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희《우리, 편하게 말해요》

입시 면접, 조별 과제 발표, 사내 아이디어 발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피치 기술 즉 ‘사람들 앞에 나와 말을 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자기표현 시대’라 불리는 요즘은 그 중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3만 명 가까운 이들을 인터뷰한 베테랑 방송인 이금희 씨가 22년 6개월간 대학에서 말하기 수업을 가르치며 쌓은 노하우를 담아 책으로 출간했다. 그 내용 중, 실전 발표에서 알아두면 유용할 팁들을 소개한다. 

언제 어디서든 말하기 연습을 할 수 있다

말하기가 어색한 이들에게 이금희가 제안하는 첫걸음은 ‘입 근육을 푸는 것’이다. 머릿속으로 말을 해야지 생각한다고 곧바로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게 아니다. 말을 하기 위해서 입술을 비롯한 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 곁에 사람이 있다면 함께 대화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혼자 있다면 강아지에게라도 말을 걸어보자. 혹은, 혼잣말로 자신의 일상을 중계방송하듯이 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또한, 내가 전하고 싶은 생각이나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연습도 해보자.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분석하고,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영화 한 편, 책 한 권이 내 것이 된다.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만의 언어가 나온다.

낮게, 천천히

내향적인 사람들은 표현을 잘하는 외향적인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조용하고 차분한 사람에게 끌리고 신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면접을 보거나 시험을 치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신뢰감을 주는 말하기의 비밀은 ‘톤’과 ‘속도’에 있다.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이렇게 연습하자. 살짝 낮은 톤으로 조금 천천히 말하기!  

10퍼센트는 남겨두세요

사람들 앞에서 연설이나 발표할 때 원고를 100퍼센트 완성해두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90퍼센트 가량만 완성하고, 10퍼센트는 남겨두자.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시 고쳐보고 한 번이라도 더, 마지막까지 수정해보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고 돌아보고 되짚어보고, 그러다 보면 하이라이트가 될 마지막 10퍼센트가 불현듯 떠오를 것이다. 

문장을 쓰지 마세요

발표 연습을 할 때 연습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일 좋지 않은 방법은 말할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쓰고 그 원고를 그대로 외는 것이다. 그것은 말하기가 아니라 읽기다. 내가 할 말을 문장으로 쓰지 말고 단어로만 써보자. 핵심 단어만 쓰는 거다. 1분 동안 말을 해야 한다면 세 단어만 써놓고 머릿속으로 단어와 단어를 연결해가면서 말해보자. 1분은 생각보다 훨씬 길다. 처음에는 3~4초 말하면 다음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문장을 쓰지는 말자. ‘말하기’가 아니라 ‘쓰기’ 실력만 자라날 뿐이다. 

발표는 ‘기’ 싸움입니다

발표는 결국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기’ 싸움이다. 초반에 기선 제압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절대로 풀이 죽으면 안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충분한 준비와 연습이 필요하다. 뮤지컬 배우가 노래 한 곡을 1만 번 연습하듯이, 5분 남짓한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를 위해 100번, 200번 반복하여 무대를 준비하듯이 말이다. 혼자 하는 개인 발표라면 30번, 40번, 50번이라도 연습하라고 권한다. 입을 열면 나도 모르게 줄줄줄 말이 나올 정도로 말이다. 

벽을 뚫어라 

기 싸움에서 이기고 단박에 기선 제압하는 또 다른 비결은 소리의 크기이다. 가령, 강의실에서 발표한다면 내 소리가 강의실 뒷벽을 뚫고 나간다는 느낌으로, 큰 소리로 우렁차게 말해야 한다. 이는, 깊은 곳에서 나온 소리를 멀리 보내라는 의미이다. 목에서 나오는 소리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복식호흡으로 발성하면 훨씬 더 쉽다. 복식호흡을 제대로 배우려면 책 한 권은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좀 더 쉽게 배워보려면 유튜브에서 ‘복식호흡’을 검색해 보자. 한 달이나 두 달 혹은 1년쯤 따라 하다 보면 스스로 터득할 것이다. 

호흡은 말의 리듬 

나는 원고를 받으면 제일 먼저 띄어 읽기 표시부터 한다. 오래 쉬는 곳에는 ‘//’ 선 두 개를 긋거나 아주 길게 긋는다. 그보다 덜 쉬고 넘어가는 곳은 ‘/’하나를 긋는다. 아주 살짝 쉬는 듯 마는 듯하면 거기에는 ‘V’ 표시를 작게 한다. 이 초보 단계를 넘어서면 ‘쉬어가기’와 ‘몰아치기’를 적절히 사용한다. 강조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일부러 그 앞에서 잠시 쉬는 것. 이것이 ‘쉬어가기’다. 그러면 듣는 사람이 긴장하며 다음 말에 집중하게 된다. ‘몰아치기’란 평범한 속도로 읽다가 갑자기 빠르게 읽는 방법으로 듣는 이의 호흡 역시 달라져 긴장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다. 운동할 때도 무조건 힘부터 빼라고 하는 것처럼 말하기도 부드럽게, 욕심부리지 말고,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해보자. 

‘스피치’가 어려운 건 아무래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그 부담을 없애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희소식은 있다. 말하기는 ‘타고나는 소질’의 영향도 있지만, 분명 연습을 통해 채워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올해는 이금희 씨처럼,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무엇을 말하면 좋을지’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알려주고자 하는 멘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아주 작은 시도가 생각지 못한 변화를 가져다줄지도 모른다. 

도서《우리, 편하게 말해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온 아나운서 이금희. 그가 지금까지 익혀온 말하기의 태도와 기술을 전한다. 지난 22년간 숙명여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그는 약 1,500여 명과의 일대일 티타임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말하기에 대해 막막함을 가진 이들을 향한 격려와 조언도 책에 빼곡히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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