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키시대학교 총장 존 아카마John Akama

최근 케냐에 한류 바람이 분다는 소식을 들었다. 단순히 K드라마, K팝을 넘어 K마인드를 배우려는 것이었다. 특히 남서부에 위치한 키시대학교 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이 준비한 인성교육에 참여했는데, 이 프로그램이 실행되기까지 존 아카마 총장의 든든한 지원이 뒤에 있었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배우려고 2018년도에 처음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그 노하우가 마인드에 있음을 확신했고, 자신이 총장으로 있는 학교에 마인드 중심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힘썼다. 그 일환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한 존 아카마 총장을 만나보았다. 

총장님은 한국에 세 번이나 방문하셨습니다. 남다른 애정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은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성실하게 일합니다. 치안도 좋고요. 발전한 모습들을 볼 때마다 많은 걸 얻어가는 것 같아서, 가는 길이 반갑고 가볍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첫 번째 이유를 꼽으라면, 한국을 배우고 싶기 때문입니다. 매우 가난했던 시절을 지나 현재 세계 경제 강국이 되기까지, 그 성공 안에 들어 있는 노하우를 알고 싶습니다. 지하자원도 거의 없는 환경에서 인적 자원을 활용해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는데 이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인적 자원을 길러내는 데에 교육이 큰 역할을 했을 겁니다. 한국이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과정이 궁금했고, 자국을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궁금해서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저처럼 교육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이 모이기 때문입니다. 매년 한국에서 세계대학총장포럼이 열립니다. 코로나 시대에는 잠시 멈췄으나, 올해에 다시 개최되었어요. 고등교육의 리더들이라면, 학생들의 미래뿐 아니라 나라를 향한 애정과 염려도 클 것입니다. 그분들을 만나 속 터놓고 고민을 나누고 싶었고, 훌륭한 교육철학을 가진 분들에게 배우고 싶기도 했습니다.

계속 배우고 발전시키려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올해 총장포럼 때 발표를 하셨는데, 케냐 청소년들이 직면한 문제와 해결방안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사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청소년 문제가 있습니다. 각 나라가 처한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를 뿐이죠. 저는 대학교에서 수십 년 동안 케냐 청소년들을 가까이 봐 왔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고, 나라를 탓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의 치우친 생각에 어떻게 균형감을 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취업에 필요한 교육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해결 방안을 찾던 중, 저는 케냐로 해외봉사를 온 한국 대학생들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음에도 이곳을 찾아온 학생들이 고맙고, 신기했습니다. 제가 많은 학생들을 만났었지만, 이런 학생들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지내기가 힘들다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은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태도가 남달랐습니다. 그들은 나이로비에 위치한 국제청소년연합(이하 IYF) 센터에서 지내며 마인드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저는 우리 대학에 IYF를 초청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인드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음악, 직업 체험, 세계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유스 캠프Youth Camp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의 태도가 점점 변했습니다. 삶의 문제 앞에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는 겁니다. 사고력이 더해지면서 긍정의 태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마인드교육은 학생들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케냐 교육 시스템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을 놓치고 있었고요. 그 빈 자리를 마인드교육이 채워줌으로써 공백을 메워가려고 합니다. 단 한번으로 변화되었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생각이 바뀐 학생들과 이제 학교는 마치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를 도울 수 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 잘 배웠을 것입니다.

지난 7월, 세계대학총장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존 아카마 총장.
지난 7월, 세계대학총장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존 아카마 총장.

많은 생각이 드는 답변입니다. 키시대학교에서 마인드교육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소식을 전해주시겠습니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케냐의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마약이나 알코올에 쉽게 빠지고, 혼자 고립되어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늘었습니다. 이런 학생들의 모습에 고민하고 있던 때에, IYF 설립자 박옥수 목사님과 영상으로 면담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분은 “청소년들이 마인드교육으로 사고력과 자제력, 교류를 배운다면 케냐 청소년들의 미래는 밝다. 만약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이 힘들다면 온라인으로 마인드교육을 진행하면 어떻겠냐?”라고 제안하셨습니다.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이틀간 실시한 마인드교육에서 1,30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마인드 강연을 들으며 내가 보는 눈이 얼마나 틀렸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마인드를 가지느냐에 따라 우리의 인생은 물론 주변 사람의 인생까지 달라집니다.”, “마인드 강연 시간에 어떤 일이든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 역시 한계를 넘는 삶에 도전하며 살고 싶어졌습니다.” 이런 소감들을 학생들이 직접 제게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다시 대면으로 마인드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번엔 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요. 케냐에서도 인기가 높은 한국 드라마를 모티브로 해서 한국음식 만들기, 태권도, 전통놀이 등 9개의 새로운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고, 목표를 설정해서 삶을 설계해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했습니다. 오랜만에 활동적인 시간을 보낸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뻤습니다.

