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템보Nancy Tembo 말라위 외교부 장관

지난 3월 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한-아프리카 협력 강화’를 주제로 제5차 한-아프리카 포럼이 열렸다. 행사 참석차 말라위에서 낸시 템보 외교장관이 한국을 방문했고, 정의용 당시 외교장관과 단독 면담을 나눴다. 그후의 일정은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 박옥수 목사와의 면담이었다. 2017년에 처음 방한한 낸시 템보 장관은 그때 만난 인사들 가운데 박 목사와 만난 기억을 손에 꼽았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은 어떤 모습인지 인터뷰를 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그가 있는 것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삶과 올바른 가치관에서 가능한 것을 보았다.

Q. 낸시 템보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인터뷰를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이번 한국 방문은 어떠셨습니까?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국을 다시 방문할 수 있어서 얼마나 신났는지 모릅니다. 5년 전 한국에 왔을 때 너무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가정집에서 한국 음식을 먹으면서 지냈는데, 그 추억이 너무나 따뜻해서 이번에 꼭 고향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아프리카 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고, 공식 일정 동안에는 말라위 대표로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 후에는 말라위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는 박옥수 목사님을 만났습니다. 제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느낍니다. 아마 그 마음이 모여 나라를 향한 애국심이 되고, 나라 발전을 위한 열정이 되고, 올바른 정신으로 승화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Q. 한국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말라위 현지에서도 한국과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말라위는 청소년 비중이 높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청소년 교육에 대단한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 본부를 둔 국제청소년연합(이하 IYF)과 많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말라위에 큰 영감을 줍니다. IYF가 운영하는 해외봉사활동 프로그램으로 말라위에 온 대학생들을 만나곤 합니다.

그들은 좋은 환경을 두고 아프리카에 와서 새로운 경험을 합니다. 힘들 수도 있을 텐데 얼마나 밝고 긍정적인지 모릅니다. 이것이 IYF의 힘입니다. 이 힘이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사고를 하도록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마음의 변화를 강조합니다. 환경을 탓하기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도전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마음을 가르칩니다. 이렇게 배운 학생들을 만나면 저도 배울 점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런 정신을 말라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에 기쁘고, 저도 그들의 활동을 어떻게 도울지 같이 고민하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단체들이 보통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보여주려고 하지요. 하지만 이곳은 장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짜 변화를 가져다주기 때문에, 청소년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Q. 감사합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장관님의 청소년 시절이 궁금합니다. 어떠셨습니까?

저는 간호사를 꿈꾸는 여학생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의사였고, 어머니는 간호사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병원 주변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간호사의 꿈을 꿨습니다. 가운이나 흰옷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들을 보면 그냥 좋았습니다. 부모님께서 환자들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과 생명을 두고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을 볼 때면, 삶이 얼마나 고귀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영향을 받아 간호사의 꿈이 생겼지요.

낸시 템보 외교장관과 정의용 전 외교장관이 한-아프리카 포럼에서 단독 면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낸시 템보 외교장관과 정의용 전 외교장관이 한-아프리카 포럼에서 단독 면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Q. 그런데 지금은 나이팅게일이 아닌,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시사와 정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언제나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어디를 가든 습관처럼 정치적 이슈를 확인했습니다. 일찍부터 나라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했고, 정치와 관련된 논쟁을 즐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치인의 길을 가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004년으로 기억합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걸 익히 알고 있는 지인들이 저를 찾아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 당시 대기업 임원의 아내였지만, ‘가정 살림만 해온 내가 과연 관심이 좀 있다고 정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격려 어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당신 이미 정치에 대해 잘 알고 있잖아. 이제 가서 참여해봐.”라고요. 그렇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많은 분들의 지지 속에 당선되어 초선의원이 되었습니다.

Q. 국회의원으로서 수행하신 업무가 많으시겠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입니까?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했던 일 중에는 제가 출마한 선거구에 학교를 세운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이 다양한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학교에서 지속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격려하는 캠페인을 열었습니다.

현재에도 국회의원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번 선거구에도 중등학교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말라위 청소년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당장 부모님을 돕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 교육은 현재만 보면 투자 가치를 찾을 수 없겠지만, 미래에는 반드시 빛을 발합니다. 교육이야말로 자신을 위해 꼭 필요한 미래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다리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갈망해온 일이었습니다. 장마철이 되면, 많은 국민들이 강을 건널 수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기존의 다리는 목재로 만들어서 물에 취약했습니다. 그리고 도로를 포장하는 일도 앞두고 있습니다. 다리를 건설하고, 도로를 포장함으로써 국민들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을 기대합니다. 조금이나마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덜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의 방한 소식을 듣고, 말라위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이 모여환영 행사를 했다.
그의 방한 소식을 듣고, 말라위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대학생들이 모여환영 행사를 했다.

