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관점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최우수상

글 남인선

11살, 9살, 7살, 4살의 4남매를 키우는 나에게 여행이란 극기훈련과 같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은 그냥 있는 말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젖병과 분유, 기저귀부터 4명 아이들의 여벌옷과 비상약, 마지막으로 남편과 내 짐까지 챙기다 보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미 몸이 지치기 일쑤였다. 또 그렇게 떠난 여행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의 돌발상황들로 인해 여행이 주는 여유나 운치는 느낄 틈이 거의 없었다. 오래만에 방문하는 양가 어르신 댁에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4살, 7살 아들들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정신이 없으신 듯했다. 게다가 사춘기를 앞둔 11살 큰 딸과 예민함의 극치인 9살 둘째 딸은 반찬투정까지 해서 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나에게는 낯선 여행지보다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우리집이 최고였다.

그런데도 내 마음은 참으로 이상하다. 불편하고 눈치보이고 힘들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한 번씩 불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말이다. 회사에서 뜻하지 않은 휴가를 받은 남편이 집에서 푹 쉬기보다 아이들과 어디론가 떠날 계획부터 먼저 세우는 걸 보면 여행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투머로우 7월호에 나온 여행작가 최갑수의 기사는 내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바꿔주었다.
투머로우 7월호에 나온 여행작가 최갑수의 기사는 내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바꿔주었다.

흔히 인생은 여행에 비유되곤 한다. 투머로우 7월호에 나온 여행 작가 최갑수 씨도 여행을 통해 ‘여행이 삶이다’라는 말에 수긍을 한다니, 우리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여행인가 보다. 일부러 일상을 떠나는 것만이 여행이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도 여행의 일부라고 최갑수 씨는 말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의 일상이 특별하고 매력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매일 4명의 아이들과 전쟁통 같은 집안을 치우고 정리하고, 돌아서면 또 전쟁통이 되어 있는 집안도,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을 하느라 내가 먼저 돌아버릴 것 같은 일상도 여행의 관점에서 보니 나름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 같다.

4명의 아이들이 치고받고 싸우는 소리도 짜증이 아니라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2022년 8월 25일자 <뉴욕타임즈> 뉴스 헤드라인에는 대한민국 출산율이 세계 최저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6년 연속 출산율이 감소하여 2021년 조사에서 가임여성 1명당 약 0.81명을 출산한다고 하니 미국 1.66명, 일본 1.37명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인구 소멸의 위험에 있다고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가임여성인 내가 4명의 아이를 출산한 것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육아 스트레스로 인해 수시로 짜증이 날 때도 많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여행의 관점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6명의 우리 가족은 시작부터 이미 특별한 여행을 떠나 하루 하루 새로운 날들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주 다른 사람들의 인생과 내 인생을 비교하며 ‘저 사람처럼 살면 어떨까? 내가 지금 느끼는 이런 저런 힘든 점들은 없겠지?’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5명의 가족과 함께 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나 혼자 산다’인데, 어쩌면 지금의 나는 혼자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부러워하며 보는 것만으로 대리만족을 했던 게 아닐까.

그런데 여행지에서 죽을 뻔한 일을 겪으며 인생에서 간절한 것이 무엇인지, 가족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를 뼈저리게 느꼈다는 최갑수 여행작가의 말은 내가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인생에서 가장 간절하고 중요한 존재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 평범한 나의 일상이 전혀 당연하지 않다고, 나는 하루하루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고,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삶이 좋아보여도 내가 하고 있는 이 여행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 제일 좋은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 내 삶의 여행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내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준 투머로우 잡지에 감사드린다.

수상 소감

“자주 읽어온 투머로우 잡지가 글쓰기의 밑거름이 된 것 같아요. 집안일과 육아에 지쳐 있다가, 독후감을 쓰면서 ‘인생=저마다 사연이 담긴 즐겁고 특별한 여행’으로 제 관점이 바뀌었어요. 인생은 특별한 여행이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