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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말기
정원경 | 승인 2022.07.26 11:29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1989년, 오리온 초코파이는 우리에게 정情이라는 컨셉을 담은 CM송을 선보였습니다. 오랜 여운을 남기는 이 노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며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를 자신있게 외치던 초코파이 광고는 23년 만에 정 반대의 내용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정情 때문에 못한 말, 까놓고 말하자!’ 광고의 문구가 180도로 바뀌었습니다. 문구 그대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를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세상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데, 제 남편은 평소 무척 말이 없고 무뚝뚝한 사람입니다. 제게만 그러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 하겠지만, 아이들에게도 말이 없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을 무척 사랑하지만 사랑한다는 표현은 덮어놓은 채, 아이들이 자신이 정해놓은 틀을 벗어날 때만 말로 무섭게 표현합니다.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가르쳐준다는 이유로 말이죠.

첫째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입니다. 아빠에게 조심스레 묻더군요.

“아빠, 저도 핸드폰 사주면 안돼요?” 하지만 남편은 단호하게 “안 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이 사주지 않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핸드폰으로 만화, 유튜브 등을 볼 거고, 그러다 보면 숙제나 공부도 못 할 정도로 할 텐데, 그런 걸 하려고 지금 핸드폰을 사려는 거냐?”라고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풀이 잔뜩 죽은 아들은 그 후 아빠에게 예전처럼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편과도, 아이들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지만 남편과 아이들은 사이가 서먹서먹합니다. 남편은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표현할 줄 모르고, 아이들은 아빠의 마음을 모르니까 섭섭하기만 합니다. 어쩌다 제가 집을 오래 비우면 아이들로부터 전화가 빗발칩니다. 언제 오냐고요. 아빠와 있는 시간이 어색하다는 이유 때문이죠.

크게 야단을 친 뒤 그렇게 한 아빠의 마음을 설명해주지 않으니, 아이들은 아빠에게 다가가기 힘듭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혼을 내고 공부하라고 하지만, 혼만 내고 그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자식은 부모님이 성공과 공부만을 위해 압력을 가하는 사람으로만 생각합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투머로우에 실린 ‘생략하지 말고 이야기해야 합니다’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중 한 문장이 제 마음에 남았는데요.

“분명 사랑이 있지만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을 생략하다 보니, 정말 사랑이 없는 사이가 돼버렸습니다. 생략을 해도 상대방이 알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생략을 하면 알 수 없고, 그것은 마치 없는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고 남편과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은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가족 모임을 일주일에 한 번씩 하기로 했습니다. 서로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어 뭐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남편도 표현하는 게 서툴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마디라도 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 우리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 아빠가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렵게 살아온 환경 등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는 정원경 씨네 가족. 이젠 사랑한다는 말을 서로 아끼지 않는다.

처음에는 서먹하고 어색한 시간들이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변화가 점점 찾아왔습니다. 가족 모임을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나자, 남편이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차근차근 설명했습니다. 혼을 내더라도 말미에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편은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아빠의 마음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고,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요즘 우리 가족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말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집은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고, 아들이 아버지를 따르는 행복이 가득한 집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에서 존경하는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집은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들은 다시 태어나도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고 합니다. 마음을 생략하지 않으니, 진짜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정원경

현재 대안학교 울산 링컨스쿨에서 교감으로 있다. 학생들이 참여할 대외활동을 알아보다가 글로벌마인드교육원과 무지개인성교육원이 주최·주관한 투머로우 말하기대회를 발견했고, 일반부 모집에 참여했다. 그는 이 대회에서 행복상을 수상했다. 본지에서 그 원고를 받아 게재한다.

정원경  info@dailyt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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