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좋아하는 대한민국, 대장암도 세계 1등

암癌은 나이 들어 걸린다는 인식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각종 의학 연구 결과의 통계 수치들은 남녀노소 모두 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우리나라 젊은층의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미 2012년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18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한국인이 대장암 발생률 1위였는데, 이번에는 20~40대 연령층을 따로 분석한 연구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역사와 권위를 가진 의학 저널 <란셋Lancet>에 미국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얼마 전 소개한 결과가 그 통계인데, 도표를 보면 20~49세의 한국인 대장암 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12.9명이었다. 이 수치는 조사한 42개 나라 중에서 단연코 1위였고, 2위 호주는 11.2명, 3위는 미국과 슬로바키아가 각각 10명으로 뒤를 이었다.

(사진=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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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좋아하는 MZ세대도 안심할 수 없다

암질환 중에서 대장암은 미국인과 유럽인에게 많이 나타나, 동양권에 속한 우리는 강 건너 불 보듯 남의 일로 알았다. 그런데 2000년 이후엔 우리나라에서도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를 포함한 ‘2049’ 연령대의 대장암 환자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장암은 타고난 체질에 좌우되기보다는,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쌓여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식습관이 중요해서, 육식과 인스턴드식품 위주로 빠르게 서구화되면서 대장암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3년간 외식 횟수가 줄고, 집안에서 장시간 TV를 보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며 야식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대장항문 질환도 덩달아 증가 추세에 있다.

문제는, 젊은층의 대장암 발생 가능성이 어제오늘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2014년 텍사스대학 연구진은 미국 국립암센터의 프로그램 분석 결과를 통해, 앞으로 15년 이내에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대장암 발생률이 90%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뉴스 보도를 살펴보면, 젊은층의 대장암 발생 증가에 대해 텍사스대학의 크리스티나 베일리 박사는 ‘햄버거와 초콜릿, 비스킷, 가공 육류 식품 등의 정크푸드 섭취가 주는 영향력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더라도, 주요 암으로 치료를 받은 20대 환자가 최근 5년간 45%나 늘어났다. 국민 사망 원인 1위인 암에 대해 정부가 종합적인 정책을 펴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의 조기 진단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건강은 남이 대신 지켜줄 수 없는 문제이며, 국가 정책 이전에 스스로의 자각과 관리가 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장암 예방을 위한 전문가들의 조언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첫째는 건강한 생활습관, 둘째는 건강한 식습관, 셋째는 정기적인 검진이다. 건강한 생활습관과 정기 검진은 대장암 예방에만 해당하는 사항이 아니므로 놔두고, 여기에서는 식습관에 대해서만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건강한 식습관이란 지방이나 당류, 인스턴트식품 섭취를 줄이고, 육류 위주의 식단보다는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을 말한다. 이런 식생활이 몸에 좋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아무나 지키지는 못한다. 인스턴트식품과 육류를 꾸준히, 많이 먹으면 병에 걸릴 줄 알면서도 식습관이 바뀌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군침 도는 먹거리로 가득한 세상

길을 가다가 거리 주변을 둘러보자. 한 집 걸려 음식점 또는 카페다. 견물생심이라고, 먹음직스런 음식이 눈에 들어오고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 내 몸이 지금 필요로 하지 않는데도 우리는 자꾸 먹는 것을 향해 손이 움직인다. 먹는 즐거움이 행복의 하나인 시대에 살고 있음은 TV만 켜도 금방 알 수 있다. 온갖 ‘먹방’ 프로그램에서는 ‘육식’과 ‘과식’이라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연일 보여주고, 시청하는 우리는 매일 인내력 테스트를 당해야 한다. 인간의 식욕에 대리만족을 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과도하게 먹어 치우는 모습은 식욕을 넘어선 식탐에 더 가깝게 보인다.  

이렇게 과식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대장암 전문가들은 여전히 식습관 교체를 권장한다. 주변에 퍼져 있는 과식의 늪에서 내 건강을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배고프던 보릿고개를 기억하고, 지금도 굶주리고 사는 아프리카의 기아를 떠올리며 참는 것이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더 먹을 수 있다. 일상의 스트레스는 나도 모르게 폭식으로 끌고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식의 심리학>을 쓴 임상심리학자 키마 카길은, 과식 예방을 위해 칼로리의 기계적 조절보다 천천히, 신중하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가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이것 또한 ‘과식’을 벗어나려는 생각 아래 있어서, 과식할 때마다 당사자는 의지박약으로 실패했다는 절망감에 빠질 수 있다.

