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뽀삐’ 유튜버 조윤주

11년 차 난소암 환자 조윤주 씨. 그에게는 ‘유튜버’, ‘창업 컨설턴트 강사’, ‘캔서테이너’ 등 다양한 직함이 따른다. 최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여전히 세 가지 일을 놓지 않고,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인터뷰를 하던 날,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치료 중이라 많이 힘들진 않을까?’ 했던 우려가 무색하게 말이다. 5번의 수술, 30번의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웅크리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많은 사람과 암 경험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그의 특별한 삶을 엿보았다.

암환자라고 하면 보통 지친 모습이 떠오르는데, 윤주 씨는 무척 밝아서 놀랐습니다.

사진 제공 조윤주
사진 제공 조윤주

감사합니다.(웃음) 현재 투여 받고 있는 약이 머리카락이 좀 덜 빠지는 거래요. 최근 저는 한 달에 세 번씩, 매주 화요일에 항암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러면 이틀 꼬박 괴롭다가 사흘째 되는 날부터는 조금씩 살아나요. 그래서 최근에는 금요일, 월요일에는 창업 컨설턴트 일도 하고 있어요. 제일 아쉬운 게 월요일에 ‘이제 좀 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다음 날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점이에요. 병원은 정말 가도 가도 익숙해지지 않는 곳이네요.

11년 전에 처음 암이 발병했었다고요.

네. 제가 24살 때였어요. 그땐 암을 받아들이지도 못했고, 이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치료를 받았어요.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4년 6개월 만에 재발 판정을 받았어요. 그땐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이걸 왜 나에게 두 번이나 주는 걸까’ 싶더군요. 그때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찾아왔지만, 무엇보다 열심히 가꿔왔던 제 모든 삶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29살이면 또래들은 결혼도 하고 각자 자리를 잡아가는데, 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절망했죠.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나요.

가만히 있으니 무척 우울해지더라고요. 혼자 땅굴을 파고 들어갔어요. 며칠 지나니 너무 답답해서 그 감정을 오래 가두고 있지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고맙게도 저를 자연스럽게 밖으로 끌어준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었어요.

유튜브에서 ‘김대표’ ‘꼬실이’라고 소개하는 두 사람은 21년 지기 친구들이에요. 제가 24살에 암을 처음 발견했을 때도, 재발했을 때도, 다시 치료를 받는 지금도 늘 곁에 있어 준 사람들이죠. 제가 수술을 받거나 몸이 좋지 않을 때면 열흘 넘게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는데, 그럴 때면 두 사람은 가만히 저를 기다려줬어요.

제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이야기할 때까지요. 그러면 저를 그전과 똑같이, 아무렇지 않게 대해줬어요. 각자의 일상을 말하며 한바탕 수다를 떨고, 저한테 물어요. ‘뭐 먹고 싶어?’ ‘우리 뭐할까?’ ‘어디 놀러 갈래?’(웃음)

두 친구와 함께했던 일 중, 가장 즐거웠던 것을 꼽자면요?

서로 얼굴 보고, 함께 밥 먹고, 때론 여행도 다니고… 그 모든 시간이 다 즐거웠어요. 유튜브 방송도,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이거 하면 재미있겠다’ 싶어서 시작한 거였어요. 암환자지만 힘차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올리기 시작했죠. 솔직히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와 공감대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분들과 소통하면서 ‘암환자에 대한 편견을 깨자’ ‘암환자 분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자’ 목표 의식도 생겨났죠. 그렇게 즐겁게 방송을 했어요. 그 덕분에 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캔서테이너’ 활동 제안도 받았어요. 캔서테이너란 암을 뜻하는 캔서Cancer와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의 엔터테이너Entertainer 두 단어의 합성어로 자신의 암 경험을 밝히고, 암 경험 이후에도 만족스럽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뜻해요. 암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 캠페인, 방송 출연, 화보 촬영 등 정말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유튜버나 캔서테이너 활동하며 많은 분과 소통하셨을 텐데요.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요?

사실 제 방송을 봐주시고, 라이브 방송에 접속해주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종종 “윤주 언니를 처음 알았을 때 1차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었는데, 지금은 치료를 잘 마치고 머리도 이만큼 길었어요!” “치료받을 때 언니 영상을 보면서 위로와 힘을 얻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그럴 때면 “뭐지? 내가 뭘 했지?” 이해가 잘 안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요. 

