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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이 높고 푸르려면?
조현주 기자 | 승인 2022.09.26 22:46

9월의 달력을 넘기면 7일 아래 ‘푸른 하늘의 날’이라고 적혀 있다. 대기환경의 중요성과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19년 유엔총회에서 정한 날이다. 특별히 이름 붙여진 날은 기념해야 할 무엇이 있기 마련인데, 앞으로 높고 푸른 하늘을 보는 날이 쉽지 못할 것을 예고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기후가 변하고 있음은 누구나 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이 계속된다면 자연 생태계와 인류 사회가 받을 피해는 심각하다. 오늘 당장 이산화탄소를 없애서 탄소 중립 시대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수십 년 뒤의 기후 변화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은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거리마다 설치되어 있어, 사람들이 대기오염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게다가 올여름에 예상치 못한 폭우까지 몇 차례 겪으면서 당연히 여겼던 청명한 날씨가 귀한 선물이었음을 실감하고 있다. 기후 환경엔 국경이 따로 없어서, 날씨 관련 뉴스는 지구촌 모든 국가들의 공동 관심사이다. 

최근 유럽에는 가뭄과 폭염,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북유럽과 기후가 흡사한 영국 런던의 경우, 지난 7월 18일 기온이 40.2℃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것은 날씨 기록이 1659년부터 남아 있는 영국에서 4백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현재 유럽에서 가뭄 판정을 받은 지역은 전체 면적의 60%로, 올해 곡물 수확량이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대서양 건너 미국 대륙은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사막 지대인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연간 강수량의 75%에 해당하는 40㎜의 비가 3시간 동안 쏟아졌고, 그로 인해 천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큰 홍수가 발생해 사막에 강이 생기는 이변을 낳았다.

온실효과 : 지구 대기에 섞여 있는 온실가스는 대기와 같은 온도를 가지고 있고, 대기는 지표면보다 일반적으로 춥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방출하는 빛은 지표면이 방출하는 빛보다 적은 강도를 가지게 된다. 출처 한국기상학회

지구 온난화는 왜 생기는가?

지구의 대기 중 99%는 질소 78.1%와 산소 20.9%로 구성된다. 나머지 1%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수증기는 지구 표면의 열이 대기권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온실처럼 감싸서 인간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온실가스Greenhouse Gases라고 부른다. 지구 표면에 부딪친 햇빛은 70%가 흡수되고 30%는 반사되어 대기권 밖으로 나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그런데 만약 온실가스가 없어서 햇빛이 모조리 반사되어 나가게 되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영하 18℃로 내려간다고 한다.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따라서 지구를 담요처럼 감싸고 있는 적정량의 온실가스는 인간이 안정적인 삶을 사는 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은 온실가스의 양이 적정선을 훨씬 넘어섰다. UN 산하 정부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는 기후 변화에 온실가스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알다시피,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문명의 발전에 필요한 에너지를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로 대신해왔고, 여기서 배출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층을 두텁게 만들었다. 그 결과, 기후 생태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지구 온난화의 피해가 고스란히 인간에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폭염과 폭우는 정반대의 자연 현상 같지만, 발생 이유는 동일하다. 화석연료에서 나온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화석연료를 선택한 것이므로 인간이 기후 변화를 일으킨 가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피해자 역시 인간이다. 기후 변화로 인간은 안전하게 살 권리를 위협받는다. 폭염과 화재, 태풍으로 부상, 질병, 사망이 늘어나고 식량생산 감소는 영양 부족 현상을 가져온다. 국제 엠네스티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물 부족으로 지구상의 10억 명이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홍수와 산불, 해수면 상승으로 사람들은 살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특히 북극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보다 4배 정도 빨라서 빙산들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다. 1992년 이후 지금까지 해수면이 평균 8cm 상승해서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국토가 바다에 잠길 위험에 처했고, 기후 난민으로 이주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지구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나라, 키리바시는 국토의 평균 고도가 해발 2m가량이며 제일 높은 지점이 고작 81m이다. 그런데 매년 해수면이 3cm에서 12cm까지 높아지고 있어 수십 년 뒤엔 전 국토가 침수되어 거주가 불가능해진다.

