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곳에 와서, 청소년들을 향한 리더의 열정을 느꼈습니다. 청소년들을 위하는 진심을 느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어른이 없다면, 미래도 없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고, 든든한 지지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리더스 포럼에 참석한 가브리엘 라미레즈Gabriel Ramirez 박사의 스피치가 끝나자, 큰 환호와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20여 년간 교육 외길을 걸어온 그는 LA 몬테벨로 시市에 위치한 타임 커뮤니티 스쿨 설립자이기도 하다. 그가 이 포럼에서 발견한 ‘열정’과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타임 커뮤니티 스쿨을 설립하셨습니다. 일반 학교와 커뮤니티 스쿨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요?

*커뮤니티 스쿨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서로 연결해서 공교육의 영역을 올바르게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즉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모두 이어지는 접점으로서, 지역의 학계와 의료단체, 공동체가 교육에 필요한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죠.

*커뮤니티 스쿨 Community school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는 많은 단체들이 교육기관과 가정, 보건 당국, 사회복지단체, 대학, 기업 등 다양한 지역사회 협력 기관을 통해 학생 및 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커뮤니티 스쿨’ 방식을 실행해왔다. 현재 미국 전역에 약 5,000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 코로나19가 학생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커뮤니티 스쿨이 주목 받고 있다.

‘커뮤니티’는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의 하나입니다. 저는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아이들이 언제든 함께 놀 사람이 있고, 대화할 사람이 있으며, 충분히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곳이 가장 좋은 교육환경이라고 봅니다.

1, 2. 게임 디자인, 난타 음악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타임 커뮤니티 스쿨은 과학, 기술, 예술, 수학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3. UCLA 대학으로 견학을 갔다. 4. 라미레즈 박사는 학교란 적성을 찾는 것에 앞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말한다.
1, 2. 게임 디자인, 난타 음악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타임 커뮤니티 스쿨은 과학, 기술, 예술, 수학을 중심으로 한 다채로운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다. 3. UCLA 대학으로 견학을 갔다. 4. 라미레즈 박사는 학교란 적성을 찾는 것에 앞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고 말한다.

Q. 타임 커뮤니티 스쿨에서 실현하려는 교육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저는 10여 년간 공립학교 선생으로 일했는데요. 그때 알게 된 사실이, 현재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 약 백 년간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사나, 재능을 살려주지 못하고, 획일화되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진행하는 교육에 문제가 많다는 것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구습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흥미와 재능을 키워내는 데 집중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저희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는 어떤 일을 하는지, 의료계에 어떤 종류의 직업이 있는지, 예술 분야는 얼마나 다양한지, 어떤 사람들이 영화를 제작하는지 등을 직접 보고 경험하게 합니다. 이를 계기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흥미나 재능을 발견하면, 그들이 가고 싶은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고 있습니다.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저희 학교의 특징이자, 제가 생각하는 학교의 역할입니다.

Q. 교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집니다. 박사님께서 교육자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교육자의 임무는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추구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소외된 지역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그러한 물질적, 정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그런 학생들을 돕고 싶어서 교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 환경이 매우 열악한 도시에서 자랐고 저소득층 자녀들이 주로 다니는 학교에 입학했는데요. 제가 그 학교에서 UCLA 대학에 합격했을 때, 기쁜 마음에 선생님께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대학이 아니다.”였어요. 선생님들은 오히려 저를 만류하셨습니다. 그 한마디는 제게 큰 상처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저를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또한 수준 낮은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학창 시절 저는 공부를 꽤나 잘하는 학생이었는데요. 대학 입학 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들에 비해 제가 알고 배운 것이 너무 부족하고 빈약했었거든요. 수업을 따라가는 것 자체가 힘겨울 정도였습니다. ‘왜 나는 이런 교육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억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교육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차별 없는 교육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커뮤니티 스쿨을 설립한, 또 하나의 동기가 있는데요. 바로 제 아들입니다. 아이에게 학습 장애가 있었는데요. 아들이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때, 한동안 무척 괴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공교육 제도는 일반 아이들과 다른 제 아들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커졌고, 교실을 뛰쳐나와 화장실에 숨어버리곤 했습니다. 부모로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했던 제 마음이 이곳까지 오게 한 것 같습니다. 학교 수업 커리큘럼이나 운영 방침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요.  

저희 학교는 학생들의 필요에 맞게 교육 수준과 내용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학생들이 매일 작은 성취를 맛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아이들에게 자신만을 위한 작은 목표를 세우게 하고, 그걸 성취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함께 응원하고, 지켜봐 주고 있습니다.