Q. 국민을 향한, 청소년을 향한 신념이 돋보이는 답변입니다. 장관님께선 청소년 시기에 꼭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는 청소년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자제력과 사고력입니다. 현재 많은 청소년들이 약물 남용 및 마약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다른 범죄를 또 저지르게 하고, 악순환을 반복하게 합니다. 청소년들은 잠시의 쾌락을 위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들이 더 깊고, 더 멀리 세상을 내다볼 수 있는 눈을 가지길 바랍니다. 현재가 전부가 아니라 밝은 미래가 있음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런 환경을 저희가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한 미래를 바라볼 때, 어떤 눈으로 바라보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정적인 눈으로 보았다면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았다면 긍정적인 것을 거둘 것입니다. 어떤 눈을 가지느냐는 삶의 방향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볼 때 저는 IYF의 교육 철학이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젊을 때 무엇을 하든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고 가르칩니다. 이런 가르침이 더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Q. 감사합니다. 국회의원인 동시에 외교부 장관이십니다. 업무 수행 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와 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교장관으로서 우리나라 정책을 이해하는 눈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정책의 방향, 우리 정부가 가진 방향성을 정확히 알고 세계 무대에 올라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나라 정책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 동향에도 촉각을 세워야 합니다. 더 이상 한 나라의 문제가 그 나라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전 세계는 이미 촘촘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어떤 부분과 연관되어 있는지 빠르게 사태를 파악해야 합니다. 외교를 하다 보면 한 단어가 가진 의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렇기에 말을 조심해야 할 때가 많고,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관계를 맺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입니다.

시민들에게 아카데미를 열어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말라위 해외봉사 단원의 모습.
시민들에게 아카데미를 열어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말라위 해외봉사 단원의 모습.

Q. 국제 관계뿐 아니라 일상도 모두 관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나라의 장관이기 전에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가족 관계에 친밀하게 해줄 지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앞서 제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정책을 이해하는 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가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로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부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자녀들과 행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가 보는 한쪽 면만 말고, 양면을 보려면 대화를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좋은 관계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은 무엇인지, 최근에 관심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함께 나누는 대화 속에서 알게 됩니다. 자녀들과 서로 마주 보며 앉아서 이야기하고, 웃고, 고민을 나누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그들은 마음을 열고 말합니다. 어떤 가족은 아이들에게 매우 엄격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겪는 어려움을 잘 말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봅니다. 슬프지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저와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참 기쁩니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서요.

Q. 대화가 좋은 관계의 기초라는 걸 알겠네요. 장관님이 성장한 환경도 비슷했습니까?

저는 일곱 남매와 함께 자랐습니다. 병원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이 지방 병원을 돌며 근무하실 때 저도 당연히 따라가 은산제, 마칭가, 망고치 같은 도시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잦은 전학으로 우리 일곱 남매는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시끌벅적했지만 항상 가까운 사이였어요.

슬픈 일도 있었습니다. 영국으로 산림 경영 공부를 하러 떠난 오빠가 천식 질환 때문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버지는 하나뿐인 외아들을 잃고 상심에 깊이 빠지셨고, 언제나 착하고 유쾌했던 오빠를 잃은 저희는 꽤 오랫동안 슬픈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록 마음은 아팠지만, 그러는 동안 우리 가족은 더 가까워졌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서로를 챙겼습니다. 가장 힘들 때 함께하며 웃음도 잃지 않았습니다. 농담도 자주 나누고요. 함께 하다 보니 더 끈끈한 가족이 되어 있었습니다.

Q. 장관님이 청소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닙니다만, 말라위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학교에 가라고 학생들을 독려해야 할 상황입니다. 그들은 당장 오늘을 걱정하며 눈을 뜨기 때문이죠. 학교에 가는 것보다 오늘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학교야말로 미래가 있는 곳입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교육을 잘 받으면 누군가와 소통하기가 쉽고,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집니다. 저는 말라위 학생들이 누구와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더 나은 미래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요.

낸시 템보 장관은 인터뷰 끝에 “말라위는 ‘아프리카의 따뜻한 심장’으로 불릴 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아주 따뜻합니다. 말라위에 오면 가장 먼저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말라위에 방문하시면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 와보면 좋은 날씨와 풍경에 반해 여기 와서 살고 싶을지도 모릅니다.”라며 말라위를 홍보해주었다. 그의 말에서 기자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관의 마음을 보았다. 필요에 의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 사람 자체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자주 잊곤 한다. ‘바쁘다’라는 이유로 일을 우선시하고, 사람을 수단으로 삼을 때가 많다. 그래서 금세 고마움도, 미안함도 잊어버린다. 하지만 5년 전 고마움을 기억하는 그를 만나고 ‘진짜 외교란 저런 게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바쁜 일정에도 자신을 찾아와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따스함을 기억해주는 것, 진짜 ‘관계’를 맺는 법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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