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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세계가 담긴 교육이 필요합니다”니심 오트마즈긴 히브리대학교 학장
조현주 기자 | 승인 2022.05.06 11:03

아시아 지역에 이슈가 생기면 이스라엘의 방송사들이 제일 먼저 연락을 해서 자문을 구하는 전문가가 니심 오트마즈긴 Nissim Otmazgin 교수다. 오래 전부터 동아시아 국가들에 관심을 보여온 그는 현재 이스라엘 최고의 명문인 히브리대학교에서 동아시아 학부를 책임지고 있다. 전통 유대 교육을 받고 성장했으며 대학에서 여러 나라의 문화를 비교 연구하는 그가 생각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 패러다임은 무엇인지 들어본다.

니심 오트마즈긴 교수 Prof. Nissim Otmazgin, Dean of the Department of East Asian Studies, The 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히브리대학교 동아시아학부 학장이다. 학문적 연구 분야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의 대중문화이다. 이스라엘 남부 지방 ‘디모나’가 고향인 그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축구할 때가 가장 신났다고 말한다. 여행을 많이 다니는 것이 꿈이었는데, 현재 여러 나라들을 방문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연구하고 있으니 꿈을 이룬 것이라고 믿는다. 현대 일본 정치와 사회문화를 주제로 교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스라엘 일본학 협회 창립 회원, 트루먼 평화증진연구소 부소장, 이스라엘 영아카데미 회원이다. <지역화 문화> 외 다수의 책을 냈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장님은 어떤 유대인 교육을 받으셨나요?

유대인으로서 성경 공부는 기본이라서 어릴 때부터 모세 5경을 중심으로 구약 성경을 배웁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 성경공부가 교과 과정에 들어 있습니다. 저는 매우 전통적인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나 엄격한 유대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토요일 안식일엔 집 앞의 회당에 가서 기도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꼭 노래하는 소리 같았어요. 요즘은 제 아이를 데리고 예루살렘에 있는 회당을 찾곤 합니다.

Q. 대학 입학 후에도 성경공부는 계속되나요?

대답은 “예”입니다. 히브리대학에 한국인 유학생들이 지금 100여 명 정도입니다. 그들 중에 반은 수학을, 나머지 반은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있어요. 유학생이라고 성경 공부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성경 공부는 종교 교육이 아니거든요. 좀 더 지혜롭게 살도록 도움을 주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토라와 탈무드에서 인생의 난관들을 잘 헤쳐 나갈 길을 배워갑니다.

Q. 학장님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한류 문화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엔 고려대학교에 교환교수로 다녀왔고요. 지금 우리 대학에는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60명이나 됩니다. 한류 문화가 좋아서 입학한 학생이 99%죠. 한국의 대중문화인 한류가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또 사람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학생과 아랍 학생, 유대인 학생들은 서로 만나는 일이 절대로 없습니다. 그런데 무척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어요. 이들이 한류 문화 안에서는 같은 위로와 같은 기쁨을 맛보는 거예요. 결코 만나지 않던 이들이 한국학 수업시간에 하나가 돼요. 한류가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다 연결시키는 셈이죠.

Q. 이스라엘의 높은 교육열은 전 세계도 다 압니다. 교육이 왜 중요한 겁니까?

우리나라 역사와 연관해보면 이해가 쉽게 됩니다. 이스라엘은 2천 년 동안 나라를 세울 땅이 없어서 각국으로 흩어져 살았습니다. 차별을 받아서 농사를 지을수도 없었고, 부동산을 소유할 수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고리대금업자 같은 직업을 가져야 했어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우리에게 재산은 땅이 아니라 아무도 빼앗아갈 수 없는 지혜와 지식이라는 걸 터득했지요. 그래서 더 나은 삶을 위해 지혜와 지식을 전수해줄 ‘교육’이라는 방법을 택한 겁니다. 교육열은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었지요.

Q. 유대인 교육의 대명사로 불리는 ‘탈무드’ 교육의 특징은 뭔가요?

탈무드에 대해서는 아직도 더 치밀하고 꼼꼼한 연구가 필요해요. 방대해서 쉽지 않다는 말이죠. 탈무드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요약하면, ‘질문하라, 토론하라, 남과 다르게 생각하라.’입니다.

