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영,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

20대 직장인 A씨의 하루이다.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음악을 들으며 출근길에 오른다. 책상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고, 인기 검색어 및 온라인 뉴스를 확인한다. 보고서에 제출할 자료를 정리하기 위해 전자 도서를 활용하고, 인터넷 검색을 쉬지 않는다. 퇴근 후에는 유튜브에 ‘파스타 만드는 법’을 검색해 요리하고,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다 잠이 든다. A씨처럼, 우리는 매일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읽으며 살아간다. 예전에는 ‘읽는다’는 것의 목적어가 글이나 책 등 인쇄물에 한정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인쇄물과 디지털 세계를 넘나든다. 아마 인쇄물보다 온라인 속의 텍스트나 영상을 더 많이 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루 동안 접하는 수많은 정보는 모두 진실이었을까?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한양대학교 조병영 교수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능력으로 ‘리터러시*’를 꼽는다. 그가 쓴 책《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에  따르면, 리터러시란 단순히 글의 뜻을 이해하고 그 맥락을 이해하는 ‘문해력’의 개념을 넘어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자기 삶에 적용하고,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뜻한다. 약 400페이지에 걸쳐 설명한 ‘리터러시’의 방대한 개념을 모두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정보를 접하고 읽으며 살아가는 이 시대의 ‘독자’들이 꼭 알아두면 좋을, 유용한 내용을 중심으로 ‘잘 읽는 법’에 대하여 살펴본다.

*리터러시Literacy: 리터러시의 번역어인 문해력이나 문식성, 탈문맹을 아우르고 남을 정도로 그 의미가 다층적으로 복합적이며 포괄적인 개념이다. 먼저,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나 그렇게 하는 일을 뜻하며, 조금 더 나아가 글을 읽고 이해하고 그 정보를 통합하고 연결해 자신의 ‘앎’으로 만드는 능력을 뜻한다. 우리는 그 과정을 통해 공부하고 때론 타인과 소통하며, 나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다.

디지털 시대, 우리의 읽기 습관은? 

지금의 디지털 환경은 글을 읽을 때 고도의 ‘효율성’을 발휘하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그날의 기사 ‘헤드라인’만 봐도 어떤 일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길고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운 원문을 모두 읽지 못해도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 등을 통해 요약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요리하거나 청소할 때 혹은 무엇을 설치할 때도 종이 설명서보다 유튜브를 먼저 찾는다. 가능한 한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정보를 습득하려는 우리의 읽기 습관에 대하여 조병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이들이 영상 형태의 정보를 즐긴다. 이때 정보를 받아들이는 소비자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특별한 자각 없이 신속하게 영상 자극에 반응하며, 인지를 최소한으로 작동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인지적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이 서는 날에 맞추어 한층 물이 오른 맛과 향의 제철 식재료를 구하는 수고보다는 클릭 한두 번으로 현관문 앞에 빠르게 도착하는 반조리, 완조리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 특히 남들도 가지고 있으니 나도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쉽고 빠르게 소유하면 허기진 지적 욕구가 충족되고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수준의 인지적 만족감을 반복적,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되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면서도 마치 자신이 무엇인가를 직접 읽고 있다고 오인하게 된다. p.64” 

2021년, 연합뉴스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사 본문을 요약해주는 3줄 요약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PC웹 화면.
2021년, 연합뉴스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사 본문을 요약해주는 3줄 요약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PC웹 화면.

그는 이러한 효율성에 집중한 읽기 습관을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 런천미트식 ‘정보 가져오기’라고 표현한다. 이는 제대로 된 읽기가 아니며, ‘읽었다는 착각’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리터러시 즉, 읽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섬세하며 인간만이 실천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방식의 ‘앎의 과정’이다. 새로운 앎을 위해서는 원래 알고 있는 나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통합해야 하고, 나아가 원래의 앎을 새로운 차원의 앎으로 갱신하고 다듬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가는 이미지와 소리를 따라 무신경하게 반응하는 수동적인 과정이 아니라, 추상적인 기호들을 이리저리 맞추고 풀어내 이전에는 없던 구체적인 삶의 의미를 새롭게 창안해 내는 능동적인 경험이다. p.65” 

최근에는 AI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면서 똑똑한 기계가 정보를 스스로 깊게 익혀서 점점 더 잘 쓰고 판단한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긴 글을 단 세 줄로 줄이는 ‘세 줄 요약기’도 등장했다. 내가 ‘제대로 읽지 못하더라도’ 이를 활용해 우리는 운동화를 구매하는 등의 개인의 대소사 정도는 기계에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내리는 판단이나 결정이 개인뿐 아니라 내가 속한 공동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면 어떨까? 다양한 데이터와 텍스트를 취급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인간이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도 사회도 결정하는 소중한 기회를 기계에 맡겨야 하는 신세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영상 콘텐츠도, AI도 절대 해 줄 수 없는 것이 바로 글을 ‘읽는 행위 자체’이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정보를 이해하고, 나의 배경 지식과 비교 분석해 나의 앎으로 만들어 나의 말로 표현하는 과정 말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어떤 자세로 글을 읽어왔는지 돌아보자. 잘 읽기 위해서는 어휘나 적절한 맥락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읽지 않았지만 읽었다는 착각’은 하고 있지 않은지, 능동적인 자세로 사고하며 읽기에 임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그 첫 번째일 것이다.

