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들과의 ‘아름다운 싸움’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가 연일 화제다. 천재적 자질을 보이는 자폐인 우영우로 인해 자폐아와 그 가족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폐 중에 천재인 경우는 1%에 불과하며 현실의 가정은 드라마 상황과 많이 다르다. 이 글을 쓴 민섭 엄마도 아들의 병명조차 몰라 애태운 시절이 있었고 불치병 판정을 받으면서 한때 절망하기도 했다. 그런 아들을 두고 엄마는 힘들지만 위대한 걸음을 내딛는다. 우리 아이는 정상이라는 믿음을 실제 삶에 구현하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원래 정상아인데 지금 자폐아처럼 행동한다고 본 그는, 아들의 행동을 수정해 주고 반복적으로 가르쳤다.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으나, 아들은 지금 24살의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자폐 치료의 길은 쉽지 않고 힘들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마지막 희망과 빛은 어디에나 있다. 자폐 장애가 선천적 질환인 것은 맞지만, 인간 내면에는 선천적 치유력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기억하라고 글쓴이는 독자들에게 조언한다.  -편집자 주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부터 막내 은섭, 맏이 혜림, 남편, 필자 안현지 그리고 둘째 민섭이의 모습이다.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맨 왼쪽부터 막내 은섭, 맏이 혜림, 남편, 필자 안현지 그리고 둘째 민섭이의 모습이다.

최근에 나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봤어요? 정말 재미있네요. 보면서 아드님 생각이 많이 나요.’ 라는 내용의 문자를 자주 받는다. 며칠 전엔 미국에 사는 원어민 선생님까지 카톡 메시지를 보내와 깜짝 놀랐다. 평소에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아서 우영우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나는, 지인들의 문자에 답장하려면 좀 알아야 할 것 같아 방학 기간에 작정하고 드라마를 몰아서 보았다.

드라마는 지인들의 말처럼 매우 흥미진진했다. 답답한 사건들이 생각지도 않은 반전의 실마리로 해결되는 스토리가 시청자의 마음을 마냥 빠져들게 했다. 무엇보다도 내 관심을 끈 것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우영우의 행동이었다.

‘자폐’라는 병명은 나에게 너무 친숙한 단어다. 나는 자폐성 발달장애 2급으로, 지금은 24살이 된 이민섭이라는 청년의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보는 내내 제작사의 일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며 울고 웃었던 지난날의 기억이 드라마의 내용과 뒤섞였고 내가 마음속으로 예전에 했던 말들이 스크린 자막으로 마구 올라오고 있었다.

“자폐는 현대 의학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불치병입니다”

아들이 자폐 판정을 받았던 18년 전에는 자폐라는 병명이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했었다. 전국을 돌아다녀도 소아정신과 진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병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그나마도 전문적인 검사를 받으려면 1년이 넘게 기다려야 했고, 검사를 다 마쳤다 해도 결과는 대부분 확정이 아닌 추정이었다. 부모의 관찰에 의존한 질문지 검사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나는 교육학을 전공한 교사였고, 민섭이가 둘째였기에 정상 아이들과 뭔가 다르다는 것을 비교적 빠른 18개월경에 알아차렸다. 그러나 동네 병원에서 듣는 의사의 소견은 ‘아직 잘 모르겠다. 좀 더 지켜보자’라는 말뿐이었다.

우리 아이를 받아줄 어린이집이 없어서 나는 학교에 휴직계를 냈다. 혼자서 안개 속을 걷듯이 육아서적, 인터넷 자료 등을 뒤져가며 아이 행동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읽고 또 읽었다. 밤새도록 우리 아들과 비슷한 사례들을 수 없이 검색한 것은 사실 해결 방법보다는 우리 아이가 장애가 아니라는 위안과 증거를 찾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 생애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얼마 후, 그 칠흑 같은 어둠의 정점이 찾아왔다. 약 1년 동안 여러 관찰 검사와 지능검사를 한 끝에 민섭이의 IQ는 50으로 나왔고 아무리 교육을 열심히 받아도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들어야 했다. 자폐성 발달장애 2급 판정과 함께 말이다. 민섭이가 6살 때였다. 내 앞에 넘을 수 없는 거대한 하얀 벽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온몸이 부르트는 고행을 해도, 절대로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누구나 살다 보면 힘든 일을 만나게 마련이지. 그래도 노력하고 인내하고 소통하면 해결될 수 있어.’ 나는 이런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왔는데, 그것은 생각 속의 희망이었고 인생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막연한 가치였다. 현실에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일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그때야 깨닫게 된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성실하게 사는 젊은 부부교사인 우리에게 이렇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셨다.

