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교육부 차관 페르난도 그리피스 Dr. Fernando Griffith

그는 유전자 복제를 연구하는 과학자이다.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어떤 주제를 가지고도 유쾌한 대화가 가능하다. 작은 키에 비해, 꿈과 기상은 따라올 자가 없을 만큼 드높은 그가 대통령으로부터 파라과이 교육 개혁의 특별 임무를 받아 한국을 방문했다. 이곳에 와서 그가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을 깊이 새겼는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청했다. 귀국을 앞두고 보고서 준비에 바쁜 그를 파라과이 산 원두 커피가 있는 카페에서 만났다.

Q. 안녕하세요? 웹 세미나에서 강연하시는 모습을 몇 차례 보았습니다. 학자 같으셨습니다.

그런가요? 저는 연구원 출신입니다. 별명을 짓는다면, ‘호기심 천국’이 맞을 거예요. 생화학 박사로 스페인의 한 연구소에서 유용한 박테리아를 연구하고 있었어요. 쉽게 설명하자면, 박테리아의 DNA를 이용해 글루코산을 생산하는 대단한 프로젝트였죠. 산업적인 가치가 높은 연구였어요. 당시에 저는 파라과이에 약혼녀가 있었어요. 그런데 약혼녀의 부모님이 두 달 사이에 모두 돌아가시는 슬픈 일이 생겼어요.

약혼녀에게는 어린 동생들도 있었고요. 언젠가는 할 결혼이었지만 갑자기 하려니 부담스러웠죠. 고민했어요. 결국 저는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했어요. 곧 파라과이로 돌아왔고 결혼해서 지금은 두 아들의 행복한 아버지가 되었죠.(하하)

Q. ‘낭만파 과학자’라는 별명을 더 지어드리고 싶네요. 귀국 후엔 어떠셨는지요?

제 아내도 생화학을 전공해서 우리 부부가 연구실을 차렸어요. 병원에서 하는 각종 검사를 대행해주는 기관이었죠. 운영이 잘 되었지만 얼마 못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유는 보람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 부부는 실험실이나 교육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얼마 후에 저는 의과대학에 출강하게 되었죠. 틈틈이 다른 학교에도 가서 과학과 화학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면서 파라과이가 어떤 나라인지 학생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영상으로 강의를 만들었어요. 저는 역사 전공은 아니지만, 학생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정확히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그때 찍은 강의 영상을 학생들이 SNS에 올렸습니다. ‘어메이징 파라과이’라는 제목으로요. 2015년의 일입니다. 당시 오라시오 카르테스 대통령이 우연히 그 영상을 보고 모든 공무원들에게 보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파라과이의 뼈아픈 역사에 대해 드러내놓고 설명하는 사람이 그동안 없었던 겁니다.

Q. 영상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요.

어느 날 미주개발은행IDB 총재가 연락을 해왔어요. 제 영상을 봤다며 우리 은행에서 촬영기구들을 후원해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대신에 20회 분량의 강의를 찍으라고 했습니다. 그 부탁대로 20회 영상을 끝낸 뒤 아내를 바라보고 말했어요. “이제 뭘 하지?” 아내는 “계속 더 해요!”라고 했고 우리는 영상 강의 작업을 계속 했습니다. 한국에 오기 바로 전에 634회 영상 촬영을 완료했습니다. 

그렇게 학생들을 가르치며 바쁘게 살고 있던 2016년 어느 금요일이었어요. 수업 중이었는데 장관으로 임명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저는 그 다음 월요일부터 문화부 장관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았는데도 저는 국무위원이 되었고, 2018년 8월까지 2년 간 문화부 장관의 직무를 수행했어요. 그후엔 유네스코 문화 다양성 위원회에서 위원장을 지냈습니다. 

Q. 말씀을 들을수록 궁금해지네요.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제 꿈은 조국 파라과이를 위해 중요한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이 어떤 것이든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만드는 것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길을 가다가도  ‘건물을 이렇게 지으면 어떨까?’, ‘다리를 저렇게 만들면 어때?’ 하면서 혼자 고민도 하고 상상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거든요. 제게는 그 길이 교육인 것 같습니다.

Q. 지금은 파라과이 교육부 차관이시지요. 

그렇습니다. 교육부는 장관 아래 세 명의 차관이 있습니다. 관할하는 업무도 달라서 초중고등학교를 담당하는 기초교육부, 대학교육을 포함한 고등교육부, 종교를 관할하면서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종교부입니다. 저는 종교 담당으로, 업무는 크게 세 종류입니다. 모든 국민이 종교의 자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국민의 인권을 담당하고, 국민이 정체성을 분명히 갖도록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Q. 가치관 교육은 학교 이전에 각 가정에서 맡아 가르칠 수 있지 않나요?

