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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
최지나 기자 | 승인 2022.12.05 14:09

12월이 오면,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크리스마스에 담긴 의미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날에 가족, 친구 간의 따뜻함을 느끼고, 서로를 생각하며 고른 작은 선물을 나누며 넉넉함을 느끼곤 한다. 이런 내용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나 홀로 집에’, ‘코코’, ‘폴라 익스프레스’, ‘러브 액츄얼리’ 등등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다. 그중 오늘날의 크리스마스 문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크리스마스 캐롤’ 살펴보자. 1843년도에 발표된 이 소설은 거의 2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영화, 뮤지컬, 연극, 드라마로 다시 태어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구두쇠 ‘스크루지’라는 인물을 만들어냈다.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에 담긴 어떤 메시지가 이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왜 기억되는지 감상해본다.

‘크리스마스 캐롤’ 스토리

기자가 본 영화는 2009년 개봉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인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이 영화는 스크루지의 친구 ‘말리’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말리의 장례식에 사용된 노잣돈마저 아까워서 다시 가져오는 구두쇠의 전형 ‘스크루지’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차가운 사람, 가난한 삶을 싫어하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조차도 싫다. 그만 제외하고 모두가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가, 1년 중 가장 못마땅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에 대꾸조차 하지 않는다.

스크루지에게는 죽은 여동생이 낳은 아들, 조카가 한 명 있다. 그의 유일한 혈족인 조카는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스크루지를 찾아와 저녁 식사에 초대하지만, 거절당한다. 스크루지는 가난하면서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조카가 한심한 모양이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부하직원 ‘밥’은 적은 월급에도 감사하며 일한다. 하지만 스크루지는 ‘밥’에게 항상 모진 말을 내뱉고, 조금만 잘못해도 해고시킬 것처럼 압박한다. 밥은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늦게까지 일하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퇴근 후 가족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할 생각에 들떠, 일이 마치자마자 집으로 달려간다.

스크루지는 크리스마스라고 들떠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다. 그는 성탄절 전야에 홀로 식사를 하러 가는 중이다. ⓒImageMovers Digital LLC. All Rights Reserved.

반면 스크루지는 언제나 그렇듯 쓸쓸히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 그의 곁엔 아무도 없다. 식당에서뿐 아니라 큰 저택에서도 그는 늘 혼자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해서 지금 얼마만큼 부유한지를 보여주는 큰 저택이지만, 그 곳엔 스크루지 외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 굳게 닫힌 저택 문을 열려는 순간, 죽은 친구 ‘말리’의 영혼이 손잡이에 나타난다. 너무 놀란 스크루지는 이내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집 안으로 들어가지만, 평상시와 다를 것 없는 집이 왠지 으스스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크루지 눈 앞엔 7년 전 크리스마스이브에 죽은 친구 ‘말리’가 죄의 사슬에 묶인 채 나타난다. 죄로 인해 구천을 떠돌고 있는 말리는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아온 스크루지에게 “내 사슬이 이 정도인데, 7년 동안 너의 사슬 무게는 더 늘었을 것”이라며, “아직 너에게는 기회가 있다. 오늘 저녁 세 명의 혼이 너를 찾아올 것이다.”라는 충고와 함께 떠난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는 스크루지 앞에 첫 번째  ‘과거’의 혼령이 찾아온다. 어린 시절 따돌림을 당하던 그, 사랑하는 여동생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그,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그의 모습이 하나씩 스쳐 지나간다. 그 당시의 스크루지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돈을 모으면서, 가난한 게 싫었던 그는 점점 돈에 집착하게 된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여동생은 결혼 후 죽고, 그의 곁을 지키던 사랑하는 여인마저도 차갑게 변해버린 그를 떠난다. 

그 다음 스크루지 앞에 나타난 두번 째 혼령은 ‘현재’였다.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부하직원 ‘밥’은 주급 15실링으로 여러 가족을 부양하고 있다. 거기에 막내는 몸이 아프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었다. 막내를 보며 현재의 혼령은 ‘저 아이는 곧 죽는다’ 라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에게 스크루지가 내뱉은 독설을 똑같이 해준다. 스크루지가 막내에게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는데, 그때 밥이 가족들과 식사 전에 “스크루지를 위하여”라며 축사를 던진다. 밥은 스크루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조카의 집을 보여주는 현재의 혼령. 못된 고집으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놓친 스크루지가 불쌍하다며, 조카와 그의 친구들은 그를 조롱한다.