제가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2019년 1월은 막 항암치료를 모두 마친 후였어요.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었을 때였죠. 그런데 지금은 수술도 했고, 항암치료를 받고 있잖아요. 요즘 ‘유튜브’라는 창을 통해 제 또래 암환자들이랑 ‘내가 지금 어떤 약으로 치료받는데 이런 부작용이 있더라.’ ‘이런 부작용이 정말 힘들었다.’ ‘그래? 그럴 때는 이런 약이 좋더라.’ 그런 이야기를 나눠요. 어떻게 보면 소소한 건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 내가 혼자가 아니네’ 그런 생각이 들면서 힘이 나더라고요. ‘아, 그래서 구독자분들이 내게 그런 말을 한 거구나’ 싶었죠. 지금에서야 보이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전에는 치료를 다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또한 지나갈 거예요’ 하면서 구독자분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드리려고 노력했다면, 지금은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 힘들면 힘들다는 표현도 하자고 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스스로 인지해야 벗어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서울에 치료하러 갈 때마다 생각해요. ‘제발 오늘이 마지막 치료였으면 좋겠다.’ 사실 저는 매번 포기하고 싶거든요. 너무 힘드니까 짜증도 나고, 화가 날 때도 있고요. 두려울 때도 있어요. 그런데 옆을 보면, 그런 저를 끊임없이 두드려 주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늘 나를 보살피고 희생하시면서도, 희생이 아니라 당연한 일로 여기는 가족들이 있고요. 항암치료 받는 날이면, 대구에서 서울까지 운전기사를 자청하는 친구들이 있고요. 오늘처럼  *호중구 수치 올리는 데 좋다는 닭발과 편육을 선물로 보내준 암환자 친구들도 있고요.(웃음)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저이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물어봐주고 찾아주는 이들이 많기에 다시 힘을 내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 그런 분들이 많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고 감사한 일이죠.

*호중구: 백혈구의 한 종류이다. 골수 내에서 만들어지며, 면역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항암치료 시 항암제의 독성으로 호중구 수치가 감소하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등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올해 초 한라산 등반에 성공했으며,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하루 전날에도 소백산에 다녀왔다. 산에 오르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진 제공 조윤주
코로나 이후, 등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올해 초 한라산 등반에 성공했으며,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하루 전날에도 소백산에 다녀왔다. 산에 오르면, 살아있음을 느낀다. 사진 제공 조윤주

오늘 홀로 웅크리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암을 겪으면서 저는 오랜 시간, 제가 뒤처진다는 생각에 괴로워했어요. 처음 암에 걸렸을 때도 재발했을 때도 인생의 급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사실 늦은 건 없더라고요. 암 투병한 후에 제가 프리랜서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나는 왜 이렇게 불안정한 직업을 가져야 하지?’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덕분에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다양한 것들을 경험했더라고요. 그냥 제 생각이 그랬던 거였어요. 늦었다는 생각이, ‘내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이라는 생각들이 저를 수없이 주저앉힌 거였죠.

살면서 누구나 넘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자신을 너무 미워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스스로 칭찬도 좀 해주고, 나와 함께해주는 주변 사람들도 바라보면서 그 시간을 넘어갔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으로, 그에게 하루 동안 가장 행복했던 일을 물었다. “오늘 하루 무사히 출근하고 퇴근한 것,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었던 것이요. 아 그리고 이 이야기해도 되나? 하하. 오늘 무사히 화장실에도 잘 다녀온 거요.(웃음)” 자신의 밝은 마음도, 어두운 마음도 숨김없이 밝게 표현하는 그의 모습이 단단해 보였다. 기자는 생각했다. 그건 그가 넘어지고 때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일어나면서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과 행복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행복들이 앞로 그의 삶을 엮는 축이 될 것이다.

조윤주

유튜브 채널 ‘암환자 뽀삐’ 운영자이자 ㈜박피디와 황배우 소속 캔서테이너이다. 취업·진로·창업 교육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그는 힘들고 지칠 때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이 자신을 다시 움직이게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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