마음엔, ‘나도 저 사람처럼 저렇게 행복할 수 있겠구나’하는 가능성이 샘솟았다. 정말 어떤 곳도 가고 싶지 않았던 내가 미국 이야기를 들을 때면 미국에 가고 싶고, 잠비아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잠비아에 가고 싶고, 대만 이야기를 들으면 대만에 가고 싶어졌다. 그 외에도 각 나라에서 진행할 프로그램들을 미리 교육받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걸 하나씩 배울 때마다 그곳에서 진행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설렜다.

이뿐 아니라 이번 워크숍 시간에는 특별한 교육도 진행됐다. ‘마음 밭에 서서’라는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책에는 어떤 사람이든지 사라지지 않는 악한 본성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악하고, 어두운 마음은 없애려고 노력하거나 바꾸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에 꿈, 소망, 사랑, 감사, 행복을 채워 넣어 어두움이 들어갈 틈을 없애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 글에 밑줄을 그었다. 마치 내 모습과 같았기 때문이다. 해외봉사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내가 이곳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어졌다. 다른 누군가가 자신처럼 행복해지길 바라는 사람들을 만나며,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 차 있던 그 공간에 고마움이 가득 찬 것이다. 어느새 나 역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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