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세계 1위였다. 나머지 5%는 전화 통화에 주로 사용하는 피처폰 사용자들로 나타났다. 소셜 미디어를 대표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의 사용자 비율도 우리나라가 세계 최상위에 속하는데, 이것은 어린아이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내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직접적 영향을 준 것은 코로나19였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비대면으로 바꿔놓았고 수업이나 업무가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사람과 인터넷과의 연결로 전환시키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온라인on-line 상태에서 지내고 있으며, 오프라인off-line 시간은 잠잘 때를 제외하고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나도 ‘디지털 중독’일까?

스마트폰은 초소형 컴퓨터에 전화 기능을 더한 기기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면 종일 컴퓨터를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셈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놀이문화가 뛰고 달리는 외부 활동보다,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쪽으로 변해, 이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부작용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흔히 ‘중독’이라 하면 뭔가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중독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괴롭히고 힘들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알코올이든, 스마트폰이든, 어떤 것에 일단 빠지면 거기에만 집착해서 다른 것엔 신경을 끊고 돌아볼 줄도 모르게 된다. 또한 빠져드는 정도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함으로써 나중의 결과가 해로운 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그 상태를 지속해간다. 결국 중독 때문에 일상생활이 깨지고 신체적•심리적 측면은 물론,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적응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중독은 크게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으로 분류된다. 과거에는 물질중독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요즘은 행위중독에 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물질중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알코올, 마약, 니코틴, 카페인 등과 같은 물질이 몸에 들어가 기분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행위중독은 도박, 인터넷, 스마트폰, 성, 쇼핑 등의 행위로 인체 호르몬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중독’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가 없으면 불안을 느끼는 증상으로,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 사고력이 저하되는 현상을 말한다.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알고리즘 

우리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업무나 학업 외의 여유 시간에는 스마트폰의 각종 앱을 클릭하며 보내기 십상이다. 앱의 대명사로 불리는 유튜브를 통해 우리는 신속하게 뉴스와 각종 정보를 검색하고, 유튜브는 내 취향에 맞게 ‘나를 위한 콘텐츠’를 계속 추천해준다. 유튜브 최고 상품담당자CPO 닐 모한은 2020년 3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튜브 시청 시간의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이며, 알고리즘 도입으로 비디오 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나도 잠들기 전에 정치와 경제 뉴스를 자주 보곤 했는데, 알고리즘(*알고리즘algorithm : 사용자의 이용 기록과 각종 개인 정보 등을 토대로 이용자 개인에게 ‘맞춤형’ 콘텐츠나 광고를 보여주는 일련의 규칙이나 전반적인 시스템을 뜻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업체의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 어디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좋아하는 주제는 무엇인지 파악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선별해 제공한다. 이런 특성이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때문에 계속 이어지는 추천 영상에 빠져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눈이 충혈되고, 머리가 아픈 채로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 유튜브는 나보다 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궁금해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와 기호가 비슷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상을 끝없이 추천해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 의도나 생각과 상관없이, 스마트폰 모니터에 올라온 영상에 마음이 끌려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제법 있었다.

자녀들을 보자. 취향에 맞는 영상을 검색해보다가 점점 빠져들고, 스스로의 자제가 어려울 만큼, 스마트폰 보는 일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익숙한 아이들은 어른보다 더 신속하게 온라인 채널로 소통하며, 소셜 미디어나 동영상을 제작할 줄도 안다. 따라서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을 우려하는 부모의 목소리가 아이는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나친 시청은 편향적 사고를 갖게 해   

대학에서 행정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나는 대학생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은 편이다. 한번은 학생들에게 유튜브,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학생들의 답변에서 공통점을 추려보면, 보통 하루에 2시간 이상 여가시간을 즐기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유튜브를 보고 듣는다고 했다. 매일 보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보던 것이 습관이 되었다고 했다. 영상을 보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돈도 안 들고, 내가 평소에 할 수 없는 자극적인 말과 행동을 유튜버들이 해주니까 대리만족을 느끼며, 지루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좋다는 장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부를 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지나친 영상 시청은 사고력이나 기억력에 장애를 가져오고, 시력저하 및 불안심리를 조장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 아무런 잡념이 생기지 않고 빨리 몰입할 수 있죠. 뇌를 덜 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해요. 그리고 덜 심심하잖아요.”라며 한 여학생은 소셜 미디어 사용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자극적인 영상들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스마트폰 사용자의 마음은 들뜨기가 쉽다. 스마트

폰 영상은 보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바람직한 결론을 이끌어내기 전에 유튜버 의견에 동의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사용자가 자기 소신이 정확히 형성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일수록 유튜버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편향적 견해를 갖기 쉽다.

불편한 것이 좋다?

