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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 한 장이 여행을 떠날 용기가 되길자연속으로, 캠퍼 이상민
최지나 기자 | 승인 2022.07.13 10:45

‘여행의 이유’로 첫 번째 만나본 사람은 이상민 씨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면 캠핑을 떠나보라고 권하는 그는 주말에는 자연이 주는 위로를 찾아 떠나는 7년차 캠퍼이자, 주중에는 직장인이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캠핑을 떠나서 먹을 음식을 장보느라 설렌다는 그를 만나 여행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캠핑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저는 배낭과 카메라를 들고 자연 속에서 마주하는 순간을 기록하는 여행가이자 백패커입니다. 물론 매일 그러는 건 아니고 주말에만 그렇게 삽니다.(하하) 제가 캠핑을 시작한 지는 7년 정도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즐겨 다녔지만, 캠핑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대 중반에 직장을 다니며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평일 아침 출근해서 일하고, 주말에는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일상을 반복했습니다. 처음 대학원을 입학했을 때만 해도 열정 가득하고 호기로웠는데, 쉬는 날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지쳐가더군요. 이 상태로는 일도,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주말만큼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에서 알록달록한 피크닉 텐트를 하나 사서 무작정 한강으로 갔습니다. 그 날 본 노을이 얼마나 강렬하게 뇌리에 남았는지 모릅니다. 그때부터 캠핑 장비를 하나씩 구매했으니까요.

캠핑의 묘미를 그때 처음 느꼈군요.

네, 사회생활을 하면서 캠핑과 백패킹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지내고 있습니다.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발길이 닿는 곳으로 자유롭게 떠나서, 낯선 곳에 저만의 집을 짓고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돼요. 인공적인 불빛 하나 없는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사소하고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크게 느껴요.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불빛 하나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그런데 자연으로 캠핑을 떠나면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얼마나 많은지, 별빛이 쏟아진다는 말을 몸소 경험할 수 있어요.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잎 소리가 얼마나 웅장한지도 느낄 수 있고요.

캠핑은 자연을 마주하는 매력이 상당하지만, 집을 짓는 것부터 하나씩 다 준비해야 하기에 고생도 많이 합니다.

지금까지 다녀온 캠핑 중에 가장 힘들었지만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누군가 저에게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느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고 속으로 혼자 대답한 적이 있었는데요. 캠핑을 떠남으로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달아요. 그런 의미에서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어요. 좋은 게 더 많으니, 고생으로만 남지 않더라고요.

저는 몇 년 전, 중앙아시아 동부 산악 지역에 위치해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알틴 아라샨Altyn Arashan으로 트레킹을 다녀왔어요.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워서 아시아에선 네팔의 ‘안나푸르나’ 다음으로 여행객들에게는 명소로 알려져 있죠.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곳이지만요.

해발 2,600m가 넘는 곳에 위치한 알틴 아라샨으로 가기까지, 정말 다사다난했어요. 배낭을 메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도 많았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차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차량으로 산행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불굴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무작정 걸었죠. 걸으며 보았던 광경은 실로 비현실적이어서 쉴새없이 감탄을 하며 걸었어요. 뾰족뾰족한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풀밭에는 풀을 뜯는 말들, 족히 100마리는 넘어보이는 양떼들까지…, 너무 멋있더라고요.

키르기스스탄 알틴 아라샨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잠깐 의자를 펴고 쉬어갔다. 산등성이에 내려앉은 구름과 침엽수들의 만남이 기가 막힌다.

대부분의 길이 험난한 산길이었고, 이미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는 상황에, 눈까지 휘날리고 있어서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산 정상에 있는 천연 유황온천에 몸을 담그는 순간 하루의 피로감과 고단함이 날아갔어요. 지금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그리고 그날 밤, 제가 묵었던 ‘몽골식 텐트’에서 파티가 열렸어요.

