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net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스트릿 맨 파이터’가 화제성과 인기를 끌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춤’으로 후끈 달궈졌다. 그야말로 춤추는 사람들의 전성시대이다. 사람들이 댄서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지 춤을 잘 춰서만은 아니다. 춤을 좋아하는 열정, 돈과 대우보다 꿈을 좇는 신념, 그리고 춤으로 자기 내면을 전달하고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들이 보는 사람들을 감동하게 만든다. 거기에 독보적인 춤 실력과 무대 구성력까지 갖췄으니 눈을 사로잡는 건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른다.

이렇듯 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치솟는 와중에, 2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지난 10월에 열렸다. 코로나로 2년 동안 개최되지 않아 아쉬움이 깊어진 만큼, 이번 페스티벌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응원을 받았고, 대상의 영광은 Y.E.S 팀에게 돌아갔다. 화려한 댄스 실력과 탈 속에 가려져 있던 그들의 얼굴은 실로 앳됐다. 대상 팻말을 들고 환히 웃고 있는 모습이, 나이는 어리지만 춤을 향한 열정과 순수함은 어리지 않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쟁쟁한 경쟁자 속에서 대상을 거머쥔 Y.E.S 팀의 리더인 김민주와 부리더 라주혜 씨를 만나본다.

안녕하세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에 대상을 받았어요. 축하드립니다. Y.E.S는 어떤 팀인가요?

민주 : 안녕하세요. 저는 Y.E.S 팀의 리더를 맡은 김민주라고 합니다. Y.E.S는 32명의 중학생과 7명의 대학생으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젊음Youth, 열정Enthusiasm, 희생Sacrifice을 뜻하는 영문의 앞글자를 따서 지었습니다. 항상 열정을 가지고 어떤 일에서든 ‘예스’라고 외치는 뜻을 담고 있는 이름입니다.

대학생들과 중학생들이 함께 팀을 이루었다는 게 특별하네요. 이번 대회에 두 분이 출전한 계기가 있을까요?

민주 : 저는 올해 대학교 4학년이에요. 이번 학기만 마치면 졸업이고요. 제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코로나바이러스로 학교 문이 닫혔어요.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대학 동기들을 만나고, 대외활동도 온라인으로만 하다 보니 직접 만나는 활동이 무척 그리웠어요. 그런데 올해 코로나로 막혀 있던 규제가 많이 풀리면서, 마지막 대학 시절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더라고요. 그러던 중 코로나로 취소됐었던 댄스대회가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고, 꼭 나가보고 싶었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개최된 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대회에 나가는 것이 흔한 경험이 아니잖아요?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출전하게 됐습니다.

주혜 : 저도 비슷한데요. 코로나로 침체되어 있던 공연계가 다시 활기를 찾으면서 여러 대회가 열리고 있어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춤추는 걸 무척 좋아했어요. 티비를 켜면 음악방송을 골라 춤을 따라 췄어요. 제가 추는 춤을 영상으로 촬영해서 확인할 만큼 춤추는 걸 좋아해서 지금까지 여러 댄스대회에 출전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대회를 나가려면 혼자서는 어렵더라고요. 춤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며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서 출전했습니다. 공연을 같이 준비한 대다수의 친구들이 아직 중학생이지만 춤을 무척 사랑하는 아이들이에요. 예전의 제 모습이 생각나기도 하고, 같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순수하게 춤을 사랑하고, 무대를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인내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많은 걸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거의 40명이나 되는 인원이 모여 공연을 준비했으니, 그 과정이 쉽지 않았을 듯싶네요.

주혜 : 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어려웠어요.(하하) 다사다난했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안무를 창작하는 것 외에도 무대에서 안무를 틀리지 않도록 무대 대형을 맞추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 대회의 규칙이었던 페이스페인팅과 탈을 어떤 디자인으로 할지, 어떻게 만들지도 고민하고, 깃발과 같은 소품 제작도 어느 하나 쉽지 않았어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맞게 연기도 해야 했고, 의상도 직접 제작하면서 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을 세세히 신경 썼습니다. 그중에 가장 어려웠던 건, 많은 인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거였어요.

리더인 민주 언니도 그 부분을 제일 신경 썼고요. 다들 춤추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춤을 추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었어요. 춤을 추는 순간이 가장 행복한 사람도 있고, 누군가를 감동하게 하는 도구로 춤을 추는 사람도 있죠. 우리는 춤을 추며,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바랐어요. 댄서들이 조금 덜 빛나더라도요. 함께 연습하면서 춤을 추는 이유를 하나씩 맞춰 나갔고, 부상과 같은 어려움들도 극복하면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춤을 추었습니다. 거기서 오는 희열도 느꼈고요.

대단합니다. 댄스 공연에 담긴 내용을 좀 들어보고 싶습니다.

