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투머로우

상단여백
HOME 인성up Mind 칼럼
[박옥수 마인드칼럼] 따뜻한 마음들은 어디로 갔을까Mind Lecture
박옥수 | 승인 2022.05.03 11:20

내가 어렸을 때 소원은 배부르게 먹는 것이었다. 7월 초에 보리를 추수하고 11월에 벼를 추수했는데, 가을에 거둬들인 벼로 보리를 추수하는 7월까지 먹고살아야 했다. 하지만 5월이 되기 전에 쌀이 동나버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7월까지 나물이나 풀뿌리를 먹고 때로는 나무껍질을 벗겨 먹어야 했다. 나는 7월에 태어났는데, 갓 거둬들인 보리를 먹을 때였다. 어쩌다 보리밥 위에 흰 쌀이 조금 덮여 나오는 그날이 내 생일이었다.

지금 우리는 당시 대통령보다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좋은 것들을 누리며 산다. 삶이 정말 풍요로워졌다. 삶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많이 달라졌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새 친구가 전학을 오면 누가 더 센지 싸움을 했다. 친구들이 둘러선 가운데 두 친구가 싸우고, 승패가 결정되면 옆에서 “야, 악수해.”라고 해서 둘이 악수하고 싸움을 끝냈다. 그 후로는 서로 사이좋게 지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 시대는 사람들이 까다롭고 날카롭다. 가난할 때 있었던 따뜻함을 많이 잃어버렸다.

시애틀 추장의 위대한 연설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된 뒤 유럽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주해갔다. 넓은 대륙에는 이미 인디언들이 추장을 중심으로 사냥을 하면서 살고 있었다. 인디언 추장 가운데 ‘시애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언젠가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을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미국 정부로부터 땅을 팔라는 제안을 받고 답한 내용이었다.

“워싱턴에 있는 대통령이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뜻을 편지로 전해왔다.”

미국 정부는 땅을 사고 싶다고 정중하게 제안했지만, 팔지 않으면 빼앗겨야 했다. 인디언들이 가진 활로 총을 가진 군인들을 이길 수 없기에 빼앗으면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시애틀 추장은 이렇게 물었다.

“땅을 사고 싶다고 전해 왔는데, 하늘과 땅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는가?”

그들에게는 땅을 판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공기와 물과 땅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단지 그것을 누리며 살 뿐이었다. 향긋한 꽃, 흐르는 맑은 물, 바위산, 곰과 사슴, 모두 그들과 함께 사는 존재였다. 그것을 어떻게 돈을 받고 팔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팔아야 했다.

“만일에 우리가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 땅을 판다면 이 땅의 신성함을 제대로 알아 달라.”

시애틀 추장은 백인들이 자신의 형제에게 따뜻하게 대하듯, 강물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길 바랐다. 삶의 바탕이 되는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알아주길 바랐다. 들판에서 꽃향기가 실린 바람을 만날 수 있도록 땅을 유지해주길 바랐다. 팔 수 있는 땅이 아니지만 당신들 말대로 파니, 인디언들이 이 땅을 사랑하고 아끼고 고마워하며 살아왔던 것처럼 땅을 보존하고 사랑해 달라고 했다.

시애틀 추장은 자신들이 살았던 땅을 사랑하는 마음, 그 땅을 빼앗기는 안타까움을 연설에 담아 표현했고, 당시 미국 정부 관리들은 그의 연설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밴쿠버 아래 있는 도시를 그의 이름을 따서 ‘시애틀’로 지었다.

그 따뜻한 마음들은 어디로 갔을까?

인디언들은 주로 사냥을 하며 살았다. 사냥감을 찾고 그것을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추장의 인도를 따라 살았다. 사냥에 관한 엄격한 규율도 가지고 있었다. 어린 새끼를 데리고 있거나 새끼를 배고 있는 어미는 잡지 않았다. 사냥을 못해 굶을 경우를 대비해, 양식이 있을 때에도 일부러 굶는 훈련도 했다. 그들은 그처럼 자신을 다스리면서 살았기 때문에 삶이 건전하고 활기 찼으며, 서로를 믿고 위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그런데 땅을 판 뒤 인디언들의 삶이 변하기 시작했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에 감명을 받은 미국 정부에서 땅을 차지하는 대신 인디언들을 위해 많은 편의시설을 제공해 주었다. 집을 지어 주고, 학교를 세워 주고, 생활비까지 지급해 주었다.

