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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숲을 울리는 작은 새들의 날갯짓,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
최지나 기자 | 승인 2022.09.26 22:47

어느새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에,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를 취재하기 위해 대전으로 향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통합 운영되고 있는 이 음악학교는 각종 음악 콩쿠르에서 상을 받으며, 음악 교육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음악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과 외국어 교육도 집중적으로 가르쳐, 실력과 인성을 함께 겸비하는 음악인을 양성해내고 있다. 선생님과 학생이 공부하는 학교로 찾아가 본다.

지휘자 선생님

세르게이 스보이스키Sergey Svoyskiy

한국에서 활동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 스승이자 그라시아스 합창단에서 지휘자로 활동 중이신 보리스 아발랸 지휘자 선생님의 권유로 2014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을 처음 만났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만나온 많은 학생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때묻지 않은 순수함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학생들의 순수함과 밝은 학교의 분위기에 이끌려 자연스레 한국에 정착하였습니다. 아내는 시창청음 수업을 가르치고 저는 합창을 가르치고 있는데, 어느덧 7년이란 시간이 흘렀네요.

최근 새소리음악학교 학생들의 공연을 유튜브로 봤어요. 지휘자님의 표정과 손짓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인상적이더군요.

우리 학교는 지금까지 다양한 공연을 해왔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대면 공연이 어려워지고 횟수도 줄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관객분들이 공연 영상이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그때부터 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지휘자는 모든 하모니와 음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템포와 음향, 음악의 흐름을 조직적으로 표현해내야 합니다. 음악을 할 때 지켜야 할 것들이 수 천개는 됩니다. 어느 것 하나 대충 넘어갈 수 없죠.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손동작 하나하나에 담습니다. 합창단원들이 지휘자의 미세한 사인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면 지휘자와 단원들 간에 교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모든 것들이 퍼즐 조각처럼 맞춰져 좋은 연주가 되는 것이죠. 이런 부분이 영상에서도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

합창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음악가에게는 악보를 읽고 소리를 떠올리는 내청 능력Inner hearing이 중요합니다. 이는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중점을 두고 가르치는 부분입니다. 내청 능력을 기르는 데 합창 수업이 밑바탕이 됩니다. 학생들이 합창을 할 때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음정을 맞추고, 소리가 섞이도록 합니다. 마치 도자기를 빚을 때 어느 한 쪽에 조금만 힘을 줘도 모양이 일그러지듯이, 합창을 할 때 성악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합창단원이 음악에 대한 같은 이해와 해석을 바탕으로 음악을 해야 그 곡의 완성도가 높아 집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합창을 하며 듣는 귀를 발달시키고, 각자의 전공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음악을 늦게 시작한 학생들도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빨리 늡니다. 학교의 이런 시스템이 학생들에게는 정말 유익하고 좋습니다.

가르치시면서 느끼는 기쁨이 크시겠죠? 전문 합창 단원들과의 차이점이라면요.

학생들은 곡을 완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계산하지 않고 몰입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내고 헌신합니다. 노련한 전문 연주자라고 해도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순수함이 지휘자인 저를 겸손하게 만듭니다.

한 번씩 졸업한 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할 때면 저희 집에도 들러 저와 아내에게 감사를 표현합니다. 이렇게 학생들이 순수하고 예쁘게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가 어떤 합창단으로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우리 학교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가진 합창단이 될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삶에 변화를 주는, 그런 합창단이 되길 바랍니다.

이수민 학생은 대전시립교향악단 영아티스트 콘서트에서 영아티스트로 선정되어 협연했으며, 누에바 멜로디아 국제 콩쿠르 현악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촉망받는 콘트라베이시스트이다.

세계 최고의 콘트라베이시스트를 꿈꾸는 이수민 학생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전공하는 고등학교 3학년 이수민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 듣기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음악이 취미이자 전공이 되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콩쿠르와 콘서트, 연주회 등에 도전하면서 ‘세계 최고의 콘트라베이시스트’라는 꿈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어요.

중1 때 콘트라베이스를 시작했지요? 악기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초등학생 때 저는 게임에만 빠져 있던 학생이었어요. 게임을 그만해야겠다고 다짐해도 잘 안되더라고요. 부모님이 저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우연히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을 들었는데, 무척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어요. 그 일을 계기로 음악을 배우고 싶었고, 새소리음악중학교에 입학했어요.

입학 전까지는 음악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던 제가 ‘미래영재’라는 전공으로 들어갔는데요. 여러 악기를 직접 대해보며 제게 잘 맞는 악기가 무엇인지 알아보던 차에, 제 키보다 훨씬 큰 콘트라베이스에 관심이 갔어요. 제가 또래 친구들에 비해 키가 크다 보니, 콘트라베이스가 친구처럼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아주 낮은 저음과 깊은 울림이 인상에 남아 콘트라베이스 전공을 결정했어요.

연주가가 꿈인데, 어떨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요?

저는 주로 연주하는 도중에 즐거움을 많이 느껴요. 모든 곡에는 작곡가의 의도가 담겨 있는데요. 연주를 하면서 작곡가가 곡에 표현해 놓은 의도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연주할 때 정말 행복해요. 예를 들어 ‘사랑의 인사’는 엘가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작곡했는데, 그 곡에는 엘가의 섬세한 감정들이 담겨 있어요. 제가 직접 엘가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연주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연주가만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네요. 앞으로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가요?

