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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중학생들이 달라지고 있다
김수정 | 승인 2023.01.17 02:47

내가 함께하는 트리풀사회적협동조합에서는 독서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알리는 계몽운동을 하고 있는데, 지난 한 해는 투머로우 잡지 덕분에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경상남도 진주에는 22개의 중학교가 있고, 지난해 우리 측에 독서 수업을 요청한 학교는 6개였다. 학생들에게 유용한 지식과 지혜를 전해주고, 흐트러진 마음을 정돈해줄 수 있는 수업 교재로 무엇이 좋을까 검색하다가 우리는 투머로우 잡지를 골랐다. 매달 나오는 월간지인데도 유행을 따르지 않아 단행본과 같은 효과가 있고, 과월호를 읽어도 새롭고 또 색다른 감동을 주므로 최적의 교재가 되리라고 판단했다. 또한 글의 방향이 물질 중심보다는 사람의 마음 세계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어서, 독서 습관이 취약한 학생들에게 책 읽는 기쁨을 가르쳐주기에는 더없이 좋은 교과서로 보였다.  

우리 독서지도사들은 함께 모여서 매달 나오는 투머로우의 기사들을 분석했고, 어떤 칼럼이 학생들에게 유용할지 심사숙고했다. 그리고 그 기사를 읽고 학생들이 배워야 할 핵심 요소들이 무엇인지 꼼꼼히 정리해 학습 지도 교재를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교재를 복사할 때면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지난주에 성민이가 처음으로 느낀 점을 발표했는데, 이번 주 수업에서도 할까?’ ‘희원이는 자기가 읽은 기사가 부모님에게도 필요할 것 같다며 집에 가서 말씀드리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을까?’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수업 초반엔 학생들이 독서를 지루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달라지는 게 보였다. 책 읽는 습관이 새싹 돋듯 조금씩 만들어지고, 책 내용의 핵심에 점점 가깝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를 목격하는 독서지도사는 말로 표현 못할 감동과 보람을 맛본다. 새해가 오고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것이다. 그들과 투머로우 잡지로 매주 토론할 생각을 하니, 내 가슴이 벅차오른다. 

1. 진명여중 1학년생들이 투머로우 잡지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진명여자중학교의 진로체험 수업

‘진주의 명문’을 줄여 ‘진명’이라 이름붙인 진명여자중학교에서 1년간 주 1회 독서 지도를 했다. 1학기에는 5개의 동아리 중 하나인 ‘투머로우 독서레크리에이션’으로 시작해, 1학년생 25명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5~6교시 독서동아리 수업을 진행했다. 

2학기에는 진로체험 시간이 배당되어 좀 더 많은 학생과 만날 수 있었다. 대상을 넓혀 1학년 125명 모두에게 매주 목요일 5~6교시 독서 수업을 실시한 것이다. 진로체험 수업은 다양한 분야의 진로를 탐색할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독서지도사로서 독서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진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싶었다. 독서의 장점을 꼽으라면,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아도 과거와 현재를 마음껏 오가며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투머로우에 소개된 전 세계 리더들의 기사는 학생들에게 사고력과 교류, 절제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가르쳐주고, 리더가 되는 마인드도 배울 수 있게 해준다. 

한편 진명여중에서는 매일 수업 시작 전에 20분 동안 모든 학생이 자율 독서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에 1학년 학생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투머로우 잡지를 펴서 읽는다고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읽기 편하고, 또 내용이 감동적이라서 좋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독서지도사로서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

2. 하현서 학생이 기사를 정독하고 있는 모습이다.
3. 기사를 읽은 학생이 즉석에서 만든 독서 퀴즈.

