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엔데믹 국면에 접어들면서 일상이 조금씩 자리를 되찾아가고 있다. 온라인으로 수업하던 학교들이 대면 수업을 시작했고, 방역 조치 완화의 영향으로 5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90만 명 이상 늘었다는 기분 좋은 뉴스가 흘러나온다. 또한 신작 영화가 개봉 2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넘는 등 극장가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하늘길이 다시 열려 국외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종교계 또한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온오프라인 모임을 병행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종교계의 회복세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기독교의 경우 5만 개에 달하는 교회들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으며, 예배가 중단되고 성도 수가 급격히 줄면서 목회자들은 택시 운전이나 물류 배송 등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무엇보다 팬데믹 기간에 기독교는 신뢰를 크게 잃었다.

2021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요즘 종교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매우 혹은 어느 정도) 도움 준다’는 응답이 2014년 63%에서 2021년 38%로 줄었고, 반면에 ‘(별로 혹은 전혀) 도움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38%에서 62%로 늘었다. 7년 사이에 종교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긍·부정 인식이 크게 뒤집힌 것이다.

그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기독교의 영향이 컸다. 2020년 개신교계 8개 언론사가 코로나19의 종 교 영향도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코로나19 이전과 이후 종교별 신뢰도를 묻는 항목에서 기독교에 대한 신뢰가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63.3%였고, 더 좋아졌다는 응답은 1.9%였다. 특히 기독교 신자 가운데 24%가, 다른 종교인과 무종교인은 70%가 ‘더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어려운 시기에 기독교계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기독교계의 위기를 앞당겼다고 분석한다. 내재되어 있던 문제점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확연히 드러난 것이다. 불교나 천주교와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떨어진 기독교의 신뢰도는 회복될 수 있을까?’

기독교 지도자들이 말하는 ‘본질’

팬데믹 상황에서 교회가 사람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전해주지 못한 것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다른 나라의 기독교계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이 자성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교회는 어떤 곳인가?’ ‘사회에서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교회의 갈 바를 찾는 것이다.

그런 움직임의 하나로, 지난 5월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엔데믹 시대,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온오프라인 포럼이 열렸다. 코로나 규제가 완화된 후 국내에서 개최된 첫 국제 종교 행사로, 국내 목회자들뿐 아니라 해외의 기독교 지도자들도 함께했다.

포럼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상실의 시기였던 팬데믹 기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기독교 지도자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했는데, 이들이 꼽은 현재 기독교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교회가 성경적인 교회의 모습에서 떠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다시 성경으로,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506년 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했을 당시에 내세운 개혁의 원칙이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성경’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원칙에서 떠났기 때문에 교회가 신뢰를 잃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지탄받는 일들을 행하는 것이며, 성경으로 되돌아갈 때 비로소 참된 교회의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포럼 참석자들이 발표한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엔데믹 시대,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을 의논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세계 목회자들. 왼쪽부터 조셉 모팟 킬리오바 (케냐 오순절 교회 전 회장), 진 로플러(미국 국제등대기도회협회 회장),
엔데믹 시대,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을 의논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세계 목회자들. 왼쪽부터 조셉 모팟 킬리오바 (케냐 오순절 교회 전 회장), 진 로플러(미국 국제등대기도회협회 회장),
왼쪽-쩨바옷 메쉬샤(이스라엘 예루살렘 에티오피아 유대인 개혁교회 비숍), 오른쪽-이발두 루이즈 다 콘세이상(포르투갈 하나님의 성회 루지타나 선교회 총회장)이다.
왼쪽-쩨바옷 메쉬샤(이스라엘 예루살렘 에티오피아 유대인 개혁교회 비숍), 오른쪽-이발두 루이즈 다 콘세이상(포르투갈 하나님의 성회 루지타나 선교회 총회장)이다.

