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칭기스 오스마노프 Violinist Chingiz Osmanov

케이블 채널에서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다시 봤다. “더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1100명의 생명을 구한 쉰들러가 더 많은 사람을 살리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절규하는 모습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이었다. 감동의 농도를 더 짙게 만든 건 이스라엘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자크 펄먼’이 연주한 쉰들러 리스트의 메인 주제가였다. 그 곡을 반복해서 듣고 나니, 유튜브에서 추천 알람을 보내왔다. 영상 제목은 이스라엘에서 열린 ‘피스 콘서트’였는데 화면에 비친 공연장은 무척 고요했다. 잠시 후 쉰들러 리스트 주제가가 흘러나왔다. 시간이 멈춘 듯, 모두 숨을 죽인 채 무대 위 바이올리니스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떤 이는 눈물을 흘렸다. 현의 떨림 속에 슬픔과 위로가 뒤섞여 전해졌다. 공연이 마치자 엄숙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날 바이올린 연주자는 솔리스트이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교수인 ‘칭기스 오스마노프’였다. 음악회는 한국의 그라시아스 합창단과의 협연 공연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 보였다. 이스라엘 일정을 마치고 바이올린 꿈나무들을 지도하기 위해 그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Q.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쉰들러 리스트 주제가 연주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그날, 어마어마한 슬픔에 젖지 않기 위해 제가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모릅니다. 끝까지 연주를 마치는 것이 힘겨울 정도였죠. 하지만 고요함 속에서 관객들과 마음이 연결된, 감동의 무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독특한 에너지와 매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하지만 오랜 분쟁지역이기도 하지요. 혹, 음악이 전쟁을 잠시 멈추게 한 적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과 독일군의 격전지에서 한 독일군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이었어요. 그러자 영국군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노래가 만들어 준 따뜻한 분위기에 병사들 사이의 비공식적인 휴전이 성립되었고, 총알과 포탄만 날아다니던 곳에 사람들이 나와 작은 선물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기적이었죠. 비록 음악이 모든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분명 마음의 갈등을 그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도 음악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콘서트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스라엘의 경쾌한 민요인 ‘하바 나길라’도 연주했는데요. 관객들이 함께 슬픔에 빠지기도 하고, 즐겁게 웃기도 했습니다. 인종, 언어, 나이가 달라도 우리는 모두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클래식 음악이 수준 높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그곳에는 평범한 사람의 감정이 담겨 있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세계를 표현하지요. 음악으로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피스 콘서트’ 또한, 음악을 통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색다른 소통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공연이었죠. 

Q. ‘색다른 소통 방식’이요?  

최근에는 클래식 음악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걸 느낍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음악 세계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음악의 궁극적인 역할은 세상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페루초 부조니는 음악의 본질을 공기의 울림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저는 음악이 공기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울린다고 생각합니다. 그 울림이 가닿아서 나와 세상과, 나와 너를 가로막고 있는 무수한 마음의 벽을 부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세상에 훌륭한 음악가들이 많습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인내하며 수없이 연습에 몰두하는 분들이지요. 그들의 공연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선을 세상과 관객들에게 옮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스 콘서트’는 음악적인 수준도 높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명확한 공연이었습니다. 무대와 관객석의 물리적인 거리는 여느 공연장과 비슷했지만, 심리적으로 아주 가깝게 느껴졌지요. 공연 순서와 무대 구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합창단의 음악을 향한 신념이 남달랐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피스 콘서트’처럼 그들은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들고 아이티,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점에서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초대라면, 언제나 즐겁게 느껴집니다.

2022년 10월, 한-이스라엘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에서 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피스 콘서트가 열렸다. 협연 연주를 하고 있는 칭기스 오스마노프. 사진@그라시아스 합창단
2022년 10월, 한-이스라엘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스라엘에서 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피스 콘서트가 열렸다. 협연 연주를 하고 있는 칭기스 오스마노프. 사진@그라시아스 합창단

