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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부터 알아본 의좋은 형제이스라엘 수석 랍비 요나 메츠거 Great Rabbi Yona Metzger
조현주 기자 | 승인 2022.12.02 09:46
수석 랍비 요나 메츠거 Great Rabbi Yona Metzger
1953년 하이파에서 태어났다. 랍비가 되기 전엔 군인이었고, 텔아비브에 있는 회당의 랍비로 봉사를 시작했다. 후에 북부 텔아비브의 지역 랍비로 임명되었고, 2003년에 이스라엘 수석 랍비로 선출되었다. 그가 수석 랍비가 되었을 때 이스라엘 역사상 최연소 랍비라는 기록을 세웠다. 10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그중 2권은 이스라엘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받았다. 유대인과 비유대인을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종교 지도자이다.

밤하늘에 무수한 별처럼, 우리의 삶에도 수많은 만남이 있다. 어떤 별은 유난히 총총 빛나고, 어떤 별은 명멸하다가 유성처럼 사라진다. 별이 그렇듯이, 우리 인생에서도 만남이 다 같지는 않다. 

한국인에게 유대교는 교과서에서 배운, 아직은 낯선 종교다. 그 유대교에서 요나 메츠거 수석 랍비Great Rabbi Yona Metzger는 최고의 영적 지도자이며, 이스라엘 젊은이들에게도 대단히 존경받고 있는 유명인이다. 그의 일과엔 누군가와의 ‘만남’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엔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고, 자주 보는 사람도 있다. 그를 만나려고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더러는 그가 찾아가기도 한다. 

그는 다른 종교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예루살렘 하레딤(유대 근본주의 공동체)과 아르메니아 기독교 공동체 사이의 분쟁을 중재한 바 있는 그는 ‘종교 유엔’ 설립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가톨릭, 기독교, 불교, 정교회, 성공회, 이슬람교, 힌두교 등 전 세계 종교 지도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왔다. 세계 평화를 위하는 일에 늘 앞장서 온 그가 지난 봄, 이스라엘의 지에브 엘킨 장관 초청으로 텔아비브를 방문 중이던 박옥수 목사 일행을 화합 도모의 차원에서 만났다. 

지난 봄, 텔아비브에서의 첫 만남  

처음 시작은 종교 지도자들의 의례적인 만남이었다. ‘의례적’이라는 말의 뒷면엔 ‘형식적’이라는 뜻도 있기에, 팽팽히 대립각을 세우거나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할 부담이 없는 편안한 만남을 말한다. 오찬 모임이니 그는 1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수행원들과 같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유대교 수석 랍비와 기독교 목사는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 제사법과 모세의 율법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갔다. 박옥수 목사가 먼저 제사법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풀어 이야기했고 요나 랍비가 질문을 했다. 이렇게 성경에 언급된 유대 율법과 절기에 관해 질문과 답변을 해가며 열띤 시간을 보냈다. 1시간 예상했던 모임은 4시간이 지나서야 일단락을 지었다. 

헤어져 돌아오면서 그는 마음이 묘하게도 벅찼다. ‘한번 만남’으로도 기억이 선연히 승화되는 아름다운 인연이 있듯이, 나란히 서면 어깨밖에 안 오는 키 작은 목사가 자꾸 생각이 났다. 얼마 뒤, 그는 이탈리아와 조지아, 프랑스 등지로 바쁘게 출장을 다녔고, 그 와중에도 간간히 그와 나눈 대화들이 떠올랐다. 그는 박 목사가 지향하는 교육과 신앙에 관해 더 알고 싶어서 한국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오찬 모임 자리였는데 사진을 보면 마치 계약 협상 테이블처럼 열띤 분위기가 전해진다. 처음 만나서 4시간 동안 아이패드로 성경을 찾아가면서 의미 깊은 대화를 할 줄은 몰랐다고. 첫 만남 이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신뢰와 존경을 조금씩 쌓아가기 시작했다.