채식을 하는 청소년들과 채식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채식의 장점을 묻는 질문을 했는데, ‘채식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똑같은 답변이 나왔다. 좋은 건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육식 위주의 식사보다 더 좋은 것을 발견하면, 저절로 고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삶의 즐거움과 재미를 다른 쪽으로 넓혀 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unsplash)
채식을 하는 청소년들과 채식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에게, 채식의 장점을 묻는 질문을 했는데, ‘채식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똑같은 답변이 나왔다. 좋은 건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육식 위주의 식사보다 더 좋은 것을 발견하면, 저절로 고기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삶의 즐거움과 재미를 다른 쪽으로 넓혀 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unsplash)

식습관을 바꾸는 확실한 길

요즘 사람들은 채소보다 고기류를 훨씬 좋아한다. 가족 외식, 친구 모임, 사무실 회식에서 고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왜 고기를 좋아할까? 정답은 맛있으니까. 그렇다면 맛있는 음식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맛있는 걸 먹을 때 즐겁고 행복감에 젖어들기 때문이다. 우리 가운데 불행하려고 사는 사람은 없으며, 누구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내게 행복감을 선사하는 고기를 포기하라니,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라는 말과 같다. 먹는 즐거움은 이 시대 사람들에게 떼어낼 수 없는 행복의 원천이 되었다.

꼭 대장암 때문이 아니더라도, 세상은 성공하기 위해서 또는 원하는 멋진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 과식을 자제하라고 주문한다. 내 분량보다 덜 먹고, 필요한 걸 가려서 먹으라는 건데, 이게 쉬운 일인가?

우리는 성공이란 좋은 것이며 행복을 보장해준다고 배워왔고, 실패는 두렵고 원치 않는 비호감의 영역이라고 뇌리에 입력해왔다. 다시 말해, ‘잘해야 한다’, ‘똑똑해야 한다’, ‘뛰어나야 한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성공을 향해 달려왔다. 하지만 대부분은 성공이라는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소수만 성공의 트로피를 쥐는 게 현실이다.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로 끝난 사람은 어떤 마음이 들까? 울적하고 실망스러워서 어디서라도 위로를 받고 싶을 것이다. 그때 가장 익숙한 길은 내가 좀 잘했던 쪽에서 행복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여기에선 실패했지만 거기에서 성공했던 기억을 찾아내 행복을 되새김질하려고 한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으면 맛난 음식을 실컷 먹으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생각의 회로를 바꾸면 보이는 것들

우리는 여러 형태로 과식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과식하는 습관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다면, 여태까지 작동시킨 생각의 회로를 바꿔야 한다. 생활습관이든 식습관이든 사회생활에서든 목표를 이루려고 여러 번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했다면,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인정해야 한다. 마음에서 실패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실패한 사람임을 마음에서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나의 취약함을 놓고 갈등하지 않는다. 실패 때문에 더 이상 울지 않는 마음은 어느덧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즐거운 일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고, 이런 소소한 즐거움에 감동하면 분명히 실패했는데도 즐거움의 범주가 점점 넓어진다. 실패를 마음에 받아들이면 이상하게 삶이 풍성해진다. 그러면서 삶의 균형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물질세계와 반응하는 횟수를 줄이고 마음으로 사는 길이다.

고기 한 점이 다 맛있고 더 고맙게 느껴지면 

생각의 회로를 바꾸는 것이 고기 먹는 일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고기 먹는 것을 절제할 수 없다면, 내가 절제력이 없는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자. 부족한 사람이 되면 음식을 먹는 것이 감사하고 즐겁다. 전에는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배불리 먹을 생각을 했지만, 부족한 사람이 되면 고기 한 점을 먹어도 즐겁고 맛있다. 한 점, 한 점이 더 맛있고 더 즐겁다. 마음에 즐거움이 차면, 고기를 마음껏 먹어서 즐거움을 얻으려고 했던 것의 의미가 줄어든다. 또한 부족한 사람이 되면 음식을 먹는 것 외에도 일상에서 즐겁고 감사한 것들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 고기 먹는 것도 즐겁고 다른 즐거움들도 많아져서 추구하는 즐거움이 다양해지면서 한쪽으로 치우쳤던 식습관도 조금씩 바뀌어간다. 생각의 회로를 바꾸어 마음의 습관을 바꾸고, 바뀐 마음으로 이전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 학교에 가면서 운동화가 젖을까봐 조심조심 걸어가는데 쏜살같이 달려온 자동차의 물세례를 받고 나면 순간 속이 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젖지 않으려고 애쓰던 데에서 해방되면서 평안을 느낀다. 학교에 도착해 수업을 듣는 동안 선생님이 좋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신나게 먹는 동안 아침 물세례의 억울한 기억은 마음에서 점점 희미해진다. 하교할 무렵엔 옷도 신발도 다 말라 있다.

대장암에 걸리지 않도록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생각의 회로를 먼저 바꾸자. 생각의 회로를 바꾸어 마음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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