Q. 음악의 공공성 및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네, 음악의 놀라운 힘을 아니까요. ‘음악가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음악가라면 한 번쯤 이러한 고민을 할 텐데요. 저도 이 질문을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솔리스트나 교수로서 인정받는 것도, 연주자로서 나만의 온전한 색깔, 독창성을 찾아가는 삶도 제게 만족스러운 답이 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음악으로 더 넓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세상에서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클래식 음악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근한 음악’으로 인식을 바꿔보고 싶었어요. 어른보다 비교적 집중력이 약한 어린이들도 클래식 음악을 즐겁게 경험할 방법을 연구하다가 생각난 것이 ‘미술 활동과 함께하는 음악 공연’이었는데요. 연주자도 아이들도 만족했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웅장한 공연장에서 벗어나, 오랜 역사가 깃들어있는 아름다운 동네 건물을 선별해 시민들을 위한 깜짝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참석한 시민들이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은 듯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칭기스는 러시아에서 ‘콘서트에 색을 입히다.’라는 슬로건으로, 동료들과 학교를 찾아다니며 특별 음악회를 열었다. 사진@신포니에타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공식 페이스북
칭기스는 러시아에서 ‘콘서트에 색을 입히다.’라는 슬로건으로, 동료들과 학교를 찾아다니며 특별 음악회를 열었다. 사진@신포니에타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공식 페이스북

칭기스는 다섯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해, 열다섯 살이 되던 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에 입학했다. 어릴 적엔 호기심으로 시작한 음악이었지만, 음악원 입학 후엔 누구보다 치열하게 지냈다. 온종일 연습하고도 불안한 마음에 다른 교과목 책을 읽으면서도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질 못했다. 그 시절, 그의 마음에 수많은 물음표가 있었다고 한다. ‘음악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작곡된 것인가?’ ‘나는 이 음악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더 많이 연습하고, 배워서 실력이 늘면 해결될 것 같던 그 물음들은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10여 년 전, 바이올린 솔리스트이자 대학교수가 되었을 때 그는 다시 그 질문과 마주했고, 지금도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Q. ‘대중과 클래식 음악의 간격 줄이기’ 이외에 선생님이 하고 싶은 일은 또 무엇인가요?  

한 가지 악기를 배우는 데에는 굉장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요.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은 ‘음악’이라는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제가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들을, 제 마음에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어떠한 통역 없이도, 오롯이 음악으로 전달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음악가마다 무대에 서는 일에 대해서 각기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제 경우에는 ‘어떤 곡을 연주하는가?’보다 ‘음악회의 전체적인 의미,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음악이라는 언어로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의 문제라는 것이죠. 이런 말씀을 드리면, 아마 누군가는 저에게 ‘그렇다면, 당신은 무엇을 전하고자 합니까?’하고 물을 텐데요. 

제가 메시지를 정하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나의 만족을 채울 때도 즐겁지만, 타인도 기쁘게 웃을 수 있는 일을 할 때 느끼는 기쁨의 크기와 깊이는 비교할 수 없다.” 이것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방침은 유동적으로 만들어갑니다. 앞서 말한 프로젝트들의 경우엔 제 어린 시절을 반영한 겁니다. 그때 음악이 좋으면서도,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았거든요. 또한, 거장들의 연주를 접했던 경험이 음악을 끝까지 할 수 있는 동기가 되기도 했고요. 이외에도 다양한 음악가들을 만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협연을 함께해온 그라시아스 합창단도 제게 매우 좋은 영향을 주었고요. 

2015년, 칭기스 오스마노프가 창단한 신포니에타 상트페테르부르크 챔버 오케스트라. 정교한 구성과 연주로 시작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흐,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등의 다양한 레퍼토리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신포니에타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공식 페이스북
2015년, 칭기스 오스마노프가 창단한 신포니에타 상트페테르부르크 챔버 오케스트라. 정교한 구성과 연주로 시작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바흐,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등의 다양한 레퍼토리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구사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신포니에타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 공식 페이스북

Q.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요.