여름, 서울과 부산 그리고 대덕산 가는 길 

유대인 전통 복장으로는 견디기 힘들, 덥고 습한 7월에 그는 수행원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 그에게 한국은 처음이었고, 유대교 수석 랍비의 한국 방문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요나 메츠거 수석 랍비는 수천 명의 대학생들이 모인 월드 캠프에 참석했고, 행사 초반에 이렇게 연설했다.

“박 목사님을 4개월 전에 이스라엘에서 만나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성경 전체를 온 마음으로 다 아시는 목사님이었습니다. 성경을 시작부터 끝까지 다 외우시는 그런 분은, 기독교든 유대교든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젊은 학생들이 왜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믿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1주일 방한 기간 중, 기자는 수석 랍비를 인터뷰했는데, 지면 관계상 그와 나눈 대화 중 청소년 교육 관련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대학생 캠프 참석차 오셨는데 랍비님의 청소년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유럽에 살고 계시던 부모님이 나치를 피해 이스라엘로 귀환하셨고, 하이파에 정착하셨어요. 우리 가족은 부모님과 아들 삼형제였죠. 그런데 방은 두 개였어요. 아버지는 삼형제가 같이 한 방을 쓰게 했습니다. 같은 방을 쓰면 같이 사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요. 사람은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가르치셨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며 사는 것을 저희들에게 강조하셨습니다. 

제 청소년 시절은 평범합니다. 가난했지만 가족들과 사이가 좋은 가운데 성장했어요. 랍비가 되기 전까지는 기갑여단에서 탱크를 몰았고, 틈틈이 바닷가에서 인명구조원으로 봉사활동도 했습니다. 아, 제가 노래를 참 좋아했어요. 6살 때부터 8년간 이스라엘 합창단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이 부르는 ‘라쿠카라차’ 노래를 들었을 때 갑자기 옛날 기억이 났어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자주 불러주신 노래였거든요. 반가운 마음에 동영상으로 찍어 바로 동생에게 보내줬습니다.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회당에서 가끔씩 노래를 부르는데, 루치아노 파바로티 같다는 말도 들었어요.(하하) 

가장 감동이 컸던 곳은 대덕산 위의 링컨중고등학교였다. 그가 만난 최고의 학생들, 최상의 학교 시스템이었다.

이번 한국 방문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을 하나만 선택하신다면요?

많은데 하나만 고르라니… 어느 날 아침 일찍 나를 차에 태워 박 목사님이 3시간 30분을 운전해 가는 겁니다. 어느 산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처음에는 ‘어디 가나?’ 싶었는데, 산 위에 학교가 있었어요. 나는 두 번 놀랐습니다. 하나는 학교 자체가 너무 훌륭하고 학생들이 너무 대단해서 그랬어요. 그 학교는 이스라엘의 엄격한 종교인 학교보다 훨씬 더 정숙했어요. 그리고 어른을 진심으로 존중할 줄 아는 눈빛을 가진 학생들이었습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그 학교를 나한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목사님의 마음이었어요. 얼마나 보여주고 싶으면 몇 시간씩 차를 타고 가자고 했을까? 나라면 그렇게까지 어떤 사람에게 정성을 들이지 않을 것 같은데, 매사에 마음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분은 저렇게 사는구나! 그날 목사님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학교를 둘러보면서 요즘 청소년들의 문제와 연관해 생각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청소년 교육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습니다. 제 아내도 그렇고요. 이 시대 청소년 문제의 발단은 우리가 이전보다 너무 잘 살게 된 것에서 비롯했다고 봅니다. 청소년들이 고민하고 고생해서 뭔가를 얻는 일이 거의 없어요. 모든 것을 다 쉽게 받는 세상이 되었죠. 제일 어려운 일이 스마트폰을 안 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학생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풍요롭다는 거죠. 문제는, 너무 쉽게 얻으면 나중에 너무 쉽게 버려진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만약에 시계가 망가지면 요즘 학생들은 미련없이 그냥 버립니다. 그러면 새 것이 또 생기니까요. 옛날 같은 경우에는 시계가 다 망가졌어도 고쳐 쓰려고 했죠. 하지만 지금은 뭐든 버리려고 합니다. 이쪽이 작동하지 않으면 버리고, 저쪽이 보기 싫으면 또 버리고, 그러다가 나중에는 버리는 대상이 물건이 아닌 친구가 되고, 더 중요한 가족으로까지 확장됩니다. 결국 그런 잘못된 생각이 한 사람을 그르치게 만드는 것이죠. 

