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꾸는 매거진 ‘투머로우’의 창간 13주년을 맞아, 우리는 10월호에서 잡지 한 권의 쓸모에 대해 되짚어보았습니다. 매달 투머로우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만남, 초중고 학생들의 맞춤형 인성교재로 활용되는 여러 사례들, 전국적으로 열리는 투머로우 말하기대회와 독후감 공모전 등을 살펴 보았는데, 이 기사들을 읽으면서 투머로우가 단순히 종이 위에 인쇄된 잡지를 넘어, 독자의 마음에 감동의 울림을 주고 행복지수를 조금씩 높여주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지난 9월에는 마인드교육 전문기관인 스페셜마인드교육원(김용석 연구소장)이 주최하고, 중구자치신문과 함께희망후원회가 후원한 ‘투머로우 독후감 공모전’이 열렸고, 온라인으로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서울 종로구와 중구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대회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한국문인협회 이미옥 서울중구지부장은 “응모작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고 내용이 따스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진한 감동을 주는 잡지가 13년째 발간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반갑네요. 학교 폭력이나 가난 등으로 어둡고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도 이 책에 담긴 밝은 기운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투머로우는 앞으로 더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큰 잡지입니다.”라고 심사평을 해주었습니다. 이 공모전에서 수상한 세 편의 독후감을 소개합니다. 

대상 채은정

마인드 초기화!
‘느리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이’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지 2년 반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울리는 휴대폰 알림 문자에는 여전히 코로나 확진자 수가 찍혀 나오고 있다. 문득 ‘언제쯤이면 코로나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투머로우 8월호를 보니, 한국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포스트 코로나에 필요한 교육’이라는 주제로 연설한 모잠비크의 상또마시 대학교 조제프 마또부 총장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그의 글은 막연하게 다시 코로나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그가 한 연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의료체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반강제적으로 시행한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라는 시스템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등에 관한 내용이 아니었다. 그는 ‘마인드의 초기화’를 강조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제는 더 많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을 때 문제를 돌파해갈 힘을 키워주는 마인드교육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그가 문제에 접근하는 깊은 사고력과 혜안을 가지고 있음이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대학교 총장인 조제프 마또부의 삶이 궁금해졌다. 다행히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에 관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어머니, 세계를 이끌어간 리더들의 책, 그리고 현재 재직 중인 대학교의 설립자였다. 글을 읽다 보니 이들이 그의 인생에 미친 영향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어려움에 부딪힐 때 그 과정을 겪으면서 강한 마음의 세계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었다는 점이다.

투머로우 8월호에 실린 모잠비크의 조제프 마또부 총장 인터뷰.
투머로우 8월호에 실린 모잠비크의 조제프 마또부 총장 인터뷰.

내겐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있다. 어린이집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교육기관에 입학한 아들을 보자니 걱정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입학 후 한두 달 지났을 무렵,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머니, 재은이가 초반에는 학교생활에 즐겁게 잘 적응했어요. 그런데 한글을 잘 몰라서 그런지 점점 흥미를 잃는 것 같네요. 대답하는 목소리도 작아지고 수업 시간에 의욕적으로 참여하려고 하지 않아요. 가정에서 한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아들의 초등학교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은 담임 선생님의 전화 한 통으로 온통 걱정으로 바뀌었다. 우리 아들은 한글을 다 깨치지 못한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반 친구들은 어려운 받침도 척척 읽어내는데 아들은 반쯤 까막눈으로 수업을 따라가야 했으니, 분명히 아는 글자인데도 ‘난 한글 모르잖아’ 하며 위축된 모습을 종종 보였다. 친구들은 쉬는 시간에 재밌게 노는데 자기는 수업 시간에 못 따라간 나머지 공부를 하느라 쉬는 시간이 하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아들을 보자니 내 마음이 심란했다. 요즘은 입학 전에 한글 떼는 것이 기본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때가 되면 다 하겠지.’ 하고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나 싶은 후회와 함께, 아들이 빨리 못 따라가는 답답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이제 초등학교 시작인데 가장 기본인 한글에서 벌써 삐거덕거리면 수학, 영어, 사회 등 나머지 과목은 어떻게 해야 하나 덜컥 걱정이 앞섰다.