가정은 국가의 초석이니까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파라과이는 1864년부터 6년 간 삼국동맹전쟁을 했고 처참하게 패했어요. 전체 인구의 60%가 사망하고 남성 생존자는 겨우 10%였습니다. 대부분 전쟁에 나갈 수 없는 어린 소년들과 노인이었죠.

종전 후, 남성 생존자 2만 8천 명은 전국의 각 마을로 흩어져서 가장 아닌 가장이 되었어요. 스무 살도 안 된 소년에게 50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야 하는 암묵적 의무가 주어졌죠. 이로써 전통적인 가족의 위계질서와 역할 분담이 무너져버렸습니다. 가치관을 전달하고 전달받는 가정의 본래 역할도 사라졌고요.

당시 남미에서 가장 발전한 선진국은 파라과이였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패배는 국가를 존폐 위기까지 몰아부쳤습니다. 지구 위에 이런 일을 겪은 곳이 또 있을까요? 유대인들이 겪은 홀로코스트에서도 남자의 사망율은 30%였습니다. ‘대학살’이라고 불릴 만큼 처참했던 삼국동맹전쟁은 오늘날까지 파라과이 국민들에게 트라우마로 있고, 15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역사를 1870년 이전과 이후로 구분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살아 남은 여자들은 정신적 괴로움을 뒤로하고 우선 먹고살아야 했습니다. 길을 내고 농사를 짓고 아이들을 교육했어요. 남자의 도움이 없이요. 사람들은 이전에 가졌던 가치관은 애써 덮어둔 채 살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가치관을 재정립해 강한 파라과이를 만들려고 합니다. 강한 파라과이는 군사적으로 강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발전할 수 있는 나라를 말합니다.

Q. 전쟁의 피해가 국가와 국민에게 얼마나 깊고 오래 지속되는 고통인지 알 것 같습니다. 파라과이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려는 움직임과 차관님의 한국 방문은 어떤 연관이 있나요? 

파라과이의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대통령께서는 국제청소년연합의 마인드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듣고 큰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설립자인 박옥수 목사님을 두 차례나 만나 논의하였고, 마인드교육의 도입을 교육부에 일임하셨어요. 실무를 담당한 제가 대통령으로부터 특별 임무를 받고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입니다. 마인드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현장을 둘러보고 관련자 미팅도 하고 있습니다.

Q. 마인드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학교를 방문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랬습니다. ‘마음을 교육하기 전에 교육하는 것은 절대 교육하는 게 아니다.’라고요. 마음을 교육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뜻이겠죠. 마인드교육은 파라과이가 찾고 있는 교육 개혁의 정답이었습니다. 이보다 더 좋은 교육은 없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높은 산 위에 있는 링컨 중고등학교를 방문해서 본 모든 것들은 제가 머리로 구상했던 교육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해주었어요. 내 생애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죠. 학교에 도착했을 때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던 새로운 기운을 느꼈어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존경, 영광, 명예를 뜻하는 ‘아너Honour’입니다. 방문자 일행을 사랑으로 맞아주고, 기쁨으로 바라보고,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환송해주었습니다. 한 인간이 올곧게 성장해가려면 일정한 과정이 있는데, 그 학교에 이런 과정이 잘 진행되고 있었어요. 외국어, 과학, 체육, 음악 수업 등을 참관하면서 목적이 있는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단합된 마인드를 학생들의 눈빛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많은 학교들을 다녀봤지만 이런 곳은 없었어요. 이 학교를 복제해 파라과이에 똑같은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페르난도 그리피스 차관은 링컨 중고등학교(교장 지수원)를 방문한 그 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페르난도 그리피스 차관은 링컨 중고등학교(교장 지수원)를 방문한 그 날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Q. 교육 전문가로서 마인드교육을 어떻게 보십니까?

저는 교육에 대해 논할 때 하나님을 빼고는 불가능합니다. 인간을 만든 분이 하나님이고 창조의 계획 안에 교육도 들어있으니까요. 진정한 교육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며 바로 마인드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나님 없이 가르치는 교육도 가시적인 효과는 있습니다. 박사들을 배출하고, 사회에 필요한 인재들을 양성해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없으면 결국 그 사회는 오염되고 맙니다. 