인디언들이 텐트에서 살다가 벽난로가 있는 거실과 베란다, 부엌과 식당이 갖춰진 집에서 살기 시작했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정말 좋다!’ 가죽으로 만든 구두를 신고,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삶이 아주 좋아졌다.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니 굳이 추장의 인도를 따를 필요도 점점 사라졌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게 살면 되는 것이었다. 자연이 주는 것들을 고맙게 누리고, 자연의 질서를 지키며 자연과 함께 살려고 했던 그들이, 맛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더 좋은 것을 가지고 싶고, 더 편하게 살고 싶고, 더 멋진 삶을 누리고 싶었다. 고생스럽게 사냥하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일하지 않는 것이 점점 당연해졌다. 할 일이 없어 무료해지자 도박을 하고 술을 마셨다. 삶이 점점 피폐해지고 방탕하게 흘러갔다.

우리가 삶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보다 귀한 것이 없다. 교사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날 때, 그렇게 배워서 실력이 향상될 때 행복하다. 농부는 정성들여 농사를 지어서 곡식이나 열매가 탐스럽게 맺힐 때 행복하다. 목사는 자신이 한 설교를 듣고 성도들의 믿음이 자라는 것을 볼 때 행복하다.

미국 정부에서 인디언들을 위해 집과 학교를 지어 주고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인디언들이 삶에서 느끼던 행복을 빼앗아갔다. 그들은 마음을 다 쏟아서 사냥하고, 사냥한 짐승을 함께 나누어 먹는 기쁨과 즐거움을 잃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에 대한 감사도, 함께 사냥하는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잃었다. 추장에 대한 존경심도 잃고, 절제하는 마음도 잃었다. 미국 정부에서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디언들에게서 이 모든 행복을 빼앗아간 것이다.

아름다운 것들을 잃은 인디언들은 거꾸로 욕망을 쫓는 사람들이 되었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카드놀이가 도박으로 발전했다. 도박을 해서 돈을 따는 재미도 있지만, 나중에는 돈을 잃지 않으려고 같이 도박하는 친구들을 속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싸움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점점 거칠어졌다.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하고, 삶이 점점 문란한 쪽으로 흘러갔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둘러앉아 사냥한 짐승을 구워 먹으며 노래를 부르던 즐거움은 먼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나중에는 왜 사는지 이유마저 잃어갔다. 쾌락을 추구하는 삶에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왜 살지? 이렇게 살아야만 해?’ 무기력한 자신도 싫고, 친구들과 갈등을 겪는 것도 싫고, 그렇게 사는 것이 귀찮아 자살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다시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며 산다면

수년 전에 인디언 마을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급증해 국가적인 문제로 부각되었던 적이 있다. 슬프게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삶도 인디언들과 같이 흘러가고 있다. 옛날에는 아주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어쩌다 들었지만, 요즘은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쉽게 듣는다. 옛날에는 중고등학생이 자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는데 요즘은 초등학생이 자살한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정말 잘사는 나라가 되었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많이 잃었다. 더 잘살려고 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누리려고 하는 데에 빠져, 사람들이 고마움을 잃고 소중하다고 느끼는 마음을 잃었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어두운 욕망들이 기쁨과 행복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지속되면 전에 느낄 수 없었던 공허함과 혼란을 가져다주어 ‘내가 이런 삶을 살아야만 하나?’ 하며 인디언들처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더 좋은 집, 더 비싼 차, 더 좋은 휴대전화, 더 화려한 옷에 빠져들수록 우리 삶은 날카롭고 삭막하고 거칠어진다. 그 속에서 좌절하는 사람들도 늘어나, 우리 삶은 풍요로움 속에서 더 고통스러워지고 있다.

시애틀 추장이 한 연설이 우리 마음을 울린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오늘 마시는 공기의 고마움을 느끼고 그 소중함을 말하며, 햇빛에 고마워하고 피어나는 들꽃을 보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느끼면 얼마나 좋겠는가. 부모님과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즐거움이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운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잃었던 소중한 것들을 되찾아 감사하면서 소중하게 여기며 산다면 우리 삶이 정말 풍요롭고 행복할 것이다.

글쓴이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이며 목사, 청소년 문제 전문가, 마인드교육 개발자이다. 성경에 그려진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흘러가는 메커니즘을 찾아내, 이 내용을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를 끌고 가는 너는 누구냐>, <신기한 마음여행>, <마인드교육 원론> 등 자기계발 및 마인드교육 서적 15권, 신앙서적 62권을 출간하였다.

박옥수  info@dailytw.kr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옥수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