저는 가정이 최초의 학교이며, 부모는 최고의 스승이라고 알고 배웠어요. 즉, 가정교육이 학교교육으로, 사회교육으로 연결되는 거죠. 유대인들은 100명에게 100개의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이 물어보고, 서로의 의견을 토론하고, 다른 관점에서 다르게 볼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탈무드에 제일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가 뭔지 아십니까? ‘노No’예요. 아니라는 이 단어가 많다는 사실만 봐도 탈무드의 철학을 알 수 있어요.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아니다. 저런 식으로 생각해 보자.”면서 다른 시각으로 현상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다른 식으로 설명한 것을 듣고 또 다른 사람이 “아니다. 또 다른 식으로 설명해 보자.”고 합니다. 이런 철학은 유대인에게 매우 중요하고, 대학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을 할 때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항상 새로운 방향으로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예컨대 과학자들이 “맞다.” “모두 맞는 얘기다.”라고만 한다면 과학이 더 앞서 발전해갈 수 없어요. 과학 분야에도 “노”라고 하는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이기려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선택하는 거죠. 얼마 전 이스라엘은 유월절 기간이었는데 그때 아버지들은 아이들에게 탈무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탈무드를 배우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탈무드를 배워갑니다. 

1. <탈무드>엔 5천 년 동안 정리된 랍비들의 대화가 담겨 있다.
2. 토론하며 공부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는 유대인.

Q. 훌륭한 탈무드 교육이 있는데도 청소년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물질적 만족을 최고로 여기는 ‘소비 지상주의’가 청소년 문제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어느 날 제 아들이 전화기를 새로 사달라고 조릅니다. 학교에서 이런 구닥다리 핸드폰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주장하면서요. 제가 굳이 확인해 보지 않더라도 억지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죠.

요즘 청소년들은 자제력을 거의 상실했어요. 친구가 무슨 물건을 사면 나도 덩달아 사야 합니다. 결국 소비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상황까지 갑니다. 사람들이 소비의 노예가 되어가는 거죠. 특히 잘 살고 풍족한 나라일수록 이런 문제들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청소년 문제가 커지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행복한 마음을 갖고 있지 못해서입니다. 우수한 성적표보다 학교 가서 행복하고 좋은 친구가 있는 게 저는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친구들과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일류대가 아닐지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학교가 있어서 거길 가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청소년 문제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겁니다.

Q.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한 박옥수 목사를 교육 관계자 대표로 만나셨다고요.

네, 그 만남은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습니다. 목사님의 일정이 워낙 바쁘셔서 인사 정도만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목사님이 하나님을 믿게 된 과정을 이야기하시면서 마인드교육과 연결시켜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어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어린 시절에 도둑질한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하시는데 보통 사람들과 다르셨어요.

또 성경에 있는 몇 구절을 읽고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풀어주면서 대화를 이어갔는데, 제게 말로 표현 못할 ‘지적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성경지식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사랑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마인드교육> 영문판을 들고 선 모습. 지식 교육의 한계를 보는 상황에서 영적 세계가 담긴 교육이 새로운 대안이 되기를 바란다.

Q. 마인드교육을 접한 느낌이 궁금합니다.

처음 설명을 들었을 때 뭔가 달랐어요. 저도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교육자여서 늘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지요. 그런데 마인드교육은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과 분명하게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 영적 세계가 들어 있는 점이죠. 우리의 대학 교육은 이론과 지식, 교재에 실린 기술은 가르치지만, 영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대학에서는 이론과 논리만 가르치니까요.

문제는, 요즘 세상엔 핸드폰만 열어도 지식이 쏟아져 나오니까 역사적 사실이나 지식, 기술정보는 굳이 학교에서 가르칠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런 시각에서 볼 때 마인드교육은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생각의 방향을 바꿔주는 것이기에 앞으로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교육입니다.

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삶에서 오직 ‘지식’만이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최고의 자산이란 것을 알았다. 집을 잃고 재산을 잃는 순간에도 몸에 익힌 지식과 기술은 소유 가능한 재산이었으니까. 이런 맥락에서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라’는 탈무드의 교훈도 나왔을 법하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출현하면서 지식 역시 고유의 재산이 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인간이 로봇과 구별되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 서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마인드교육이 머지않아 이스라엘 청소년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길 기대한다.

이스라엘 교육

탈무드와 유대인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은 약 17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0.25%이다. 하지만 역대 노벨상 개인 수상자의 22%가 유대인이다. 미국 아이비리그 재학생의 4분의 1, 미국 억만장자의 약 40%도 유대인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 바이올린의 거장 기돈 크레머, 투자의 대가 조지 소로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세계적인 인재를 수없이 배출해온 유대인식 교육법은 오랜 날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대인의 교육법: 토라, 탈무드, 하브루타

유대인들에게는 ‘토라’와 ‘탈무드’가 삶의 기준이다. 즉 살면서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가려주는 매뉴얼이다. 토라는 구약성서 앞부분 모세 5경을 말한다. 수 세기에 걸쳐서 많은 학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고 논쟁해 왔는데, 이를 책으로 엮은 것이 탈무드이다. 토론을 통해 특정한 현상에 대해 계속 의문과 질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끊임없이 찾고 탐구하는 유대인식 교육을 탈무드식 토론 교육 ‘하브루타’라고 부른다.

조현주 기자  realantiq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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