“아이를 바꾸거나 고치려고 너무 큰 애를 쓰지 마세요. 그냥 편안하고 즐겁게 부모님의 삶을 사세요. 그렇지 않으면 온 집안이 망가지게 될 거예요. 자폐는 현대 의학이 발달한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는 불치병입니다.”

“민섭이는 정상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검사 결과지를 받고 보니 힘이 빠졌다. 차라리 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면 인생을 정리하며 접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들의 인생은 쉽게 포기되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낫게 할 수 있을까? 어디에 가면 고쳐줄까?’ 마음속 깊은 절망과 절규의 끝자락에서 희미한 생각 한줄기가 떠올랐다. ‘현대 자동차가 고장 나면 어떻게 해? 버리지 않잖아. 자동차를 만든 공장에 가면 부품도 있고, 설계도도 있어. 사람은 하나님이 창조하셨잖아. 이제, 사람을 만드신 하나님께로 돌아가자.’

그렇게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 여기며 목사님을 찾아갔다. 그 목사님이 민섭이를 보는 눈은 의사 선생님과 180도로 달랐다. 의사는 의학 이론과 임상 경험에서 설명하지만, 목사님은 하나님의 시각에서 이렇게 말해주었다.

“민섭이는 정상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이 아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날, 목사님과의 만남은 내 삶은 물론 우리 가족 전체의 삶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본 것, 내 노력, 내 경험, 내 판단을 중시하고 살았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더 중요한 세계가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동시에 주변 사람들과 세상 모든 것에 대해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마음의 뿌리를 만들어 주었다.

장애아의 엄마로 살 것인가? 정상아의 엄마로 살 것인가?

그러면서 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의사의 말을 받아들일 것인지, 목사님의 말을 받아들일 것인지…. 하지만 면밀히 생각해 보면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의사의 말을 받아들이면 나는 평생 장애아의 엄마로 살아갈 것이고, 목사님의 말을 받아들이면 정상아의 엄마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목사님의 말을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서 민섭이는 정상아가 되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만 정상아일 뿐이지 내 눈에 보이는 민섭이는 여전히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시간만 나면 직선 방향으로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이유 없이 뛰어다니고, 이름을 불러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동차 바퀴에만 집착했다.

또 위생 관념이 없어서 땅에 떨어진 것도 눈에 보이면 주워 먹기가 일쑤였다. 나는 또 선택해야 했다. 내 마음에 정상으로 있는 민섭이가 맞는지, 내 눈에 보이는 이상한 민섭이가 맞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 선택 또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내 눈에 보이는 민섭이가 틀린 것이고, 정상아인 민섭이가 자폐아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민섭이의 행동을 엄마인 내가 수정해 주어야 했다.

양치 컵 사건으로 시작된 민섭이와의 싸움

그때부터 나와 아이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것을 ‘아름다운 싸움’이라고 이름한다. 싸움은 나쁜 것이지만, 이 세상에는 꼭 필요한 아름다운 싸움도 있다. 싸우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는 고귀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싸움의 첫 시작은 ‘양치 컵 사건’이었다. 민섭이는 평소에 물 마시는 것을 좋아해서 벌컥벌컥 음료수를 잘 마셨다. 그런 아이의 입장에서 볼 때, 양치물을 마시지 말고 뱉으라고 하니까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뱉지 않고 자꾸 삼켰다. 아무리 오래 가르쳐도 안 되기에, 언젠가부터

나는 깨끗한 손수건으로 아이의 입안을 닦아주는 것으로 양치질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섭이가 정상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받아들였다면서 큰애와 양치질을 다르게 시키고 있는 것이 내 마음에 걸렸다.

“민섭아, 너도 오늘부터는 누나가 하는 것처럼 양치를 할 거야.”