“아침 독서 시간에 투머로우를 꾸준히 읽고 있어요. 진로탐색 수업에 다 읽지 못한 부분까지도 꼼꼼히 볼 수 있거든요. 원래 독서를 잘 하지 않았는데 투머로우를 소리 내어 읽다 보니 말을 더듬던 습관도 고칠 수 있었어요. 진로체험 첫 수업 때 ‘수레바퀴 아래서’를 재해석한 글을 읽고 헤르만 헤세의 원작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에세이를 읽고서는 은진이랑 대화도 했고요. 은진이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기 원한다면 마음과 말을 긍정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라는 필자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고 하네요.” - 김보민(진명여중 1학년)  

중앙중학교, 투머로우 독서레크리에이션 동아리  

2학기엔 중앙중학교에서도 동아리 독서 수업을 요청해왔다. 6개의 동아리 중 ‘투머로우 독서레크리에이션’이라는 이름으로 1학년 26명에게 매주 수요일 5~6교시에 수업을 진행했다. 독서를 통해 지혜를 배우거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본 적이 없고, 문해력이 부족해서 ‘독서 = 지루함’이라고 알던 남학생들이었다.    

하지만, 독서레크리에이션 수업의 취지는 이런 학생들이 ‘독서’(글을 이해하면서 읽음)를 통해 ‘레크리에이션’(피로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 위한 활동)을 함으로써 사고력과 자제력을 강화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중학생들을 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시간에 침묵하는 강도가 더 높아진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저학년 때부터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기회를 주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는 훈련을 하며,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1. 투머로우 잡지로 독서 수업 중인 중앙중학교 학생들. 2. 정성껏 소감문을 쓰고 있는 최성원 학생. 3. 학생들이 스스로 정리한 학습 지도 교재를 보면 깊이 생각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모든 교류를 총망라하는 존재, 인간’이라는 칼럼으로 동아리 수업을 했다. ‘사람은 배가 부르다고 만족하는 동물이 아니고, 배가 고파도 따뜻한 교감이 있으면 배고픔을 이길 수 있다.’는 명제를 놓고 학생들과 소감을 나누었다. 그중에 최성원 학생이 발표한 내용을 소개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약간의 말다툼이 있어서 기분이 나쁜 상태로 귀가했습니다. 집에 와서도 계속 그 일이 생각나서 우울했습니다. 그런데 동생 기원이가 “형아가 만들어주었던 레고 피규어 정말 좋아. 파는 것보다 더 멋지고 마음에 들어. 역시 형아가 최고야!” 라고 말해주는 순간 그 우울했던 감정이 싹 사라졌습니다. 

사람은 따뜻한 교감이 있으면 어려움도 이길 수 있는 존재라고 책에 적혀 있었는데,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사람 덕분에 아픈 상처가 치유된다는 것을 저는 그때 경험했습니다. 사람이 ‘스피릿추얼’하다는 말이 뭔지 이해가 되었어요. 혹시 다음에 동생이 우울한 일을 겪고 있으면 나도 동생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투머로우는 책장을 넘기다 보면 마음이 저절로 변합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니까요.” - 최성원(중앙중 1학년) 

학기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동아리 수업에서는 ‘정승 아들과 건달’ 기사를 학생들이 순서대로 이어읽기를 했다. 그리고 독서 퀴즈를 만들고 토론하는 시간도 가졌다.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 인생을 보는 새로운 눈을 만들어준다.’ ‘자기가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라고 서슴없이 발표하는 모습들을 보며, 청소년기의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독서란 ‘책’이라는 외부에 있는 관념과 지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고, 내가 하는 생각들은 나의 내면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투머로우 잡지의 기사들을 꾸준히 읽고 있는 진주의 중학생들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글에 담긴 긍정의 마인드를 받아들이면서 학생들 마음의 넓이와 깊이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독서교육이 계속 반복되면 미래 꿈나무들의 삶은 더 조밀하고 풍성해질 것 같다. 그리고 이런 학생들과 함께하는 나 역시 하루하루가 새롭고 더 즐거울 것이다. 

글쓴이 김수정

대학에서 상담심리학을 전공했다. 상담심리사, 독서지도사,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진주여중 독서채용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트리풀사회적협동조합 교육이사로서, ‘독서레크리에이션’이란 새로운 교육 교재를 개발해 진주발명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은 바 있다. 독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해서 청소년들에게 책을 통해 마음의 세계를 가르쳐주는 것을 소명으로 삼고 있다. 

김수정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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