현장에서 내가 부딪치는 이런 고민들을 우연히 교육 전문가를 만났을 때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분은 이렇게 답해줬다. “생활에 불편한 것들이 사실은 우리 심신의 건강에 좋은 것이 많아요. 영상은 내가 인식하고 받아들이기도 전에,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계속 흘려보내 내가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절대로 허용해주지 않아요. 그래서 나는 클릭 한번으로 가능한 인터넷 신문보다 다소 불편한 종이 신문을 아직도 봅니다.”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섞여 있는 유튜브 방송을 듣다보면, 가치 기준도 균형을 잃고 절뚝발이 사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인쇄된 종이신문은 활자 크기나 기사 배열의 위치 등을 고려하면서 내가 선택해 읽는다. 그래서 종이신문이 인터넷 뉴스보다 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더 유용하며, 소신 있는 사고력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종이책을 따라올 수 없는 스마트폰

최근에 전자책 시장의 성장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자책은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며,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으면 종이책보다 독해력이 더 떨어진다는 결과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나와 있다. 일본 쇼와대학교 연구진은 34명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A, B 두 권의 책을 종이책과 스마트폰 중 하나의 방식으로 골라 읽게 한 뒤 책에 관한 퀴즈를 풀도록 했는데, A책과 B책 모두 종이책으로 읽은 사람들의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이에 연구진은 스마트폰 독서가 인지부하(*인지부하 : 학습자가 특정 과제를 수행할 때 처리 가능한 정보보다 처리해야 할 정보가 더 많아서 생기는 혼란.) 를 높여 집중할 때 나오는 ‘깊은 호흡’을 억제하고, 뇌 전두엽의 학습과 관련된 부분을 과하게 자극해서 기억에 잘 남지 않게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몸에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하루 칼로리가 있다. 성인 여자의 권장 칼로리는  2,000kcal,  성인  남자는 2,700kcal이다. 하지만 과도한 칼로리 섭취는 비만 또는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은 우리에게 신체적‧정신적 부작용을 일으킨다. 건강한 몸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 것처럼, 건강한 마음을 위해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중독은 스스로 알기도 어렵고, 치료도 어렵다.

사고력과 자제력 훈련이 필요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인터넷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부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너, 또 게임했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왜 게임만 하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와 같은 질타와 훈계를 자주 하는데, 그런 태도로는 자녀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 잔소리하는 부모에 대해 불신감만 주고 관계는 더 악화될 뿐이다. 

배려와 존중으로 아이와 소통하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서로 이야기해서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정하고, 아이가 다른 것들에도 두루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야외활동을 하거나 캠핑을 가서 부모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둘째, 사고하는 법을 어려서부터 길러야 한다. 미래를 바르게 찾아나가는 사고력이 부족하면 우리는 즉흥적으로 행동한다. 자연히 실수가 많아지고 잘못된 길로 들어설 확률도 높아진다. 즉흥적인 행동이 불러온 작은 실수들은 마음의 자책으로 그치지만, 큰 실수는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후회의 길로 가게  만든다. 하지만 사고력을 키우면 앞날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해지므로 자녀가 잘못된 길로 들어설 확률이 줄어든다. 

셋째, 자제하는 법을 길러줘야 한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아이들의 참을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이 끝난 1953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였다. 세계 최빈국에 속했던 우리가 2021년에는 35,000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무역 8위의 경제력을 겸비한 나라로 급속히 발전하면서 우리 삶의 환경도 매우 향상되었다. 그런데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그와 비례해서 커지지 않는다. 욕구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제란 자기의 욕구나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높아진 욕구를 해결하지 못해 불행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며, 이혼율은 아시아에서 1위이다. 반면에 행복지수는 전 세계 59위에 그치고 있다. 자제력을 키우기 위해 어려서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참아보도록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가르쳐야 한다. 자제력은 스스로 터득할 수 없는 영역이어서 그렇다.

내 생각의 틀을 깨보자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설계하고 도전해가는 곳이다. 따라서 깊은 사고력과 남다른 창의력이 요구된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든 어른이든 양방향이 아닌, 한방향의 교육을 받았고 물질적 성과를 중요시하는 문화 속에 살아왔다. 그래서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고, 자기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면 여전히 경쟁이 심하고 사회는 바쁘게 돌아간다. 하지만  ‘내 생각의 틀’을 한 번 깨보기 위해 고민하고 꾸준한 책읽기와 표현하기를 쌓아간다면, 돈으로 살 수 없는 마음의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아이는 부모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의 말씨, 행동이 아이들의 성품에 고스란히 새겨진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유튜브 영상물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 생각하는 힘은 더 약해진다. 아이들보다 부모가 먼저 모니터와 멀리하고, 지역사회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책읽기 모임에 참석할 것을 추천하고 싶다. 주변의 인적 네크워크와 끈이 두터워지면 전보다 훨씬 건강한 마인드가 만들어지고, 그것은 아이에게 자연스레 전달될 것이다. 

글쓴이 노순미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중앙항업(주) 기획실, 농어촌공사 조사설계처를 거쳐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술경영융합대학에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2020년 교육부 혁신행정업무 유공자, 노원구 평생학습 증진 유공자로 선정되었다. 이외에 별내 ‘시월에 독서모임’ 대표로, 지역사회에서 강연과 토론회를 펼치고 있다 이런 재능기부 활동의 바탕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교육철학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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