“팬데믹 기간에 많은 성도들이 두려움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성도들에게 힘을 주지 못하는 저를 보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시기에 성경 그대로 복음을 전하는 한 목사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음에 힘이 있었습니다. 삶을 변화시키며, 수많은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을 진정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복음이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흩어진 많은 성도들을 어떻게 다시 모으고 교회를 재건할 수 있을까요? 저는 성경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복음을 전할 때 한 사람이, 도시가, 나라가 변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국제등대기도회협회 회장, 진 로플러 “코로나19는 모든 사람에게 어려움이요, 위기였습니다. 케냐에서 교회들은 문을 닫아야 했고, 사람들은 먹을 양식이 부족했습니다. 곁에 있던 많은 이들이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 암울한 시기에 ‘예수님이 우리 죄를 영원히 씻었다’는 복음은 성도에게 깊은 평안을 주었고, 새로운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케냐 오순절교회 전 회장, 조셉 모팟 킬리오바

“지난 3년은 상실의 시대였습니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아내를, 남편을, 자식을 잃었습니다. 엔데믹 시대인 지금도 상실의 아픔을 겪고, 병마와 싸우는 이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목회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질적으로 도울 뿐 아니라 마음에 진정한 소망을 주는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에티오피아 유대인 개혁교회 비숍, 쩨바옷 메쉬샤

포럼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교회가 겪고 있는 어려움뿐 아니라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할 길은 *‘복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독교의 근본인 성경으로 돌아가고, 성경의 중심인 복음으로 모여야 한다는 말이다. 복음은 이미 어느 시대나, 어떤 교회에서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독교의 정수인데, 그럼에도 목회자들이 복음을 다시 강조하고 이유는 무엇일까?

왜 복음인가?

포럼 행사의 마지막 순서로 ‘엔데믹 시대, 교회와 목회자의 역할’을 주제로 한 특별 강연이 있었다. 강사는 최근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 전도자로 주목받는 굿뉴스미션 설립자 박옥수 목사였다. 60년째 복음만 전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성경에 있는 많은 말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그 위에서 흘린 예수님의 피입니다. 그 피로 이 세상 모든 죄가 씻어져서 우리가 의롭게 되었다고 성경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교회에 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성경과 다르게 믿습니다. 여전히 자신이 지은 죄 때문에 죄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회에 나가도 마음에 진정한 평안이나 소망을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목회자의 잘못입니다.”

그는 사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은 사랑이며, 예수님의 깊은 사랑을 경험한 사람은 누구라도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고 했다. 그 자신도 복음을 믿은 뒤 어둡게 살았던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성경에서는 그리스도인을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에 한국 기독교인들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내지 못해 신뢰를 크게 잃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포럼 참석자들의 발표를 종합해 보면, 이는 기독교인들이 진실하지 않다거나 이기적이어서가 아니라 복음이 마음에 자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교회에 다녀도 자신의 죄가 다 씻어졌다는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죄인으로 살기 때문에 마음이 늘 어둡고 무겁다. 그런 상태에서 타인을 돌아보며 봉사한다는 것은 결국 지속하기 어려운 짐이 되고 만다. 반대로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은 죄가 다 씻어져 마음이 밝아진다. 그들은 자신처럼 다른 사람들도 행위가 아닌 은혜로 행복한 삶을 살도록 자연스럽게 이끌게 된다.

*복음gospel: ‘좋은 소식’, ‘기쁜 소식’good news이란 의미다. 헬라 시대에는 전쟁의 승전보, 자녀 탄생 등 일반적으로 매우 기쁜 소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을 구원하신다는 기쁨의 복된 소식을 의미한다. 즉,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심으로 죄인이 구원을 얻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출처: 라이프성경사전, 교회용어사전)

기독교의 변화가 반가운 이유

기독교에서 매우 중요한 핵심 가치는 사랑과 희생이다. 성경의 중심인 복음을 바탕으로 바라보면, 사랑과 희생은 ‘행해야 하는’ 덕목이나 숙제 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충분히 받고 누려야 할 선물이다. 자신을 위한 깊은 사랑과 희생을 경험해 마음이 감사로 채워질 때, 그 사람 또한 타인을 사랑하며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고 싶은 마음을 가져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다.

근래 한국 기독교계는 여러 형태의 위선적인 모습때문에 사회적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마음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각성의 소리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 복음에 초점을 둔다면 훼손된 기독교계의 신뢰가 회복되고 ‘어려울수록 소망을 전하는’ 본래의 역할을 해낼 것이다.

2021년도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20%가 개신교를 믿는다고 한다. 1천 만이 넘는 숫자이다. 만약 이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고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소망을 전한다면 삭막한 세상도 살 만한 곳으로 바뀌지 않을까. ‘본질로 돌아가자’는 기독교 지도자들의 의기투합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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