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머로우 독후감 공모전 2등
글 손현수

지나간 삶을 돌아보면 순간순간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좋았던 기억, 아팠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슬펐던 기억이 교차하며 미소 짓기도 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또한 자신이 했던 후회스런 행동들이,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술상의 단골 안주처럼 자주 떠오르곤 한다. 

투머로우 9월호를 보면, 자폐성 발달장애 2급 판정을 받은 민섭이 이야기가 나온다. 그의 어머니는 장애아의 엄마로 살 것이냐, 아니면 정상아의 엄마로 살 것이냐를 놓고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으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은 ‘더 나은’ 것이 아니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 선택하느냐 아니면 꿈과 믿음의 상像을 따라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나에게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에게 소망을 심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돈 많이 벌어 잘사는 것보다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명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런 삶을 동경해왔다.

자폐 아들과의 아름다운 싸움을 선택한 민섭이 엄마의 진솔한 글이 감동을 주었다.
자폐 아들과의 아름다운 싸움을 선택한 민섭이 엄마의 진솔한 글이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크면 클수록 불가능한 현실을 인지하는 감각이 발달하면서 나 스스로 한계를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는 공부에는 적성이 없어. 난 운동을 좋아하니까 운동을 해야지.’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내가 바라는 꿈을 따라 앞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해 놓은 한계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왔다. 그 결과, 오랫동안 하던 운동도 그만두게 되고 지금은 그것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싫거나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 한계 안에서만 앞길을 선택한다면 나는 문제 앞에 좌절하고 절망하며 불행한 삶을 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기사 내용 중에,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1,000번의 실패를 했는데 어떻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냐?”고 질문한 기자에게 에디슨은 “나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1,000번의 단계를 거쳐 이 전구를 만들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 마음 안에서 에디슨의 답변이 크게 울려 퍼졌다. 다시 내 꿈이 살아나는 듯했다. 

나라는 사람은 성격이 우유부단해서 답답한 구석이 많고, 친구들에게 기쁨은커녕 불편을 안겨주는 존재다. 하지만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이 다시 생겨났다. 그래, 나는 앞으로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소망을 심어주는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아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가 건강이 좋지 않았을 때 “아프지만 나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때 그는 심한 위궤양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무엇이든지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라는 성경 구절을 읽고 그대로 믿었다. 배는 계속 아프고 설사를 하는데도 그 작가는 믿음의 상像을 따라 다 나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이든 먹었다고 한다. 사실, 아프지만 나았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미 ‘병이 나았다’는 믿음의 상이 마음에 만들어진 사람은, 아프니까 나은 게 아니라는 말을 받아들일 수 없다. 마치 에디슨이 실패했다는 말을 용납하지 않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한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옷을 빈티지룩으로 입을지, 클래식룩으로 입을지와 같은 사소한 선택부터,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선택까지 우리의 삶은 계속되는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민섭이 엄마가 아들과 아름다운 싸움을 해갈 수 있었던 것은 ‘민섭이는 정상이야.’라는 말을 따라 정상인이 된 민섭이가 이미 마음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내가 본 것이나 경험을 중시하지 않고, 먼저 마음에 믿음을 가지고 앞길을 선택해갈 때 내가 달라지고 내 주변도 변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수상 소감 >

솔직히 글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상을 타리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중학교 이후로 독후감을 써본 적이 없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며 글쓰기에 대해 공부도 하고 좋은 글들을 찾아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재로 잡은 민섭이 어머니의 글은 나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체능으로 받은 상은 제법 있지만, 글쓰기로는 처음 받은 상이라서 더 기쁘다. 투머로우 독후감 공모전이 나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 주었고, 투머로우 잡지와도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