아이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무슨 말인지 영문을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는 아이 앞에서 나는 양치물을 입에 담았다 뱉는 행동을 수십 번 반복했다. 자기가 하던 패턴대로 행동하려는 아이와, 정상아라면 정상아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엄마의 기 싸움은 자정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싸움과 울음에 지친 아이가 잠들자, 나도 아이를 안고 뒤늦게 흐느끼다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새벽 몇 시쯤이나 되었을까? 아이를 침대로 옮겨가려고 일어서자, 민섭이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갑자기 세면대로 달려가더니 양치 컵으로 물을 마시고 뱉고를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앉아 있는 쪽을 번갈아 보면서 말이다. 그날, 나는 정말 뜨거운 감사의 눈물을 흘렸다.

‘민섭아, 너는 정상이야. 너는 다 할 수 있는데, 엄마가 잘못했어.’

그 사건부터 지금까지 민섭이의 삶은 아름다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대소변 가리는 법, 젓가락질하는 법, 연필 잡는 법, 주변 정리하는 법, 인사하고 소통하는 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끝까지 기다려주었다. 그래도 안 될 때는 될 때까지 내 마음에서 전쟁을 치렀다. 절대로 먼저 도와주거나 너그럽게 넘기지 않고, 정상인 누나와 똑같이 대했다.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누나와 동일하게 훈육하고, 심부름이나 집안일도 누나와 똑같이 분담했다.

학교도 장애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초등학교에 들어갔고, 일반 학급에서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공부했다. 그렇게 민섭이는 공립 초등학교에 다녔고 전교 어린이회장을 했다. 졸업 후 영어특성화 중고등학교를 거쳐 지금은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있다. 어엿한 대학생이 된 것이다. 2020년도에는 미국에 가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도 하고 왔다. 18년 전에 의사 선생님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지금 민섭이는 고등학교 과정을 정상적으로 마치고,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대학에 들어가 평범한 대학생으로 친구들과 함께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1.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어릴 때 민섭이도 늘 혼자서 다른 세계를 응시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2.초등학교 때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되었다. 사진은 임명장 수여 장면. 3.학교 대표 수영선수로 활동하며 셀 수 없이 많은 금, 은, 동메달을 땄다.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선 몰입도와 습득력이 남달랐다.
1.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이 그렇듯이, 어릴 때 민섭이도 늘 혼자서 다른 세계를 응시하고 있는 눈빛이었다. 2.초등학교 때 전교 어린이 회장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되었다. 사진은 임명장 수여 장면. 3.학교 대표 수영선수로 활동하며 셀 수 없이 많은 금, 은, 동메달을 땄다.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선 몰입도와 습득력이 남달랐다.

천재 자폐인보다 평범한 정상인을 택하다

얼핏 보면 드라마 속 우영우와 민섭이는 닮은 점이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엄마인 나에게는 다른 점 하나가 명확히 보인다. 우영우에게 천재성이 나타났을 때, 영우 아빠는 천재성에 놀라워하며 그것을 키워주고 계발하도록 이끌어 주었다. 대부분의 자폐아 부모님들도 그렇게 한다. 그것이 아이의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세상에 적응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속엔 분명히 정상아였기 때문에 또래 정상아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민섭이가 잘 풀어낸다고 해서 ‘좋아라’하며 기뻐할 수 없었다. 실제로 민섭이는 다른 친구들보다 수리적 개념이 월등히 뛰어났다. 7세부터 그런 능력이 도드라졌는데, 원리나 공식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중간 단계 없이 어려운 계산을 척척 해내고 남들이 기피하는 수학 과목을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데 나는 애써 그런 활동에 더 깊이 빠지지 않도록 자제시키고, 다른 쪽으로 관심을 유도했다. 평범한 정상인으로 사는 것이 훨씬 더 좋아서였다. 그래서 천재성을 보여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고, 반대로 보통에 못 미치는 어눌한 행동을 하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내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자제력 키우기’였다. 정말 하고 싶은 것도 안 해야 할 때는 참고, 정말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면 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고집을 꺾어주고 마음을 다스려 주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과 민섭이는 닮은 점이 많아선지, 필자에겐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출처 ⓒENA 공식포스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과 민섭이는 닮은 점이 많아선지, 필자에겐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출처 ⓒENA 공식포스터

‘뇌의 맹점’이 인간 내면의 선천적인 치유력은 아닐까?

