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 주고받는 기쁨

코로나 이후 전 세계는 촘촘해졌고, 이를 바탕으로 2022년은 유독 ‘교류’가 많은 한 해였습니다. 직접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온오프라인으로 수많은 행사와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투머로우는 끊임없이  교류를 이어가는 사람의 속성이 궁금해 역사 속 교역의 발전부터 전 세계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그리고 삶을 바꾸는 사람간의 ‘교류’를 찾아보았습니다.  

교류, 주고받는 기쁨 - ① 모든 교류를 총망라하는 존재, 인간

생물학에서는 지구 위의 생물을 크게 식물과 동물로 나눈다. 그렇게 분류하는 가장 큰 기준은 생존에 필요한 양분을 어떻게 얻느냐에 달려 있다. 이 세상에 35만여 종이나 된다는 식물植物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간다. 땅에 뿌리를 내려 물과 양분을 빨아들이고, 잎의 엽록소는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해서 유기물을 만든다. 

들판의 느티나무를 보자.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나무는 심한 가뭄에 말라죽고, 혹심한 추위에는 얼어죽는다. 때로는 한여름날 날벼락을 맞아 수명을 다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나무는 재난을 피해 자리를 옮겨가지 않는다. 태어난 그 자리에서 지나가는 바람, 비, 햇볕을 주고받는다. 가끔 꿀벌이 날아와 꽃과 꽃 사이를 다니며 가루받이를 해주고, 또 가끔 새가 열매를 먹고 멀리 씨앗을 퍼트려준다.

이렇게 식물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주변과 교류하며 자생自生한다. 이에 비해 동물動物은 움직임이 큰 생명체이다. 초식동물은 풀이나 나뭇잎 같은 식물을 먹고, 육식동물은 식물을 먹고 사는 초식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생존한다. 동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먹이를 찾아 철따라 이동하고, 떼를 지어 살면서 모성애와 부성애를 발휘해 가족을 만든다. 또한 엄격한 위계질서 안에서 집단을 유지해간다. 동물은 식물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주변과 교류한다. 먹이사냥 기술을 배우고 질서에 복종하는 규율을 전수받으며, 집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른 동물들과 맞서 싸우는 법도 배운다. 생사를 건 지독한 훈련을 통해서 말이다.

한편 인간은 동물이 분명한데도 여느 동물들과 다르다. 단단한 뿔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이 유약하지만, 생존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인간은 신념과 가치를 생존 위에 두는 존재다. 세상 창조의 끄트머리에 태어난 막내이면서도, 우리 인간은 동식물이 따라잡을 수 없는 ‘스피릿추얼spiritual’ 영역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래서 배가 아무리 고파도, 물리적 영양소가 하나도 없는 말 한마디에 우리는 배가 부르고 행복해진다. 전쟁이 주는 공포가 아무리 클지라도, 희망의 에너지를 받으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강인함이 별안간 치솟는다. 또 병들어 아픈 몸이 사망과 한 걸음 사이에 있더라도, 살겠다는 확신만 가지면 급속도의 회복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렇게 인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들과 교류하면서 견고한 행복을 만들어간다. 반면에 모든 것이 풍족한 환경에 있어도 삶의 가치를 찾지 못하거나, 교류가 불가능한 고립 상태에 놓이면 마음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런 곳으로 변한다. 스스로 혼자 살 수 없는 인간, 그래서 우리에게 교류는 필연이다. 의식주 같은 물질의 교류에서 문화와 기술 지식, 영적인 소통의 교류까지, 인간은 모든 교류를 총망라하는 대단한 존재다.   

<인간, 사회적 동물>의 저자 엘리어트 에런슨은 인간이 혼자 있을 때, 다양성을 수용하지 못할 때, 편견에 집착해서 산다고 했다. 외부 세계와 계속 교류하지 않으면, 인간의 뇌에서 공감 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현저히 쇠퇴해 나중엔 남의 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공감할 줄도 모르는 이상한 인간으로 변한다. 기억하자. 인간은 친밀한 접촉과 상호협력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상대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때 가장 인간다움을.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열린 마음으로 직접 부딪히며 교류할 때 인간의 행복 총량은 점점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고대 로마 사람들이 인간의 속성을 나타내는 여러 호칭을 만들 때 ‘호모 코무니칸스Homo Communicans’이 있었다. 이 말은 라틴어로 ‘교류하는 인간’을 뜻한다. 예나 지금이나, 교류는 인간 삶에서 새로운 것을 주고받는 변화의 시작점이며, 감사와 행복을 양대 가치로 신봉하는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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