우리 학교는 매년 동남아, 일본, 홍콩 등 해외 연주 기행과 향상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 등 무대에 설 기회가 정말 많아요.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이 우리의 음악을 듣고 기뻐하고 감동 받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관객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덩달아 행복해지더라고요. 저는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고 소망을 주는 연주가가 되고 싶어요.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며 배우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얼마 전,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했어요. 협연을 하기 위해 두 번의 오디션을 봐야 했는데, 1차 오디션 준비 기간에 코로나에 걸려서 그냥 포기하고 싶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끝까지 이끌어 주셔서 1차 오디션에 합격했어요. 하지만 2차 오디션에는 도저히 합격할 자신이 없었어요. 1차 합격자 중엔 대학생도 있고, 잘하는 연주자들이 많았거든요. ‘분명히 떨어질 거야’라는 생각에 포기하려는데, 선생님께서는 할 수 있다며 끝까지 도전하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2차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해서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할 수 있었어요.

저희 학교 선생님들은 절대로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더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워요. 저는 늘 문제아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는데, 선생님들은 저를 세계 최고의 학생으로 바라봐주세요. 선생님들의 믿음이 있었기에 제가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해보는 자세를 배우고 있어요.

정말 멋진 선생님이네요. 수민 학생은 학교생활 중 언제가 가장 즐거운가요?

친구들이랑 즐겁게 놀고, 이야기하고, 맛있는 거 먹을 때죠.(하하) 예전에는 게임만 하느라 친구들과 이야기할 틈도 없었는데, 지금은 누구와도 친구니까, 학교생활이 무척 즐거워요. 그리고 예전에 같은 반 친구들과 현악기 앙상블을 한 적이 있어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서 연습하는 과정이 순조롭진 않았어요. 하지만 최고의 무대를 위해 서로 마음을 합쳐서 연습하니까, 각기 다른 소리를 내던 우리가 결국엔 하나의 소리를 냈어요. 그 과정이 정말 놀랍고 즐거웠어요. 음악으로 하나가 될 때, 그때가 가장 즐거워요.

음악 부장 선생님

오기쁨

개교했을 때부터 재직하고 계시는데, 어떤 수업을 담당하고 계신가요?

저는 새소리음악중고등학교의 음악 부장 교사 오기쁨이라고 해요. 음악학교이다 보니, 음악교과 수업, 연습, 공연 전반을 총괄하고 있어요. 교과 수업으론 음악이론과 화성학을 담당하고 있고요. 질문해주신 것처럼, 음악중고등학교가 개교할 때부터 근무하며, 많은 선생님들과 같이 의논해 우리 학교만의 교육과정을 만들고 있어요.

이 학교만의 교육 과정이 있다니 궁금하네요.

예를 들면 ‘창작을 위한 교육’ 수업이 있어요. 모든 전공 학생은 음악의 구조와 이론을 배운 뒤 이를 응용해 창작을 해요. 자신이 창작한 음악을 연주하고, 그 후에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해요. 창작을 하기까지 화음, 음형, 셈여림 등 음악의 요소를 깊이 살펴보는데, 음악에는 절대적인 정의가 없기 때문에 깊이 살펴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돼요. 학생들은 창작활동을 하는 동안 ‘내가 왜 이 화성을 선택했는지’, ‘이 음형을 왜 선택했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비판적 사고력도 생기고, 창의성도 향상되거든요. 또 자기를 한번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생각하는 폭이 커지는 것을 많이 느껴요. 그렇게 해서 만든 음악을 직접 연주하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키워갑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데요.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이론과 실제를 연결하고, 음악과 연결되어 있는 여러 분야의 예술과 문학을 접하며 즐겁게 공부를 합니다.

이 학교에는 ‘미래영재’ 프로그램이 있더군요. 새소리음악학교만의 특별한 시스템이 더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미래영재’ 프로그램은 입학 이전에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더라도, 학교의 커리큘럼을 통해 전문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 학교의 중1 신입생 대부분이 미래영재로 시작하고 있으며, 많은 학생이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공을 정해서 졸업할 때에는 훌륭한 연주자로 성장합니다.

두 번째는 ‘인성교육’이에요. 매일 아침 70분 동안 인성교육을 하고 있어요. 특히 자제력 교육과 포기하지 않는 것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음악을 하다 보면, 실기시험이나 연주를 통해 학생들이 준비한 것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때론 실패도 해요. 연주를 준비하기 위해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걸 접고 열심히 준비해야 하고, 반면에 열심히 준비했다 하더라도 실패를 봤을 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악기를 들어야 하지요. 음악은 이 두 가지를 삶에서 실현하는 학습의 장인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네요. 그렇다면 선생님은 제자들이 어떻게 성장하길 바라나요?

음악을 하다 보면 한계에 도달할 때가 와요. 임계점을 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이 필요하죠. 학생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가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음악 이외에도 외국어 교육을 중시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시대를 이끌 음악인을 양성하기 위해 외국어 교육을 신경 써서 하고 있어요. 한 학생이 국내 유명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휘자 님이 외국 분이셨어요. 그런데 학교 지휘자 선생님도 외국 분이다 보니, 어렵지 않게 새로운 지휘자 선생님께 자기 의사표현을 하더라고요. 긴장하지 않고요. 수업하면서도 영어를 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보니, 학생들이 편하게 영어로 말합니다. 성악 전공 학생들은 영어 외에 이탈리아어와 독일어 딕션도 배워요. 다른 언어로 쓰인 음악도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정도 개설되어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음악학교 내부를 둘러보았다. 도서관, 악기연습실, 레슨실, 그리고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들이 하나같이 정겨웠다. 이동하는 곳곳에 콩쿠르 수상 내역이 적혀 있었지만, 그보다 눈에 더 들어온 건 밝고 환하게 웃는 학생들의 얼굴이었다.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인사하고, 선생님들과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학교와 선생님을 향한 신뢰와 애정이 얼마나 큰지 느껴졌다. 상처받은 사람을 음악으로 위로하고자 하는 학교의 비전은 타인을 향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먼저 서로를 따뜻하게 품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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