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잘 보내는 방법 중 하나가 해수욕이다. 뜨거운 모래사장과 출렁대는 바닷물을 오가며 해수욕을 즐기다 보면 무더위도 멀리 달아나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름철에 푸른 산보다 바다를 더 선호한다. 하지만 피서객들이 돌아간 뒤의 바다는 쓰레기로 심한 몸살을 앓는다.
최근에 지구 환경문제를 논하면서 해양 쓰레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많다. 미국의 비영리 NGO인 ‘퓨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이 2020년에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이 연간 약 1,100만 톤이라고 한다. 또 2019년 <뉴욕타임스>의 한 기사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 제도의 러스켄타이어 해변에 떠밀려온 향유고래의 사체를 부검한 결과 밧줄 뭉치, 그물, 플라스틱 컵, 포장용 끈, 가방, 장갑 등 쓰레기 100킬로그램이 향유고래 위에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해양 쓰레기로 인해 바다 생물들이 입고 있는 피해의 심각한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플라스틱’이 바다를 위협하다

그런데 해양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인이 플라스틱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플라스틱은 20세기에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의 하나로, 우리 생활에 너무 유용하고 친숙한 재료이다. 하지만 바다에 떠다니게 되면 위협적인 존재로 변한다. 현재 해양 쓰레기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플라스틱은 난류와 한류를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가 해류의 흐름이 거의 없는 무풍지대에 모여 점점 거대 한 플라스틱 섬을 만들었고 그 크기는 해를 더할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도에도 없는 플라스틱 섬은 미국의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북태평양 바다 위에 실제로 존재한다.
1997년에 부근을 지나던 찰스 무어 선장이 우연히 발견했는데, 우리나라 땅 7배나 되는 면적에 약 87,000톤의 플라스틱이 모여 있다. 문제는 한번 만들어진 플라스틱이 완전 분해되기까지 450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앞으로 30년 뒤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바다에 더 많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바다에는 국경이 없기에 해양 오염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구 위의 모든 나라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해양쓰레기 수거 캠페인, 텀블러 챌린지,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등 캠페인이 산발적으로 있을 뿐이고, 범국가적인 실천 운동은 아직 대중화되고 있지 않다.

2019년 12월,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제도의 해안에 밀려온 죽은 향유고래. ⓒ스코틀랜드 해변 해양동물 대응계획 SMASS 페이스북
2019년 12월,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제도의 해안에 밀려온 죽은 향유고래. ⓒ스코틀랜드 해변 해양동물 대응계획 SMASS 페이스북

아름다운 푸에르토리코 해변의 쓰레기들

나는 해안 도시 강릉에 위치한 가톨릭관동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올해는 휴학을 하 고 굿뉴스코 해외봉사를 지원해, 아이티를 거쳐 현재 푸에르토리코에서 활동하고 있다. 카리브 해안의 이 나라는 섬이라서 정말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 시원하게 쭉쭉 뻗은 도로와 함께 멋진 에메랄드빛 해변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과 같다.
여기에서 나를 포함한 7명의 봉사단원들은 현지 지부장님의 지도를 받으며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엔 해변 정화 활동도 포함되어 있다. 해양 오염을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다. 그다음은 버려진 쓰레기를 곧바로 수거해서 바다로 떠다니지 않게 하는 일이다.
우리 봉사단원들은 해변을 깨끗하게 청소하자는 데에 뜻을 모았고 행사를 기획했다. 그 과정에서 K-POP과 접목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 언뜻 생각하면 해변 정화 활동과 K-POP을 연관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연결할 고리가 보였다. 그것은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이미 있었다. 자연을 사랑하지만 청소를 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K-POP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SNS로 이것을 홍보했고 여기에 동참한 현지인들과 함께 지금까지 6차례의 해변 정화 활동을 실시했다.

에스캄브론 해변에서 실시한 청소 활동. 이 내용이 지난 7월 5일자 <조선일보>에 기사로 보 도되었다. 2. 해변 모래 속에서 찾아낸 병뚜껑과 담배꽁초들. 3. 필자(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봉 사단원들이 최근에 푸에르토리코 교육부장관(가운데)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에스캄브론 해변에서 실시한 청소 활동. 이 내용이 지난 7월 5일자 <조선일보>에 기사로 보 도되었다. 2. 해변 모래 속에서 찾아낸 병뚜껑과 담배꽁초들. 3. 필자(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봉 사단원들이 최근에 푸에르토리코 교육부장관(가운데)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다. ⓒ굿뉴스코 해외봉사단

해변 청소를 K-POP 팬들과 함께

첫 행사를 하던 날, 바닷가에 가보니 아름답기만 한 해변의 경치와 달리 모래사장의 청결 상태는 좋지 않았다. 우리가 처음 방문한 에스캄브론 해변은 푸에르토리코 수도 산후안 시에서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서 큰 쓰레기들은 제때에 수거가 되고 있지만, 모래 속에 묻힌 병뚜껑과 담배꽁초까지는 청소가 불가능했다.
우리가 두 시간으로 계획한 해변 정화 활동의 첫 순서는 먼저 방탄소년단BTS의 ‘버터’ 노래에 맞추어 간단한 체조로 몸을 푸는 것이었다. 그 뒤에 참가자들은 팀별로 커다란 검정 봉투를 들고 본격적인 청소에 나섰다. 정해진 시간 내에 쓰레기를 많이 수거해온 팀에게는 한국산 조미 김을 상품으로 수여했다.
청소가 끝난 뒤에는 2부 순서로 K-노래방과 K-POP 랜덤 플레이 댄스 무대를 열었다. 어눌한 발음으로 한국 노래를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 행복해 보였다. 이어서 K-POP 랜덤 플레이 댄스가 시작되자, 언어의 장벽을 가뿐히 뛰어넘는 ‘댄스’가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주었다. 해변 청소만 하고 헤어지면 아쉬울 수도 있는데, K-POP을 통해 현지 청소년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자연 보호 활동이라고 말하면 거창한 행사 같아서 누구나 선뜻 참여하기가 망설여진다. 나도 처음에 해변 정화 활동을 준비할 때는 어떻게 할지 막막했다. 환경 오염의 통계 숫자만 볼 때는 가슴에 금방 와 닿지 않지만, 내가 쓰레기들을 직접 주워 보니까 무심히 버린 작은 병뚜껑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알았다. ‘티끌 모아 태산’ 이라는 속담처럼, 작은 쓰레기들도 모으면 대단한 양이 된다.
해변 정화 활동을 하면서 봉사 자체도 의미가 있으나, 여기에 관심 있는 분야가 접목되면 더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K-POP을 통해 사람들에 게 쉽고 재밌게 자연 보호를 실천할 수 있다는 길을 찾았다. 또 해변 청소를 해보면서 스스로 환경을 보호해야 된다는 신념도 생겼다. 하나뿐인 지구, 특히 해양 오염은 모든 나라가 함께 고민하고 같이 풀어가야 할 것이다. 지구를 지키려는 환경 보호의 첫 걸음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

 

글쓴이 송준서
가톨릭관동대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 중이다. 평소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그는 5월에 아이티로 해외 봉사를 왔고 지금은 푸에르토리코에 와서 활동하고 있다. 필자가 속해 있는 해외봉사 팀의 다양한 행보가 현지에 알려지면서 국내 여러 언론사에도 그 활동을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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