어느 유대인 종파는 아예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합니다. 전화 용도로 사용하면 편리한데, 요즘 청소년들이 몰라도 될 것, 안봐도 될 것들을 스마트폰으로 너무 쉽게 접하고 있습니다. 물론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악합니다. 그런데 그 악한 마음이 예전에는 속에 묻혀 있어서 숨기기라도 했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지금 세상엔 모든 게 다 드러나니까 사람들이 이상하게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지난 10월에 열린 평화 콘서트에서 축사를 했다. 음악회가 끝난 뒤, 그의 가족과 지인들을 박 목사에게 소개시켰다. 그리고 다음엔 남미 대륙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청소년 교육의 대안을 어떻게 보시는가요? 

앞으로는 알파세대 청소년들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와 조직이 있어야 합니다. 유대인에게는 ‘탈무드’라는 훌륭한 책이 그동안 교육의 받침이 되어 왔는데요. 국제청소년연합을 보면서 어떤 대안이 될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세계 평화를 위한 명분이 분명하고 청소년들의 잠재력을 발견해 개발해줄 뛰어난 교육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캠프에 참석하면서 그런 확신이 생겼습니다. 박 목사님의 얘기를 들어보면, 성경을 100퍼센트 그대로 믿어서 삶의 모든 어려움을 이겨왔고, 그로 인해 대단한 목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분이 만든 단체들은 국제적인 네트워킹도 갖추고 있어서 행사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진행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도 큰 행사들을 해봐서 알지만, 매년 많은 사람들을 모아 캠프를 여는 일이 경제력이 충분하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같은 신념과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할 수 있습니다. 

가을, 다시 텔아비브에서의 재회

그는 이스라엘로 박 목사를 초대하고 싶었다. 마침 한‧이스라엘 수교 60주년에, 박옥수 목사 복음전도 60주년이 10월에 있다는 걸 알았다. 여기에 와서 음악회를 멋지게 하자며, 그는 직접 초청장을 써서 한국으로 보냈다. 박 목사가 그라시아스 합창단을 데리고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가 제일 먼저 다가가 반갑게 맞이했다. 귀한 친구가 머무는 1주일 동안 그는 일정과 동선을 살피고, 3일간 이어진 콘서트에 모두 참석해서 기쁜 마음으로 축사를 했다. 두 도시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는 현지인들에게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고, 그의 마음도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원래 랍비와 목사는 종교, 언어, 생각, 관습이 대부분 다르다. 하지만 이제부터 두 사람은 하나님 안에서 만난 친구가 되어, 친구가 없어 외로워하는 청소년을 위해 손잡고 일을 해갈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뒤늦게 만난 랍비와 목사. 그래선지 두 사람은 계절마다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의좋은 형제처럼, 해맑게 웃고 서 있는 모습이 보는 사람의 마음도 활짝 열어주는 듯하다.

인생은 만남과 그 만남을 기다리는 연속선상에 있다. 공자는 우리 삶의 세 가지 기쁨 중 하나로,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는 기쁨’을 꼽았다. 찾아오는 친구의 설렘은 물론, 그 친구를 기다리는 친구도 사무치고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좋은 친구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을 졸이고 들뜨게 하는 일이 있을까? 다음해 봄, 두 사람은 남미에서의 만남을 약속했다. 그날이 오길 기다리면서 그들은 이미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겨울이 오면, 곧 친구 만날 봄도 멀지 않으리니.   

조현주 기자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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