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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사람과 거리를 두십니까?가구영업 매니저 김진홍
최지나 기자 | 승인 2022.07.25 10:19

직장인을 대상으로 2020년에 실시한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사를 고민하는 이유의 1위는 대인관계였다. 직장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람 때문에’ 마음 고생하고, 어려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최대한 상처받지 않으려고 사람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데, 이와 반대의 길을 택한 사람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게 즐거워 고객 응대가 중심인 영업을 시작했다는 김진홍 씨. 에몬스가구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는 그를  만났다. 

김진홍
울산대학교에서 영문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하고, 2009년에 굿뉴스코 해외봉사단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후 현대리바트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사람 만나는 재미에 푹 빠져 지냈다. 현재는 에몬스가구 전략기획실 내 영업전략팀에서 근무하며 대리점 및 위탁직영점 개설 지원부터 대리점 사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획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사람과의 대화가 즐거워서 영업을 시작하셨다고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습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 시절부터 ‘고객을 직접 만나는 B2C 영업 관련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을까?’ 생각해왔어요. 저는 영문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는데, 졸업 학기에 들은 경영학 과목들을 무척 신나고 흥미롭게 공부했거든요. 그리고 대학생 때 다녀온 해외봉사활동에서 사람 만나는 즐거움을 배운 터라, 입사해서도 직접 고객을 만나는 영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영업에도 많은 업종이 있을 텐데, 그중에 가구업계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 당시에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면서도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을 업종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인테리어와 가구 쪽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사실 가구와 인테리어 용품들은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물건은 아닙니다만, 집에서 매일 사용하고 애착을 갖는 물건입니다. 어떤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을 사용하냐에 따라 집안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그 사람의 취향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구와 인테리어는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제품에 비해 신중하게 구매합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즉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제가 얼마나 고객의 취향을 파악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만족도도 달라지고 삶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집니다. 이런 이유에서 가구업계를 선택했는데, 실제로 ‘전문성’을 길러야 성과가 나고 이 분야의 영업 전문가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첫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셨을 때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현대리바트’라는 종합가구회사 직영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고객의 집에 어울리는 가구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인테리어 스타일까지 제안해서 고객에게 설명하고 제품 상담까지 하는 영업의 직무가 제 적성과 잘 맞았습니다.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지식과 경험도 많이 쌓여갔지요.

영업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들 하시는데, 어느 업종이나 영업은 힘든 일이고 저 또한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특히 실적과 고객 클레임claim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고객을 실적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공간 코디나 자세한 제품 정보를 전달해서 고객이 얼마만큼 만족하는지에 집중하다보니 자연스레 실적이 올랐습니다. 고객 클레임은 실적과 약간 다른 면이 있었어요.

여전히 어려웠지요. 영업이란 것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보니 클레임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처음 고객의 클레임을 받았을 때 억울한 적도 있었고, 업무 시간이 아닌 때에도 클레임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영업은 다 좋은데 클레임은 정말 안 좋다’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삶에 찾아오는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깊게 사고하는 자세를 해외봉사 때 배웠던 것이 생각나서 클레임 하나 하나를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왜 이런 클레임을 받았을까?’ 들여다 보니 평소 제가 잘 몰랐던 고쳐야 할 점들이 보이더군요. 그런 부분들을 보완해가다 보니 어느 새 제가 성장해 있었습니다. 클레임은 성장의 자양분이지 영업직의 단점이 아니었던 겁니다.

고객 분들의 클레임이 진홍 씨의 성장 원동력이었네요. 혹시 일을 하면서 겪은 일화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한번은 신혼부부와 예비 장모님이 함께 찾아오신 적이 있습니다. 준비해야 할 가구는 많고 세 분 다 취향이 다르다보니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렵게 결정하고 나면 몇 시간 뒤에 전화를 걸어 번복하셔서 다시 상담해야 했습니다. 주말에도 긴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저도 슬슬 지쳐갔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니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분들의 가족이라 생각하고 신혼집에 방문해서 실측을 해보고, 인테리어 예시와 가구 외의 소품 추천 제품까지 해드렸습니다. 조명과 관련된 정보를 포함해 그분들만의 신혼집을 꾸며보았는데, 너무 만족해하셨어요. 이런 노력 끝에 계약이 체결되었고, 장모님이 오셔서 “잘 챙겨주고 끝까지 신경써주어서 믿음이 가고 감사하다.”며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이후 회사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에도 그 글이 올라와서 일하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 해에 승진했는데, 이러한 고객평가가 인상적이었다는 상사 분의 후일담을 나중에 들었습니다. 사실 그 고객과 상담할 때 신경을 덜 써도 계약은 될 수 있고, 남는 시간에 다른 고객과 상담해서 실적을 늘릴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진심으로 고객 편에서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면 누군가는 그 마음을 알아챈다는 사실이 제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진심은 결국 결과로 이어지고요. 

