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원교도소에서 성경 공부를 할 때의 일이다. 밤이 아주 깊어 12시 가까이 되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목사님, 저 65번 김경자예요.”

“아, 자매님. 지금 어디서 전화하는 거예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한 부인이 밤 12시가 되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교도소 안에서는 그 시간에 전화를 할 수는 없기에 지금 어디냐고 물었다.

“저, 청량리역 앞에 있어요.”

그 부인이 수감되어 있던 교도소에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한번은 내가 여자 교도소에 가서 재소자들에게 마음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때 많은 재소자들이 마음에 변화를 받았고, 그후로도 나는 자주 여자 교도소에 찾아가 마음의 세계에 대해서 가르쳤다. 여자 교도소에서 마인드교육을 하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재소자들이 마음의 세계에 대해 질문을 많이 했고,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면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미소에 기쁨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는 일이 여간 즐겁지 않았다.

그렇게 만나던 재소자 중에 한 부인이 밤늦게 전화를 해서, 내가 놀라 물었다.

“어떻게 교도소에서 나왔어요?”

“저, 오늘 만기 출소했어요.”

일러스트 안경훈
일러스트 안경훈

여자가 죄를 짓고 무슨 낯으로 집에 들어가?

교도소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한 시간이라도 교도소에 더 있고 싶지 않기에, 출소 전날부터 다음날이 새기를 기다리다가 새벽에 교도소를 나온다. 모든 사람이 일 분이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하기에, 교도소에서는 이른 새벽에 출소시킨다. 그 부인도 그날 새벽에 교도소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곧바로 집에 가지 않고 있다가 깊은 밤이 되어서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왜 집에 가지 않았어요?”

그 부인이 자신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부인의 마음에는 빨리 집으로 달려가 아이들을 만나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서 ‘남자도 아닌 여자가 죄를 짓고 무슨 낯짝으로 집에 들어가? 나는 그럴 자격이 없어.’라는 생각이 들어, 집에 도저히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내가 다시 부인에게 말했다.

“무슨 말이에요? 아이들과 남편이 집에서 하루 종일 엄마가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겠어요? 지금 당장 집으로 들어가세요.”

“목사님, 저는 부끄러워서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어요.”

“내가 지금 청량리역까지 가려면 적어도 30분은 걸려요. 그때까지 어디에 있을래요? 그리고 밤에는 위험한데 지금 나쁜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할래요?”

나는 하루 종일 엄마를 그리던 아이들과 아내를 기다린 남편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한참 실랑이를 벌인 뒤 지금 집에 들어가겠다는 확답을 부인에게 받았다.

집에 가겠다는 다짐을 몇 번이나 받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사람이 살면서 꼭 해야 할 일인 줄 알지만, 마음에 부담스런 일이나 하기 싫은 일이 있다. 그럴 때 많은 사람들이 피하려고 하거나 미루려고 한다. 그런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부인이 3년 가까이 교도소에서 지냈으니 집이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자신이 죄를 짓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것을 얼마나 후회했겠는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출소해서 이제 그렇게 그리워하던 가족에게 가야 하는데, 집으로 달려가 너무 보고 싶은 아이들과 사랑하는 남편을 만나 끌어안고 울고 해야 하는데, 차마 부인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죄를 지은 엄마야. 이런 내가 어떻게 아이들을 만나지? 그러고 무슨 낯으로 남편 얼굴을 마주보지?’

그 생각에 사로잡혀 종일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다가 밤이 깊어지니까 두려워서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내게 전화를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한 뒤, 부인에게 이야기했다. 밤에는 나쁜 사람이 많아서 무슨 범죄에 끌려들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다시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살아야 한다며,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남편과 아이들이 얼마나 원망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니 지금 집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집에 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부인으로부터 몇 번이나 받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가족이 둘러앉아 밤새도록 이야기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는 아내와 함께 그 부인의 집으로 찾아갔다. 남편은 직장에 출근하고 아이들도 다 학교에 간 뒤라 부인은 혼자 집에 있었다. 나는 성경을 펴놓고 다시 우리 마음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살다 보면, 이 부인처럼 부담스럽거나 부끄러운 일이 닥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떤 일은 부담스럽고 싫고 어려워도 해야 하고, 반대로 어떤 일은 좋고 하고 싶어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부인에게 전날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 물었다.

부인이 나와 통화를 하면서 다짐을 하고도 발걸음을 뗄 수 없어서 큰딸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전화를 받고 깜짝 놀라는 딸에게 “나 엄만데, 버스정류장까지 좀 나올래?”라고 했더니, 딸이 “엄마는 여기가 남의 집이야? 어딘 줄도 알잖아. 근데 왜 내가 나가야 돼? 빨리 들어와!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라고 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부인이 집 쪽으로 가고 있는데 딸이 뛰어나와 맞아주어서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때부터 가족이 둘러앉아, 엄마 대신 아빠가 밥을 하다가 밥 태운 일을 시작으로 밤이 새도록 밀린 이야기를 하다가 새벽녘에 잠이 들었다고 했다. 부인은 일찍 일어나 아침 밥상을 차렸고 그 밥을 먹은 남편은 직장으로, 아이들은 학교로 갔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온 엄마가, 아내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반가웠을까! 우리 부부도 그 집에서 점심까지 먹고 오후 내내 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교도소에는 큰 죄를 짓고 수감되어 있는 사람도 많다. 반대로 작은 부담을 이기지 못해 죄를 짓거나 실수로 죄를 짓고 들어와서 후회하며 가족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교도소에 가지 않아도 될 사람이 작은 실수로 수감되어 후회하며 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65번 김경자. 그 부인은 지금도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

마음의 세계를 이야기할 때마다 나도 행복해진다

우리가 부담스러운 일을 만날 때 부딪치면 좋은데 작은 부담을 피하려고 하다가 더 큰 불행을 겪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기회를 봐서 적당한 때에 문제와 부딪쳐야 하지만, 반대로 어떤 일은 부담스러워도 꼭 그때 부딪쳐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화근이 되어 나중에는 한평생 후회해도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수원교도소와 대전교도소에 찾아가 종종 여자 교도소의 재소자들에게 마음의 세계를 가르치고, 또 성경을 펴서 예수님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복음을 전하곤 했다. 그때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은 가정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행복하다. 신앙의 세계와 참된 진리는 사람의 마음을 잡아주고 평안과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마음의 세계를 이야기할 때마다 나도 행복해진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 <마인드교육 원론>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6권, 신앙서적 64권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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