나 자신과 정보를 의심하라 

“여기 한 웹사이트가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태평양 북서부 연안 지역의 나무문어를 구하자’라는 사이트이다. 이 웹사이트 대문에 담긴 글과 이미지를 확인하면서 이 사이트가 무엇에 관하여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지, 유익하고 믿을 만한 자료들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자. p.229” 

사실, 이 사이트는 연구용으로 만들어진 가짜 홈페이지이다. 그런데 한 연구에 의하면 이 사이트를 읽은 중학생들의 대다수는 그 진위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웹사이트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려고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지만, 정작 해당 사이트의 사실 여부는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 사이트를 보고 읽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질문을 했는가? 조병영 교수는 이러한 온라인 자료를 읽을 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라고 말한다. ‘누가 이야기하는가?’ ‘근거가 무엇인가?’ ‘다른 자료는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https://zapatopi.net/treeoctopus/ ‘멸종 위기에 처한 태평양 북서부 연안 지역의 나무문어를 구하자’ 홈페이지 대문.
https://zapatopi.net/treeoctopus/ ‘멸종 위기에 처한 태평양 북서부 연안 지역의 나무문어를 구하자’ 홈페이지 대문.

누가 이야기하는가? 

주소가 ‘닷넷(.net)’으로 끝난다. 닷넷이나 닷컴(.com)은 개인적, 상업적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다. .edu(.ac.kr), .gov(.go.kr), .org와 같이 정부 기관이나 대학 같은 공공 사이트에 비하면 유무형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운영하는 사이트처럼 보여 믿기 어렵다. 

근거가 무엇인가?

나무문어가 멸종위기에 처했으며, 가장 큰 원인이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한 서식지 감소라고 말한다. 또한 나무문어 모자 장식품이 유행을 타면서 멸종위기를 당겼다고 주장한다. 홈페이지에는 이에 관한 영상 자료들이 첨부되어 있는데 공신력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사이트 본문에 논문이나 학술서 같은 믿을 만한 인용 자료가 없다. 정보의 출처와 전문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다른 자료는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나무문어가 중요한 생명체라면 연구자나 목격자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 ‘나무문어’를 검색해도 이에 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질문을 통해 우리는 이 홈페이지와 나무문어에 대한 이야기가 가짜임을 판별할 수 있었다. 이 실험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누구나 아는 문어에 대해서도 흔들리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 혹은 무한한 정보 속에서 가짜를 피할 수 있을까?’ 

디지털 환경은 누구나 정보를 생산해 낼 수 있기에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온갖 정보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조작해서 만들어낸 ‘가짜뉴스’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여론몰이형 기사에 염증을 느낀다. ‘진짜 정보’가 거저 쥐어지지 않는 시대이다.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저자 조병영.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뉴스를 재생산하고 유통하는 시대, 우리가 제대로 ‘읽는 인간’이 되어 더 나은 삶, 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이 가득 담겨 있다.
《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저자 조병영.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뉴스를 재생산하고 유통하는 시대, 우리가 제대로 ‘읽는 인간’이 되어 더 나은 삶, 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이 가득 담겨 있다.

조병영 교수는 우리가 세상의 모든 분야를 다 잘 알 수 없기에,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의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를 의심하고, 나 자신을 의심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며,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정보만 골라서 믿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를 의식하고, 자신의 좁은 틀에서 나와 다른 생각도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뭐든 꼼꼼하고 정확하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하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 나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것들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서 읽자. 이 과정에서 여러 텍스트와 정보를 연결하여 읽는 힘이 필요하다. 자료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나의 의미, 나의 지식, 나의 이해, 나의 관점이라는 ‘앎’의 형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글을 읽으며 ‘나는 행복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었는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올바른 길인가?’ 혹은 ‘내 삶과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선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공간 안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발현되는 방식과 정도도 제각각이다. 어떤 목소리들은 너무 우렁차서 잘 들리지만, 어떤 목소리들은 가늘고 힘이 없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으면 잘 감지되지 않는다. 이때 나는 무엇을 읽는가, 나는 무엇을 읽을 수 있는가, 나는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 한다. 좋은 독자는 자신과 다른 목소리도 들을 줄 알고,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다. 제대로 읽기 위한 여러 방법을 언급했지만, 무엇보다 ‘질문하고 텍스트의 올바른 근거를 찾아가기’ 이 과정을 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연습해, 자동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디지털 시대를 살며 ‘제대로 읽는 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건 ‘진심’이 담긴 지인의 한마디, ‘진리’에 가까운 한 문장이다. 우리가 먼저 ‘이 글 내용이 정말로 그러한가?’라는 질문을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좋은 독자가 된다면, 우리의 삶이 윤택해질 뿐만 아니라 거짓 정보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수많은 온라인 자료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의 제안을 잊지 않고 조금씩 실제 삶 속에 적용해보기를 바란다. ‘제대로 읽는 법’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조병영 교수의 여러 서적과 강연을 추천한다. 


저자 조병영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및 대학원 러닝사이언스학과 리터러시 전공 교수. 미국 피츠버그대학교와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미국에서 15년 동안 읽기와 리터러시를 교육하고 연구했다. 국제리터러시학회에서 올해의 박사학위논문상을 받았으며, 외국인 최초로 ‘2026 개정 미국 국가교육발전평가 위원’으로 위촉되는 등 명실공히 리터러시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다. 또한 EBS 프로그램 ‘당신의 문해력’을 기획해 이끌면서 전문가 패널로 출연하는 등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꾸준히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읽는 인간 리터러시를 경험하라》,《읽었다는 착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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