지금 저는 잠시 터키에서 머물고 있어요. 종종 길거리에서 플라스틱을 줍는 가난한 아이들을, 사회를 등지고 방황하는 청소년을 볼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이들에게 음식이나 옷 등을 전할 수는 있겠지만, 그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겼습니다. 마음속에 깊은 상처나 아픔을 가진 이들을 이끌기 위해선 깊은 인내와 배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그라시아스 합창단을 만난 후 음악을 통해서도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에 소망과 행복을 불어넣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저는 매해 여름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초청으로 한국에 와서 협연을 합니다. 부산에서 세계 청소년들을 위한 캠프가 열리는데요. 공연장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리합니다. 가족과 사이가 좋은 학생, 갈등이 심한 학생, 뭐든지 열심히 하는 학생, 일이 잘 풀리지 않는 학생,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학생 등 정말 다양해요. 신기한 것은, 동일한 청중인데 개막식 무대에서 만날 때와 폐막식 무대에서 만날 때의 모습과 표정이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음악 연주에 보내는 그들의 반응은 단순한 환호가 아닌 교류 자체였거든요. 그건 ‘중심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죠. 저는 매년 학생들이 합창단의 음악을 듣고, 또 그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받아들이면서 자신에게도 지금과 다른 ‘내일’이 있음을 깨닫고 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이 합창단은 제가 생각하고 고민하는 음악의 본 의미를 되살리고 보존해가는 사람들이에요. 

Q.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좋은 친구가 있는 셈이군요.  

아까 이스라엘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는데요. 제가 25살 때 여행으로 간 적이 있었어요.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이었습니다. 행사 중간에 여러 명소를 다녔는데요. 세월이 흐른 만큼 저 스스로 변하기도 했고, 함께 여행길에 오른 이들이 달라졌기에 같은 장소도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합창단과 함께 여행하는 동안에는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내면을 중심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죠. 

같은 여행지이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 인생을 여행길에 비유한다면, 운 좋게도 제게는 삶의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동행자가 많았습니다. 실패를 만날 때면 “괜찮아. 네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실패도 좋은 것이 될 수 있어.”라고 말씀해주시던 부모님이 계셨고요. 음악가의 길을 끝까지 걸어갈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스승이 있었습니다. 저와 함께하는 동료들도, 그리고 그라시아스 합창단도 그런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혼자 고민하고 지내다가, 그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면 같은 일도 새롭게 보이더군요. 

Q. 선생님은 솔리스트인 동시에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이시죠. 앞으로 음악의 길을 걸어갈 학생들을 가르치실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요? 

‘음악을 즐기는 마음을 일으켜주는’ 것입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배우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기술적인 교육뿐만 아니라, 감정을 다스리고, 무대의 두려움에서 이기는 등 정신적인 훈련도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단기간에 학생들의 실력을 발전시키는 것에만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우선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해요. 수업이 끝났을 때 학생들의 마음에 ‘아, 선생님이 가능하면 나도 가능하겠다!’ ‘나는 이 곡이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연주하는 거 보니까 굉장히 재미있는 곡이네!’라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수업을 합니다. 

세상에는 음악가들이 정말 많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의 눈에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이 한정적이고 좁게 보일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에 입단하거나, 솔리스트가 되거나, 교수가 되는 것 이상은 잘 보지를 못하죠. 하지만 클래식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정말 많습니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평화롭게 혹은 풍요롭게 만들 수 있어요. 학생들이 연주하면서 스스로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또한 나아가 음악가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Q. 올해에 또 어떤 기대를 품고 계신가요? 

사실, 큰 계획을 세우진 않고 있어요. 지난 팬데믹 이후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면서 계획했던 일정들이 모두 취소되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요. 우리 인생이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걸 봅니다. 

그럼에도,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저 또한, 음악인으로서 참담한 현실에 기여할 바를 스스로 묻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아픈 이들을 위로하며 슬픔을 나누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올해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소식들이 넘치기를, 전 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인터뷰 날, 그가 회색 재킷을 입고 나왔다. 음악가의 검정 턱시도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새롭게 느껴졌다. 그는 “수십 년간 턱시도를 입고 무대에 올랐는데 턱시도는 아직도 불편하다.”라며 웃었다. 그리고 그는 기자의 질문에 소탈하게, 막힘없이 답변을 해주었다. 음악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그는 스스로 수많은 질문을 던져왔으리라.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이 일을 왜 하는가?’ 이 질문은 음악이 아닌 글을 다루는 기자를 비롯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번쯤 던져본 질문일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투머로우 독자들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주어진 달란트가 있어요. 사실, 우리 삶은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을 잘 둘러보면 그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마음을 열고, 그들과 함께해보세요.”   

글 고은비 기자   인물사진 안경훈 기자   디자인 배정진 기자   통역 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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