민섭이가 자폐 판정을 받던 때와 달리, 지금은 오랜 검사와 관찰 없이도 신속한 검사가 가능한데, 그 이유는 뇌 과학의 발달 덕분이다. 자폐 특성을 가진 사람의 경우, 뇌 구조가 일반인과 다르기 때문에 뇌 MRI만 찍어도 금방 알 수가 있다. 뇌과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그 어떤 고도의 능력을 가진 컴퓨터나 인공지능보다 위대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간의 뇌가 한 부분에서는 이상하게도 멍청한 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실제로 동작을 취해서 움직이는 행위와, 상상하고 믿는 행위를 구분을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내가 실제로 밥을 먹을 때와 밥 먹는 것을 현실처럼 상상하고 있을 때 뇌는 그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뇌 과학자들 중에는 그것을 ‘뇌의 맹점’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뇌의 맹점’이라고 하는 그 부분이 바로 인간만 보유한 능력이며,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인간 내면의 선천적인 치유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1000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니었다. 1000번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낸 것이다. 출처 ⓒmagellantv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1000번의 실패를 한 것이 아니었다. 1000번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낸 것이다. 출처 ⓒmagellantv

발명왕 에디슨도 바로 이런 마인드로 전구를 발명할 수 있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에디슨은 1000번, 아니 어떤 기록에는 수만 번의 실패 후에 전구를 발명했다고 적혀 있다. 전구가 세상에 알려진 뒤, 어느 기자가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그 수많은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를 할 수 있었습니까?”

그랬더니 에디슨은 정색을 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실패라니요?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1000번의 단계를 거쳐 이 전구를 만들어냈습니다.”

에디슨이 전구 발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에디슨의 마음에 처음부터 전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디슨의 마음에 이미 완성된 전구의 상像이 있었기 때문에 1000번이 넘는 실패에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었고 마침내 마음속의 전구가 형태로 완성된 것이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엄마가 일일이 챙겨주고 다그치지 않아도, 자신과의 싸움을 스스로 해가고 있다.
대학생이 된 아들은 엄마가 일일이 챙겨주고 다그치지 않아도, 자신과의 싸움을 스스로 해가고 있다.

이제 아들은 스스로 자신과 아름다운 싸움을 해가고 있다

‘민섭이는 정상입니다!’라는 꿈과 믿음을 넣어주신 목사님 덕분에 나도 에디슨이 간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었다. 10년 넘게 아이와 아름다운 싸움을 하는 동안 나는 절망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 정상아로 키우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이미 정상아인 아이의 행동을 수정해 주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더 좋다. 하지만 긍정적인 생각도 실패가 계속되면 한계가 오기 마련이다. 인공지능이 주도할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제 긍정적인 생각의 수준을 넘어 꿈과 믿음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마음에 꿈이 살아 있고, 그것을 신뢰하는 믿음의 상像이 만들어진 사람은 수많은 실패와 끊임없는 경쟁에서도 끝까지 포기하거나 물러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아이와 ‘아름다운 싸움’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민섭이가 스스로 자신과 아름다운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앞에 다가오는 수많은 부담스러운 일을 피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어렵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드는 건강하고 평범한 민섭이가 자랑스럽다. ‘우리 아들 민섭이는 정상이다!’

글쓴이 안현지

교육학을 전공한 올해 26년 차 초등학교 교사이다. 2021~2022 교육부 인성교육 우수선진교사로 선정되었고, 지역사회 교육문화단체 ‘하트톡’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세 자녀의 엄마인 그가 민섭이에게 자제력을 가르치다 보니, 위로 누나와 아래 남동생도 자연스럽게 같이 교육을 받아 아이들 모두가 사춘기의 통증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최근 학교에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학생들이 부쩍 많아져 학부모들의 고충 호소도 커지고 있다. 그도 그 상황을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는 여느 부모들과 좀 다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선천적인 질환이지만, 인간 내면에 선천적 치유력이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부모들이 이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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