그런데 박옥수 목사님은 마인드교육을 만들면서 하나님과 연결했습니다. 인간의 깊은 사고력은 하나님이 마음 안에 있을 때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사고하지 못하고 겉도는 생각에 머뭅니다. 

Q. 요즘 이혼율 급증으로 부부 당사자뿐 아니라 자녀인 청소년 문제도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가정을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체과학을 이해하면 인간의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됩니다. 남성과 여성은 다릅니다. X, Y의 성염색체 구성부터 다르지요. 일반적으로 좌뇌는 언어와 논리적 사고를, 우뇌는 감정적이고 직관적 논리를 담당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성은 좌뇌와 우뇌의 양쪽 연결이 견고해 언어 및 감정이해 능력이 뛰어납니다. 반면에 남성의 뇌는 앞쪽과 뒤쪽의 연결이 더 견고해서 공간지각능력과 판단력이 뛰어납니다. 이렇듯 뇌 구조가 달라서 남성들은 사용방법에 관심이 많고, 여성들은 사람에게 관심이 더 많습니다. 한편, 남성에게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중요합니다. “오, 잘했어, 대단해” 같은 말을 들으면 세로토닌 분비가 높아지죠. 반면에 여성들은 옥시토신이라는 사랑의 호르몬이 더 중요해서, “여보,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어합니다. 이런 뇌 구조의 차이를 이해하면 부부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Q. 차관님도 이런 신체구조적 차이를 이해하고 결혼 생활을 시작하셨나요?  

결혼의 실패는 남편이 아내에게 사랑을 주지 않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남편의 사랑을 확신하지 못할 때 아내가 비난의 소리를 퍼붓고, 그 소리에 남편은 또 좌절하죠. 이런 악순환의 이유를 몰라서 저도 결혼 생활이 어려웠던 때가 있었어요.

신혼 때엔 아내 탓이라고 했죠. 나중에 남녀 차이를 배워서 알게 되었죠. 남자는 아내의 말 한마디로 만들어지는 그런 존재입니다. “나, 당신을 믿어.”라는 말에 남편은 없던 힘도 생깁니다. 모자란 남편도 칭찬을 해주면 훌륭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아내가 남편을 칭찬하려면 사랑받고 있다는 신뢰가 있어야 해요. 그러니 남편들이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 합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먼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부부와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영구적인 비결입니다.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 외교부를 방문하던 날, 잠시 시간을 내서 청계천 길을 산책했다.
여의도 국회와 광화문 외교부를 방문하던 날, 잠시 시간을 내서 청계천 길을 산책했다.

Q. 그렇다면 차관님은 행복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과학계에서는 90년 전부터 연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계속하고 있는데, 그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에 필요한 조건이 세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는 인간관계가 원만해야 합니다. 가족, 학교, 직장 등에서 문제가 있다면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죠. 둘째 조건은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겁니다. 좋은 일은 물론 힘든 일 앞에서도 감사한 마음을 갖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셋째는 이루려는 목적이 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합니다. 특히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하려는 목적을 갖고 살 때 그럽니다.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는 결론적으로 불행합니다.

행복에 대해서 과학계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는데, 저는 여기에 ‘자유’라는 네 번째 조건을 추가하고 싶습니다. 파라과이의 카를로스 로페스 초대 대통령이 신문에 ‘파라과이의 독립은 자녀의 행복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하다.’라고 기고한 적이 있어요. 여기서 자유란 뭘까요? 겉으로 보이는 개념이 아니고 내면의 자유를 말합니다. 그것은 곧 진리를 아는 것입니다. 역사를 보면 로마 시대 초기 기독교인들이 엄청난 박해를 받았습니다. 사자의 밥이 되고 화형을 당하고….

그렇게 해도 기독교인들의 얼굴에서 미소를 지울 방법이 없었어요. 학대를 하는 로마인들이 오히려 두려워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그리스도가 준 자유를 알고 있었기에 죽음도 겁나지 않았던 것이죠. 철학과 과학도 삶에 유용하지만, 결론적으로 저는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파라과이를 위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미 30개 나라의 교육계를 시찰했던 그가 이번 월드캠프에서 상상 속에 그리던 ‘밝고 행복하고 절제를 아는’ 청소년들을 실제 만났다며 기쁘게 이야기했다. 그 감동을 그대로 담아 지금쯤은 대통령 앞에서 “마인드교육은 우리가 원하던 기회입니다.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인드교육을 배운 뒤 그는 스스로를 ‘큰 마음을 가진 작은 사람’이라고 한다. 무한지경의 넓고도 깊은 마음의 세계를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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