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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멀어지면서 만난 새로운 즐거움남두성, 즐거운 변화가 이어지다
최지나 기자 | 승인 2023.01.12 03:04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은 다양하다. 변화를 향한 강한 의지로 삶이 바뀌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일의 전개로 변하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에 가면 자연스레 바뀌는 경우도 있고, 누구와 함께하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변화는 반갑지만, 고통스러울 때도 있고 감내해야 할 것들도 많다. 하지만 반대로 즐거운 변화들도 있다. 더 좋아하는 것을 만나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처럼 말이다.

남두성 씨를 만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자신은 ‘6개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술을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술고래’였다고 한다. ‘나도 술 좀 마신다.’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손사래를 치며 도망갈 만큼 술을 즐겼다. 하지만 몇 년 새 그는 술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염려돼서 그런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Q. 연말연시라 모임이 많아졌어요.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이제는 술을 안하니, 약속이 많이 줄었습니다. 술을 안한다고 해야 할지, 못한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그냥 오랜만에 만난 분들과는 따뜻한 밥 한 끼 먹거나 가족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 맞춰 교회에 가서 봉사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Q. 예전엔 술을 얼마나 즐기셨나요?

하하. 제가 얼마나 술을 좋아했냐면요. 식사하려고 밥을 차리면, 저는 그게 밥이 아니고 안주로 보였어요. 그래서 끼니마다 밥을 안주 삼아 소주 한 병 반 정도를 마셨어요. 거기다가 제가 하는 업무가 해외영업이었습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사람을 많이 만나잖아요. 만나면 항상 밥을 먹거나, 대화를 하지요. 술을 곁들어서요. 이러니 매일 마시는 양도 만만치 않았죠.

재밌는 건, 제가 해외영업부에서 중국 담당자로 있었어요. 중국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사업상 많은 관계자를 만났지요. 그런데 중국에는 독한 술이 많잖아요. 흔히들 알고 있는 고량주는 기본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50도가 넘는데, 보통 사람들은 그 술을 소주잔보다 작은 잔에 따라 마셔요. 그런데 중국에서, 중국 사람들이랑 중국술을 마시는데, 술자리에서 기싸움이 일어났어요. 한국 사람으로서 지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 사람들이 큰 잔에 마시면 저도 큰 잔에 마시고, 다섯 잔을 마시면 저도 다섯 잔을 마시고, 또 한 잔을 건네 주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중국 직원들도 저와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하더군요. 제가 술을 하도 많이 권해서, 저만 만나면 도망을 다니고 그랬어요. 그게 또 어찌나 재밌던지, 그럴수록 더 마셨죠.

Q. 그렇게 좋아하던 술이었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제 아내가 교회를 다녀요. 결혼할 땐 교회를 다니는지도 몰랐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힘이 들었나 봐요. 그렇게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저는 “나한테 절대 같이 다니자는 말하지 말아라.”라고 엄포를 놓았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임하는 발령이 나고 얼마 안돼서 아내가 제게 강릉에서 열리는 교회 행사에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그때가 여름휴가라서 마지못해 따라갔어요. ‘강릉이라고 하니까, 회에 소주나 마시고 오자.’라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그 행사가 삶의 전환점이 되었어요. 그곳에서 한 목사님과 신앙상담을 했고, 그 자리에서 예수님을 믿게 됐어요. 그리곤 ‘나의 죄를 깨끗하게 씻어주신 예수님이 내 삶의 주인이 되시면 더없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교회를 다닌다는 이유로 아내를 많이 구박도 했는데, 나를 교회로 이끌어준 아내가 정말 고맙더군요.

Q. 그 뒤로부터 술을 안마셔야겠다고 다짐하신 건가요? 

그 일이 있고 1주일 뒤에 골프 모임에 갔어요. 운동을 하면서 시원하게 맥주 한 잔씩 하자며 사람들이 술을 주는데, 이상하게 먹기 싫더라고요. 저는 술을 안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그날은 “몸이 안 좋아서 오늘은 마시지 않겠다.” 하니까, 사람들 반응이 “그래. 너는 좀 쉬어도 돼. 마시지 마.” 그러더군요. 그 후로 회식을 가든, 미팅 자리에 가든,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나질 않았어요. 그렇게 저절로 술이 끊어졌어요. 그 후로 한국에 2년 정도 있다가 중국 법인장으로 발령을 받아 강소성으로 갔어요.

Q. 갑자기 변한 모습에 사람들이 놀랐을 것 같아요.

처음에 제가 술을 안 마신다고 하니까 아무도 안 믿었어요. 그럴 만도 하지요. 매번 술로 사람들을 괴롭혔던 사람이 마시지 않는다고 하니까 누가 믿겠어요. 그런데 한번은 중요한 손님들을 모시는 자리가 있었어요. 제가 법인장으로 건배사를 맡았는데, 그러려면 잔에 술을 따라야 하잖아요. 처음엔 ‘물을 채워서 할까?’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말리더라고요. 괜히 그렇게 했다가 신뢰가 깨지면 안 된다고요. 그래서 잔에 포도주를 채우라고 하고, 그분들 앞에서 “올 한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 하고 딱 마셨는데, 그때부터 얼굴이 빨개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는 거예요. 머리도 계속 지끈지끈하더라고요. 제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초대한 손님들도 보고, 우리 직원들도 다 봤어요. 그러면서 “저 사람이 진짜 바뀌었다.” 하면서 그때부터 저한테 술 마시자고 안 하더라고요.

사실 영업하는 사람이 술 못마신다고 뒤로 빠지면 안 좋아하는데, 그 당시 술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어요. 그래서 다행히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였죠. 거기다가 원래 잘 먹던 사람이 못 먹는다고 하니까, 많이 눈감아 주셨던 것 같아요.

Q. 몸의 반응부터 달라졌다니 신기합니다. 일상에서의 변화도 많은가요?

그럼요. 즐거움이 그게 전부였던 사람이었으니 말 다 했죠. 다른 사람들도 놀랐겠지만, 가장 놀라운 건 바로 저예요. 내 머릿속에서 술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몸도 변했고요. 술을 안 마시니 모든 일상이 달라졌어요. 밥을 먹을 때나, 사람들을 만날 때나 항상 술을 마셨는데, 그걸 안 하니까 만나는 사람들부터 달라지더군요. 저한테 같이 밥 먹자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어요.(하하)

그 덕분에 배우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시간이 없다며 미뤘던 일들을 하나씩 했어요. 사실 뭔가를 배우려면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예전에는 엄두도 못냈던 일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도 훨씬 늘어났고요. 일부러 교회에 일찍 가서 마음이 잘 맞는 분들과 같이 봉사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게 뭐가 좋을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훨씬 즐겁더라고요. 술 마실 때랑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요.

누군가의 변화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열심히 노력해야만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의 변화는 너무나 쉬웠다. 그래서인지 남두성 씨와 인터뷰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과한 술사랑이 신기하기도 했고, 신기한 변화가 무엇보다 새로웠다. 예전의 그는 자신의 시간을 술과 채웠다면, 지금은 좀 더 다채롭게 자신의 시간을 채운다.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교회를 다니고, 그 안에서 사람들과 만나 타인을 위한 봉사를 한다. 또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늘림으로써 풍요로운 하루를 살고 있다. 그처럼, 우리의 2023년에도 즐거운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본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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