그때부터 나는 ‘아들의 한글 깨치기’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온갖 시도를 해보았다. 시중에 좋다는 교재와 교구를 구입해 한글을 가르쳤다. 하지만 아들의 한글 실력이 발전하기는커녕 친자 확인만 하기가 일쑤였다. 엄마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 쉽고 빠르게 친자를 확인하려면 자기 자식을 가르치다가 화가 치밀어 오르고 소리를 지르게 되면 친자식이 맞는다고 한다. 내가 딱 그 꼴이 되고 말았다. ‘아까 가르쳐 준 건데, 모르겠어? 아직도 모르면 어떻게 하니!’ 모진 말들이 튀어나오고 답답함에 소리를 지르기도 여러 날이었다. 그럴수록 아들은 내 눈치를 보고 점점 주눅이 들었다. 내 마음속에서 아들은 ‘느리고 못하는 아이’가 되어 갔다. 첫 여름방학 일주일 전, 담임 선생님이 한 번 더 전화를 주셨다. 방학 동안 한글 읽기 연습을 많이 시켜달라는 당부의 전화였다. 속상한 마음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사진 이응이 한글블록
사진 이응이 한글블록

‘느리고 못하는 아이’에게 방학 내내 한글 읽기 연습을 맹렬히 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 때 투머로우 8월호에서 조제프 마또부 총장의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놓치고 있던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 아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할 것이 뭐지? 한글을 막힘 없이 줄줄 읽을 수 있는 능력만 가르치면 끝인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제프 마또부 총장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이들의 가르침을 통해 힘든 일이 찾아올 때마다 ‘이 어려움 끝에는 내가 얻는 게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 가르침은 그가 훗날 대학교 학비가 없는 어려움도, 가족을 떠나 유학을 가는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내가 아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것은 바로 그런 강한 마음의 세계였다. 한글 공부라는 난관에 봉착한 아들에게 그저 열심히 한글을 읽는 능력만 길러줘야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조금 어렵고 힘들지만, 이 어려움을 넘어서면 나는 더 성장해 있을 거야.’라는 강한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었다.

그전에 먼저 내 마인드부터 초기화가 필요했다. 나는 아들을 ‘느리고 못하는 아이’가 아니라, ‘느리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이’로 새롭게 설정했다. 그리고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재은아, 엄마도 원래는 한글을 잘 몰랐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단다. 꾸준히 연습하면서 아는 글자가 많아지고 잘 읽을 수 있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어렵다고 좌절하지 말고 매일 연습하자. 여름방학이 지나면 재은이가 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거야.”

아들의 눈빛에서 안도와 함께 반짝이는 용기가 느껴졌다. 아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느리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아이’로 바뀌고나자, 아들도 한글 공부하는 시간이 즐겁고 편안하게 바뀌었다. 더 이상 나무랄 일도, 큰소리칠 일도 없었다. 조금 힘들긴 해도 그저 매일이 조금씩 성장하는 날이라 믿었다.

그렇게 방학이 끝나고 개학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 하굣길에 담임 선생님을 뵈었다. 나를 본 담임 선생님은 상기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재은이가 방학 동안 읽기 실력이 많이 늘어서 깜짝 놀라고 감동까지 받았다고 하셨다. 아들에게 2학기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어보았다. 아들은 크고 씩씩한 목소리로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한글 실력이 성장한 것도 기뻤지만 그보다는 아들과 나, 두 사람 마음의 성장이 더 감사하고 값지게 남은 방학이었다. 정작 중요한 마음의 성장을 놓칠 뻔한 나를 일깨워 준 투머로우! 투머로우와 함께 한 소중하고 특별한 여름을 보냈다.

수상소감

“제 독후감이 문장력도 좋지 않아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어요. 투머로우 잡지는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주잖아요? 제 삶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기사를 읽으면서도 ‘이 내용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까?’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글을 쓰는 게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제 마음에 일어난 실제적인 변화를 적어가다 보니 의외로 술술 써지더라고요. 투머로우를 읽으면서 힐링이 되고, 독후감을 쓰면서도 또 힐링이 되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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