인구 1만2천 명의 이웃 섬나라, 투발루 역시 같은 상황이다. 이 나라의 사이먼 코페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수중 영상 연설을 통해 전 세계에 지구 온난화로 인해 수몰 위기에 놓인 섬나라의 현실을 알렸다. 허벅지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연설을 이어간 코페 장관은 과거 육지였던 곳이 이렇게 물에 잠긴 것을 보여주면서, 기후 위기 대응에 전 세계가 즉각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섬나라 키리바시는 2천km 떨어진 피지 북섬의 숲 지대를 사들여 수몰 위기를 대비한 이주 준비를 하고 있다. 출처 태평양관광기구 © 2019 SPTO All Rights Reserved.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실제로 19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지구 온도는 1.1도 상승했다. 수십 도가 넘는 일교차에도 잘 견디고 있는 우리로서는, 1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에서는 매우 크고 위협적인 수치라고 한다. 그래서 150년 사이에 자연 재해가 끊임없이 발생했고 그 빈도와 규모도 커졌다.

이런 피해를 방지하려고 2015년에 유엔 가입국 중 196개국이 모여 협약을 맺었는데, 바로 파리기후협정이다. 여기에서 채택된 내용의 핵심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동시에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을 촉구한다는 내용이 협정에 담겨 있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너무 거대해서 한눈에 보이지도 않고, 국가가 아닌 개인 차원에서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연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 각자가 생활 속 욕구들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의식을 전환하고, 절제하는 삶을 계속해가는 습성을 심신에 새겨간다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빠른 길이다.

언론인이자 미식가로 유명한 피터현 선생이 생전에 살던 프랑스 시골을 방문했을 때였다. 성채 같은 큰 집의 부엌에 냉장고는 음료수를 넣어두는 작은 사이즈뿐이었다. 필요한 채소는 뒷밭에서 따오고, 시장을 봐다가 그날그날 해먹으니 냉장고에 보관할 게 많지 않다는 미식가 선생의 답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런데 우리는 대형 마트에 갔다가 1+1이라고, 여기에서만 살 수 있는 품목이라고, 급하지 않은 물건들을 미리 사다가 냉장고와 냉동고에 쟁여두지 않는가. 사온 식품들의 신선도는 점점 떨어지고, 냉장고의 전기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삶은 각자의 소신에 따르는 것이지만, 지금은 합리적 소비가 필요한 시대다.

투발루 외교부 장관이 물에 잠긴 땅 위에서 수중 영상 연설 중이다. 출처 KBS 뉴스 영상 캡처
지난해 5월 발사해 착륙시험에 성공한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 출처 스페이스X 홈페이지 영상 캡처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한편, 기후 변화로 병들어가는 지구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2016년에 야심찬 화성 개발을 선언했다. 인류가 영원히 안식할 곳을 찾기 위해 지구와 가장 가까우면서 생존 환경 역시 가장 흡사한 화성 탐사를 진행 중인 것이다. 다소 황당해보이는 프로젝트가 그의 계획대로 2029년에 성공하더라도 그곳에 정착할 수 있는 인구는 100만 명에 한정된다.

79억 명이 넘는 전 세계 인구에게 다른 대안은 현재 없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잘 살고 있더라도 지구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79억 명은 같은 운명 공동체가 된다. 가진 자와 없는 자, 노인과 아이, 건강한 자와 병자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생기지 않는다. 지구라는 대형 비행기가 우주에서 추락한다는데 일등석, 삼등석을 나누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위기 상황을 피할 수 없다면 최대한 더디 오도록, 지금 우리가 사는 지구 환경을 잘 돌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은 자연 현상이 아니다. 과도한 산업 발전으로 생긴 인위적 재앙이다. 따라서 우리가 각성해서 온실가스의 양을 현저히 줄이고 ‘1.5도 이하’라는 온도 상승 제한 목표를 모두 지키려고 한다면, 미래 세대까지 안전하게 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그 첫걸음은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그것이 당장 기후 변화를 막아 세울 수는 없겠으나, 언젠가 도래할 기후 변화를 바꿔갈 수 있다.

우리나라 애국가 3절은 ‘가을 하늘 공활한데’로 시작한다. 그 가사처럼, ‘푸른 하늘의 날’을 맞아 한반도의 청명한 가을 날씨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조현주 기자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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