말씀을 듣고 있자니, 학생들에게 좋은 것을 전해주려는 총장님의 배려가 느껴집니다. 총장님께도 그런 분이 계셨습니까?

그 이야기를 하려면, 옛날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네요. 저는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자랐습니다. 임시 건축물로 된 학교마저도 집에서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있었죠. 그 학교를 매일 아침마다 걸어서 다녔습니다. 제대로 된 신발도 없었죠. 당시 제 또래 친구들은 학교를 다닐 여건이 안되어서 중간에 많이 그만뒀습니다. 저도 그럴 수 있었지만, 부모님께서 살뜰히 살펴주셨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는 성실하셨고, 책임감이 강한 분이셨습니다. 끼니를 꼬박꼬박 챙길 여유도 없는 살림이었지만 항상 자식들이 굶지 않도록 먹을 것을 주셨습니다. 어머니가 알려주신 삶의 지혜 중 하나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마라.”였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제 인생 가운데 큰 행운을 꼽으라면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존 아카마 총장은 삶에 어려운 시기가 닥칠 때마다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든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덕분에 공부도 계속할 수 있었고, 그 당시 유일했던 나이로비 대학교에 진학했다. 교육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자기가 다닌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되었고, 자신을 이끌어준 분들이 그랬듯이 자신도 학생들을 잘 이끌어주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2년 동안 모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뒤 그는 석사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유학 시절엔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총장님의 그 시절이 궁금합니다.

저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지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학창 시절에 저는 똑똑한 학생이었습니다.(하하) 공부를 잘했고, 항상 좋은 성적만 받았지요. 덕분에 장학금으로 석사 과정을 했고, 박사 학위를 밟을 때도 그랬습니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엔 워싱턴D.C.에 직장을 잡았습니다.

미국에서 케냐로 돌아온 이유가 있습니까?

제가 몸이 좀 아팠습니다. 타지에서 생활하다보면 몸이 안 좋아집니다.(하하) 저는 미국 워싱턴D.C.에 본사를 둔 세계자연기금에서 아프리카 부서 프로그램 담당자로 일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자연과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취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계속 아팠습니다. 아프니까 고향이 그리웠습니다.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제가 아프리카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준비를 해주었고, 저는 다시 고향 케냐로 돌아왔습니다. 몇 개월 회복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다시 건강해졌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왜 미국에서 다시 케냐로 돌아왔는지 묻습니다. 미국에서 훨씬 높은 연봉을 받으며 편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케냐로 돌아가야겠다고 정한 날, 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아파보니, 가족과 고향 생각뿐이었습니다.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고, 언제든지 나를 받아주는 고국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살기로요. 몸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지요.

마인드교육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키시대학교 학생들 모습. 사진 유니브리더스 제공.
마인드교육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 키시대학교 학생들 모습. 사진 유니브리더스 제공.

몸이 아팠던 것이 케냐를 위해 살 계기가 되었네요. 언제부터 학생들을 가르치셨습니까?

몸이 괜찮아진 뒤엔 모이대학교Moi University에서 시간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고, 나중에 정교수가 되어 16년 동안 강단에 섰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젊은이들을 서포트하는 일은 제가 배운 것들을 다시 돌려줄 기회가 되었습니다. 매우 가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청소년들과 일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굉장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젊은이들은 에너지가 많습니다. 그리고 배우고 싶어 합니다. 제가 아는 것들을 하나씩 알려주다 보면, 학생들이 어느새 제 친구가 되어 있고 가장 가까이서 교류하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학생들의 롤 모델이 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항상 결핍감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해주고 친구가 될 수는 있었지만, 마음을 강하게 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공부는 잘하고, 좋은 직장을 갖지만,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넘어가지 못하거나 나쁜 길로 빠지는 젊은이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제 마인드교육으로 그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서 너무 기쁩니다.

현재는 키시대학교 총장으로 계시는데, 앞으로의 교육 방향이 기대됩니다.

대학 총장으로서 우리 대학 모든 학생이 마인드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변화 사례를 보았고, 총장포럼에 참석하면서 더욱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쁘고, 학생들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할 것을 생각하니 기대가 됩니다. 총장으로서 도울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힘을 합하겠습니다.

존 아카마 총장의 말처럼 한국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 지하자원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나라였다. 한국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는 후손들에게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어려운 환경을 묵묵히 견디며 땅을 개척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은 ‘사람’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그 사람을 움직인 건 단순히 건강한 체력이 아닌 강인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 존 아카마 총장은 이런 강인한 마음을 케냐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주기 위해 마인드교육을 도입한다. 어려운 환경을 탓하기보다 난관 앞에 깊이 사고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역력히 느껴졌다. 훗날 마인드교육을 받은 그들로 인해 발전할 케냐는 어떤 모습일지 기자의 예측에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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