LA 리더스 포럼 강사로 초청된 마인드교육 창시자 박옥수 목사(사진 오른쪽). IYF 단체가 청소년을 이끄는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LA 리더스 포럼 강사로 초청된 마인드교육 창시자 박옥수 목사(사진 오른쪽). IYF 단체가 청소년을 이끄는 방향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Q. 이번 ‘리더스 포럼’ 행사에서 교육 전문가인 박사님은 어떤 점이 인상 깊으셨는지요?

무엇보다, 청소년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려는 ‘비전’을 가지고,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제게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을 개최한 국제청소년연합은 비영리 단체인데, 실제로 미국에서 영어 캠프, 청소년 캠프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활동에 함께해오고 있는 걸로 아는데요. 청소년들을 위한 가치 있는 일에 시간과 돈을 기꺼이 투자해온 이들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포럼에서 멋진 강연을 들었습니다. 단체를 설립한 박옥수 목사께서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영원히 온전하게 되었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면서 학생들에게 “별이 되려고 하지 마. 너는 이미 빛나는 별이야. 지금 모습으로 충분해. 그걸 믿으면 돼.”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메시지가 무척 좋았습니다. 그것이 참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말이지만, 사람들은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실 모든 사람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귀중한 존재입니다. 설립자의 그 메시지를 깊이 새겼습니다.

Q. 이후, 포럼이 타임 커뮤니티 스쿨 현장에도 영향을 미쳤나요?  

그렇습니다. 포럼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 선택이 정말 옳은 것이었는가?’라는 주제로 사고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새로운 교육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들었는데요. 한국의 인성교육의 한 방법이라고 하더군요.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강연 중에 ‘내가 보는 현상이 전부가 아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라는 내용의 자료 영상이 있었는데요. 그걸 제가 따로 받아서 수십 번을 반복해 보았습니다. 주변 선생님들에게도 여러 번 보여주었고요. 

그렇게 했던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교사들도 종종 인식의 함정 속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주목해 ‘학생들이 내 말을 듣지 않는데, 이렇게 한다고 아이들이 달라질까?’ 혹은 ‘교육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는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아이들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충분한 존재입니다. 그걸 심어주기 위해서, 저는 선생님들의 굳어있는 인식을 깨트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학교는 2년 전에 개교했습니다. 신생 학교지만, 출발점에 있기에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교육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알게 된 한국의 마인드교육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 프로그램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행할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타임 커뮤니티 스쿨의 개교식. 라미레즈 박사와 뜻을 함께한 공동 설립자들이 수년간 쏟았던 열정과 시간의 결과였다. ‘타임’ 즉 시간은 우리 삶에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다. 좀 더딜지라도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학교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타임 커뮤니티 스쿨의 개교식. 라미레즈 박사와 뜻을 함께한 공동 설립자들이 수년간 쏟았던 열정과 시간의 결과였다. ‘타임’ 즉 시간은 우리 삶에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이다. 좀 더딜지라도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학교 이름에 담았다고 한다.

Q. 교육 전문가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신지요?

저는 아이들 곁에서 ‘오늘보다 조금 더 성장하는 내일이 항상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멘토가,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앞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요. 아이들이 어떤 커뮤니티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느냐는 앞으로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커뮤니티의 규모가 어떠하든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고,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 사람이 한 명일지라도, 그게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거든요. 저는 아이들이 언제든 붙잡을 수 있는 ‘멘토’가 되어주려 합니다. 그리고 올바른 청소년 교육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많은 아이들이 좋은 지역 공동체를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 포럼에서 교육의 뜻이 맞는 사람들을 만난 것이 그 희망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제가 교육자로서 걸어왔던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 소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즐겁게, 유익한 내용을 배울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시간을 보내왔고, 그들의 걸음을 축하하면서 저도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저처럼, 학생들도 어떤 진로를 택하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의미를 느끼며 가슴 벅차게,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아이들이 언젠가 어른이 되어 ‘내가 바라던 꿈을 이루었다!’고 큰소리로 외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삶에는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별입니다. 충분히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말 이외에는 절대 믿지 마세요!”

LA 리더스 포럼을 통해 살펴본 미국은 현재 해묵은 문제들을 벗겨내고, 새로운 교육제도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기에 와 있었다. 라미레즈 박사와 인터뷰하며, 미국은 거대한 나라지만, 운명 공동체로서 이미 하나의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잘못된 것과 싸우고 또 새로운 것들을 수용하면서 ‘교육의 기본 정신’을 다시 세워가고 있었다. 지금 겪는 진통 끝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오늘 당장은 볼 수 없지만,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함께’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 아이들이 마음껏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는 나라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좋은 어른들이 있기에, 좋은 아이들이 자라날 또 다른 내일이 그려진다.

현지진행 애니 박 Annie Park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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