어떻게 해서든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고객과의 신경전을 피할 법도 하고 매출을 따라갈 법도 한데요. 

해외봉사단으로 활동할 당시, 팀원과 다툼이 있거나 리더로서 의견을 조율해야 할 때 여러 시행 착오를 겪었습니다. 그 결과는 언제나 ‘나 역시 틀릴수 있으니 상대방 입장을 살펴보고 들어보자. 내 생각을 잠깐 내려놔보자.’ 였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상대방의 이야기를 어떤 마음으로 듣느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내가 맞아’라는 생각을 가지고 상대와 이야기를 나눌 때와 ‘내가 틀릴 수도 있어’라는 태도로 이야기를 나눌때의 결과가 확연히 다릅니다.

저는 이 점을 기억하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고객을 만날 때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내 생각과 기준 안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지시가 내려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보통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한 건지 이해가 안 가네.’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올라오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제가 모르는 상황과 조건이 있고, 더 깊은 뜻이 있겠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래서 하기 싫고 힘든 일을 맞닥뜨렸을 때 ‘나 또한 틀릴 수 있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1. 일 년간의 해외 봉사를 마칠 무렵,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단원들과 찍은 사진.
2. 미국 내 대학을 돌아다니며 세계 문화를 알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때 배운 '남미댄스'를 추는 모습이다.

해외봉사 활동이 특별한 태도를 알려준 것 같네요. 해외봉사를 간 이유가 있었나요?

대학 신입생 시절, 생각했던 것보다 대학생활은 무료했습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깐일 뿐이었고, 취업에만 매진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자연스레 취업만을 향해 달려가겠구나.’ 싶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어리고 철이 없어서 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왔습니다. 특별히 뛰어난 것도 없었습니다. 성격도 내성적인 탓에 대외활동은 그저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해외봉사 프로그램을 알게 됐는데 해외봉사를 다녀온 친구, 선배들과 나누는 진솔한 대화들이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저처럼 내성적인 사람도 해외봉사를 가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도 배웠고요. 그들의 조언과 체험담을 들을수록 용기가 생겨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미국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당시 미국은 청소년 문제로 골치를 겪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마약이나 폭력 등 범죄에 쉽게 끌려가고 있었어요. 그들 중 몇몇은 범죄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는 헤어나오지 못해서 힘들어하곤 했죠. 어느 나라나 형태는 달라 보여도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는 비슷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들을 위해 마인드교육 및 강연, 워크샵, 코리안클래스, 세계문화박람회 등을 기획하고 주요 도시별로 봉사동아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떤 활동을 하더라도 미국 대학생 및 청소년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행사를 기획하는 데에 진심으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고민하면서 친구가 되는 게 너무 좋았고, 보람됐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제 성격이 점점 외향적으로 변했습니다. 앞에 나서는 것에도 용기가 생겼고요. 물론 이 과정에서 팀원과의 갈등이나 오해도 있었지만, 지혜롭게 소통하는 법도 배우면서 해외봉사를 가기 전과 후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사람 만나는 것을  즐겁게 만들었군요.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제가 가구업계에서 영업 및 영업기획 업무를 시작한 지도 7년 정도 흘렀습니다. 영업 직무이다보니 ‘이건 안 될 거야’ 하는 부정적 사고방식은 잠시 내려놓고 끈기있게 계속 도전하는 태도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와 같이 고객 측면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일이 즐겁고 애착이 커지다보니, 앞서 말한 업무 태도를 지속적으로 길러서 영업관리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엔 가구 매장을 직접 운영하면서 가구와 콜라보를 한 사업을 해보고자 합니다. 지금은 내실을 다지고 배우는 시기라고 한다면, 향후에는 사업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대화한다는 것은 상대의 경험, 고민, 삶의 가치관을 담아오는 일이다. 마치 한 권의 책을 읽듯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서로 흠을 잡아 상처를 내기도 하기에, 말하기 전 단단히 마음에 빗장을 지르기도 한다. 김진홍 씨에게도 그랬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마음과 귀를 활짝 열어, 상대의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 줄지 고민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직면했던 젊은 날의 한때가 지금의 모습을 만든 것이다. 오늘도 그는 누군가를 만나 함께 고민하며 성장하고 있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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