민주 : 탈춤대회에 맞춰 탈을 활용했는데요. 탈에 의미를 담아 총 4막으로 구성했습니다. 1막에 나오는 ‘백성들의 탈’은 소망을 나타냅니다. 백성들은 탈을 쓴 채 평화롭게 지냅니다. 풍요롭진 않아도 가족들과 이웃들끼리 서로 도우며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하지만 ‘2막 시작’과 함께 양반들이 등장합니다. 백성들은 부패한 양반들의 횡포 속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요. 양반의 등장과 함께 얼굴에 쓰고 있던 탈을 벗어서 손에 들고 춤을 춥니다. 끝까지 손에 있는 탈을 놓지 않습니다. 그때 한 백성이 어머니의 유품인 노리개를 양반에게 빼앗기고 절망에 빠집니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어사 성이성’이 달려옵니다. 하지만 잠행 중이던 성이성은 당장 백성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 슬퍼합니다.

그리고 3막에서는 양반들의 횡포를 극대화했습니다. 백성들을 고통에 몰아넣고 본인들은 기생과 어울려 한껏 취해 노는 그때, 어사 성이성이 출두하지요. 마지막 4막에서는 어사 성이성이 양반과 기생들을 몰아내고, 백성들과 함께 기쁨으로 춤을 추며 공연이 끝납니다.

다양한 장면과 감동적인 이야기가 다 들어있네요. 이 내용을 구상하면서 머리를 많이 맞댔을 것 같아요.

민주 : 이번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한 대학생 모두는 1년 동안 해외봉사를 다녀왔습니다. 나라는 다르지만,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과 문화를 가진 곳에서 생활하며 배운 것들이 있어서 그런지, 서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공유하고 감동을 줄 만한 포인트들을 뽑아내는 일들이 즐거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입상하는 데에, 해외봉사 경험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민주 : 저는 2년 전에 대만으로 해외 봉사를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지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그중에 가장 기본적인 걸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많이 적용시켰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연습을 해야 하므로 시간을 잘 지키는 것, 대답을 잘하는 것, 서로에게 인사를 잘하는 것을 중시했어요. 별게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세 가지만 잘해도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서로의 말에 집중하고, 서로가 가까워지거든요. 그러면서 저희 팀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혜 : 저는 남부 아프리카에 있는 잠비아로 해외봉사를 다녀왔어요. 아프리카이다 보니 한국과 비교해 의식주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생활하는 데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리고 더운 날씨, 문화 차이로 생기는 사람들과의 갈등까지 겹쳐 내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더군요. 저는 불평불만이 가득한데, 그곳에 사는 12살짜리 아이는 너무나 해맑은 거예요. 새벽부터 일어나서 자기 집 마당을 쓸고, 자기보다 더 어린 동생들을 챙기고요. 어떤 친구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학교를 그만두었대요. 그런데도 자신의 형편을 탓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상황들을 보면서 어떤 환경이 나를 괴롭게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평만 늘어놓는 제 태도가 문제라는 걸 알았어요. 다시 생각해보면, 제가 겪었던 환경들은 문제가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이번 대회를 준비할 때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문제를 깊게 들여다보면 신통한 해결책이 나오기도 하고, 더 좋은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했어요.

해외봉사에서 어려울 때 꺼내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배워온 것 같아요. 요즘 댄스가 굉장히 인기가 많습니다. Y.E.S 팀은 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아마추어 팀인데, 앞으로 어떤 춤을 추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민주 : 저희는 전문가는 아닙니다. 흔히 열광하는 스트릿적인 장르가 뚜렷한 편도 아니고요. 하지만 저희는 다른 팀과는 확실히 다른 점이 있어요. 그 어떤 팀보다 밝은 마음으로 춤을 춘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어떻게 춤을 추게 되었는지, 어떻게 팀에 들어왔는지는 모두가 다르지만, 각각의 개성들이 춤을 추며 하나로 섞입니다.

모두가 즐겁게, 행복하게 춤을 춰요. 이런 우리를 보며 관객들도 함께 웃고,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를 보며 감동하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춤을 추고 싶어요.

주혜 : 조금 더 덧붙이자면, 우리 팀은 비전문가입니다. 하지만 장르와 상관없이 안무를 구성하고, 새로운 무대를 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춤을 배우고, 연구하고, 도전하고 있어요. 안무 실력이나 무대연출과 같은 것들도 무척 중요하지만, 우리 팀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잘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보다 저희의 행복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친 1주일 뒤, 대상 수상 기념으로 축하 공연을 하는 그들을 보러 공연장을 찾았다. 각 막마다 스토리를 알고 보니, 춤이 생생하게 잘 보였다. 그들은 평온한 백성이 되었다가, 절규하는 백성도 되었다가, 자신들을 구해준 어사 성이성을 만나 잃어버린 행복을 찾는 백성이 되어 있었다. 춤 동작 하나에, 표정 하나에, 그 변화가 담겨 있었다. 춤은 몸의 언어라고 했던가? 그들의 춤을 보며 괜시리 마음이 일렁였다. 그들이 전하고 싶은 행복이 어느새 기자의 마음에 와 닿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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