그의 친구였던 ‘말리’가 스크루지를 찾아와 자신에게 묶여 있는 죄의 쇠사슬을 보여주는 모습.ⓒImageMovers Digital LLC. All Rights Reserved.

이제 남은 마지막 혼령은 ‘미래’였다. 사람들은 어떤 사람의 죽음에 대해 비웃으며, 손가락질한다. 누군가는 더 이상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누군가는 그 사람이 죽을 때 입었던 옷을 팔아버린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눈치챘음에도 그 사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스크루지는 미래의 혼령에게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묻고, 슬퍼하는 사람은 ‘밥’ 뿐임을 알게 된다. 그제야 자신의 비참한 죽음과 철저히 혼자였던 삶을 후회하는 스크루지. 세 명의 혼령과 짧은 여행을 마친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불우한 이웃을 돕고,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준 ‘밥’을 아끼며 그의 가족을 돕는다.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조카와 맛있는 식사를 함께하며, 외로움의 자리를 따뜻한 교류로 맞바꾼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는 내내 ‘이 소설이 1840년대에 나왔다고?’ 의심될 만큼, 200년이 지난 지금에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어느샌가 가족의 자리를, 감사의 자를 대신해버린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스크루지가 그토록 집착했던 ‘돈’이다. 스크루지는 가난했던 시절, 가족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때를 생각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다. 하지만 어느새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되었고, 씁쓸하게도 그는 돈이 많으나 적으나 여전히 혼자다. 돈밖에 모르던 그를 보고 있자니, 현대 사회가 지닌 문제를 그대로 그려놓은 듯하다.

그 앞에 죽은 ‘말리의 영혼’이 나타난 건 어쩌면 행운일 것이다. ‘돈’이라는 거대한 저택에 갇혀 살던 그를, 저택 밖의 세상으로 데리고 나왔으니. 세 혼령은 그의 모습을 과거에서부터 현재, 미래로 보여주며, 가졌던 것과 잃었던 것, 그리고 앞으로 잃어갈 것에 대해 알려준다. 자신의 회사, 저택 외엔 관심도 없고, 쳐다보지도 않아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말이다. 혼령을 따라 나온 그곳엔 돈은 없었지만, 서로를 향한 감사함과 고마움을 나누며 전해지는 따뜻한 정이 있었고,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랑이 있었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를 기회로 평소 챙기지 못했던 이웃들을 챙기며 돕고, 평상시에는 바쁘다며 만남을 미뤄왔던 친구들을 만난다. 돈을 좀 쓰더라도, 삶이 어렵더라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느끼고,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으니 거기에서 내일을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1. 어린 시절의 스크루지는 가난하고, 함께할 가족도, 친구도 없는 외로운 아이였다. 크리스마스 날, 홀로 있는 모습. 2.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과 처음 만난 날을 바라보는 스크루지. 젊은 스크루지는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순수했다. ⓒImageMovers Digital LLC. All Rights Reserved.
3. 부하직원인 ‘밥’과 그 가족들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모습을 바라보는 스크루지. 밥은 진정으로 스크루지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ImageMovers Digital LLC. All Rights Reserved.

우리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서로를 생각하며 고른 선물을 주며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표현하고, 같이 밥을 먹으며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화를 나눈다. 다만 예전보다 부유해진 오늘날은, ‘칠면조 대신 닭을 먹어도 행복한 때’는 아닐 수 있다. 서로를 향한 마음의 크기를 ‘값비싼 선물’로 측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도 스크루지처럼 진짜 중요한 걸 놓치고 살 수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선물 안에 담긴 내면의 깊이를 느껴보면 어떨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상대방이 행복해할 모습을 상상하며 골랐을 마음의 크기를 선물로 받아보자. 그걸 느낄 때 비로소 행복하기 때문이다. 스크루지가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했을 때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았듯이 말이다. 

1. 스크루지가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조카와 함께 식사를 하며, 미소를 띄고 있다.
2. ‘밥’의 막내 아들을 안고 거리를 걷는 모습. 그는 밥의 대부가 되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준다. ⓒImageMovers Digital LLC. All Rights Reserved.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
영국의 소설가이자 사회 비평가인 그는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위대한 영국 작가로 평받는다. 그의 책은 가난,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사회 비판적이 요소가 가미되어 있으면서도, 유머스럽고, 어렵지 않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힘있게 전한다. 그의 작품에는 <데이비드 코퍼필드>, <위대한 유산>,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두 도시의 이야기> 등이 있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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