외국에서 온 트레커들과 음악에 맞춰 같이 춤을 추었는데,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음 날에는 알라쿨 호수를 가기 위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습니다. 전날 내린 눈폭풍으로 눈이 허벅지까지 쌓였더군요. 눈 덮인 설원을 따라 9km 정도 걸어 야영지에 도착했어요. 텐트를 친 후 한국에서 챙겨온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는데, 어떤 맛일지 상상이 가나요?(하하)

다음 날 도착한 해발 3,500m에 위치한 에메랄드 빛 알라쿨 호수는 장엄하고 거대했습니다. 한눈에 다 담기지 않을 만큼 넓고, 깊은 호수를 보고 있으니 그곳까지 올라가며 흘렸던 땀과 고생을 다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상에 서서 웅장한 자연의 품 안에 있으니, 앞으로 삶을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까지 얻고 왔습니다.

저도 같이 여행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다양한 곳을 다니셨을 텐데, 유독 기억에 남는 곳은요?

여행의 추억은 장소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역시 그리움의 대상이 아닐까 싶어요.  2020년 여름 어느 날,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위치한 ‘대둔도’라는 섬으로 백패킹을 다녀왔어요. 대둔도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섬에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요. 만난 그 순간부터 섬을 떠나기 전까지 손주처럼 저를 챙겨주셨어요. “육지에 너만한 손주, 손녀가 있다.”라면서요.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섬이 떠나갈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물어보셨는데, 저는 그게 너무 정겹고 좋더라고요.

 

대둔도에서 만난 할머니는 마치 나의 친할머니처럼 느껴졌다. 캠핑하러 온 내가 행여나 다칠까봐, 굶을까봐 걱정해 주는 할머니의 마음은 캠핑하는 내내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밥은 무겄어?? 할미네서 라면 먹고 가~.”

 “땅서 자지 말어! 지네한테 물리면 아파버려.”

 “우리집서 자고 가! 선풍기 갔다 놨어!”

 “어디 다녀왔어!! 느이들 찾으려고 할미가 선착장까지 갔다와버렸잖아.”

캠핑을 하다보면 늘 그렇듯 모든 게 부족하고 낯선 환경이었지만, 진심으로 저를 걱정해주시는 할머니를 만나니 그곳이 마냥 낯설고 부족한 곳이 아니더군요. 몸이 성치 않은 할머니께서는 직접 수고하시며 챙겨주었기에 ‘대둔도’에서의 백패킹은 잊고 싶지 않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여행입니다. 아직도 마지막 날 아침, 이른 배시간 때문에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온 게 마음이 쓰입니다.

그 분의 마음을 느껴서 더 기억에 남는가 봅니다. 평상시 캠핑은 누구와 함께 하시나요?

몇 명 되지 않지만 함께 떠나는 캠핑메이트들이 있습니다. 사실 캠핑을 떠날 때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원하는 캠핑 스타일이 다르면 불편할 수 있죠. 마음 맞는 캠핑메이트를 만나는 것은 천생연분을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같이 캠핑을 다니는 분들에게 새삼스레 고마워지네요.

캠핑을 하는 목적이나 스타일이 비슷해서 자주 함께 캠핑을 떠나는 상민 씨(오른쪽)와 친구들이다.

앞으로는 어떤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가요?

다른 사람들의 여행 사진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당장 떠나고 싶지 않던가요? 저는 지금도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제가 찍은 여행 사진을 보고 누군가가 여행을 향한 기대와 설렘을 갖길 바라요. 더 나아가 누군가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여행을 떠날 용기를 주었으면 해요.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여행의 감정과 감동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저만의 시선으로 여행을 권장하는 여행가가 되고 싶어요.

그가 다녀온 과거의 여행 속에서 기자는 미래에 떠날 여행을 그렸다. 그가 만난 대둔도의 할머니는 미래의 여행지에서 만날 사람이 얼마나 따듯할지 기대하게 했고, 키르기스스탄의 알라쿨 호수의 장엄함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이 삶을 살아갈 힘이 됨을 알려주었다. 이처럼 누군가의 여행은 아직 떠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의 이유를 제공한다. 그의 여행기가 지친 삶에 환기가 됐기를, 혹은 떠날 용기가 됐기를 바란다.

최지나 기자  4153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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