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가나 케이프코스트 대학교 존슨 부암퐁 총장

청소년 인구가 70% 이상인 ‘젊은 대륙’ 아프리카에는 일자리 창출이 큰 숙제다. 정부 차원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존슨 부암퐁 총장은 학교에서부터 한 걸음씩 발을 떼며 해결해 보려고 한다. 그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이 산업 현장과 연결되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졸업생들에게는 취업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책상 위에서의 학문이 아니라, 삶에 활용될 수 있도록 ‘실용’을 중시하는 그는 학교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여 자타가 인정하는 명문 대학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가나의 학생들이 케이프코스트 대학교를 가장 가고 싶어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학교의 총장님을 인터뷰하게 되어 기쁩니다. 대학교 총장은 누구나 될 수 있겠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자리입니다. 총장의 자리에 오기까지 남다른 점이 있으셨는지요?   

저는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10살 때 혼자 결심을 했어요. 더 넓은 곳을 보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고요. 제가 사는 시골에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게 별로 없었거든요. 저는 또래보다 상향 의지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상급 학교에 진학할수록 정말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하하) 그건 부모님 덕분이기도 합니다. 교사이신 아버지와 장사를 하는 어머니에게서 저는 학구열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물려받았으니까요. 그래서 교수이지만, 저녁에는 약사로 약국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고 실험실에서 연구하는 것이 교수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서광처럼 책만 읽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책을 읽는 일을 넘어 책을 쓰고 출판도 합니다. 배운 것을 삶에 적용시키려는 ‘연계성’과 국제학회에서 다른 연구자들의 발표를 경청하며 새로운 영역을 수용하려는 ‘확장성’이 아마도 제가 가진 남다른 점이 아닐까 싶네요.    

케이프코스트 대학을 최고 명문으로 끌어 올리는 데 마음을 쏟고 있는 존슨 부암퐁 총장(가운데)과 함께 보직 교수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케이프코스트 대학을 최고 명문으로 끌어 올리는 데 마음을 쏟고 있는 존슨 부암퐁 총장(가운데)과 함께 보직 교수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정말 역량이 남다르시네요. 총장님이 학교에 바라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우리 학교의 비전은 혁신적인 교육과 연구 그리고 전문성 개발을 위해,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는 업무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대학이 사업도 병행할 수 있게 시스템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을 직접, 자주 만납니다. 제가 만난 가나의 대학생들은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강합니다. 그들은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많은 경험과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일거리가 적으니까요.

제가 일본에서 살던 때가 생각나네요. 저는 2005년부터 3년간 도쿄여자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았습니다. 아내는 1년 뒤에 와서 논문을 끝낼 때까지 2년을 같이 지냈어요. 그동안 아내는 취업을 해서 경제활동을 했지요. 그 나라에는 일자리가 많으니까 일본인이 아니어도 가능했어요. 제반 산업이 함께 발전해가야 학생들이 진출할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겁니다.

실제로 케이프코스트 대학교가 2022년 *타임즈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에서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은 우리 대학은 가나는 물론, 서아프리카에서 최고인 1위 대학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를 통틀어 상위 5개 대학 중 하나가 되었고, 우리의 연구 결과는 정책 반영이나 제품 개발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2022년 랭킹에는 99개국의 1,600개 이상 되는 대학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순위를 매기는 지표는 교육, 논문인용, 연구, 국제성, 산학협력 등 5개 영역으로 다시 분류됩니다. 이 순위가 우리 학교를 학생, 학계, 대학 지도자, 업계 및 정부에 신뢰감을 주고 있습니다. 케이프코스트 대학교라고 하면 모두들 좋은 학교로 알아줍니다. 누구보다도 학생들이 먼저 압니다.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기가 힘든 학교라는 것을요.

*타임즈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Times Higher Education World University Ranking : 줄여서 THE로 표기) 영국 런던의 신문사 The Times에서 발행하는 고등교육 관련 주간지 The Times Higher Education에서 발행하는 연간 고등교육 기관 평가. THE Ranking이라고도 불린다.  5개 영역의 핵심 임무에 걸쳐 연구 집약적인 대학을 평가하는 유일한 글로벌 성과표이다.

샘 조나 도서관. 학생 수 증가로 새로 만든 캠퍼스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동물원도 들어서 있다.
샘 조나 도서관. 학생 수 증가로 새로 만든 캠퍼스에는 아름다운 정원과 동물원도 들어서 있다.

축하드릴 일입니다. 아직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교에 와서 수업을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총장님도 이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셨겠지요?

그렇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학교 운영 방식에 있어서 커다란 변혁입니다. 우리는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학교는 인문계 70%, 이공계는 30% 정도만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험만큼은 오프라인으로 봅니다.

처음에 감염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모든 학교의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때, 우리는 시험을 대면으로만 하자고 결정했어요. 캠퍼스에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됐기에 학년별로 나눠 학교 강의실에서 시험을 보았습니다. 우리가 온라인 시험을 치르지 않는 이유는, 학생이 시험을 지금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대학의 핵심가치 중 하나가 정직하고 책임감 있는 행동을 지지하는 ‘윤리성’입니다. 우리는 시험을 볼 때 부정행위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아요. 이런 원칙이 꾸준히 지켜지면서 신뢰가 생기고 학교가 발전해 갑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 7,164명이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입학식 행사를 하고 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이 7,164명이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면서 입학식 행사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마인드교육에도 관심이 많으시다고요.

예, 지난해 11월에 마인드교육의 창시자가 가나를 방문하셨을 때 처음 만났습니다. 그때 마인드교육 서적을 받아서 차분히 읽어 보았어요. 정말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그런데 학교에서 미처 가르쳐주지 못한 내용들이었어요. 총장의 마인드는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저는 마인드교육으로 사람의 마음을 훈련해서 사회 안의 문제들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깊이 사고하다 보면 내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고 배려하게 되고, 그러면 서로를 도우며 하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합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이 교육을 받아 마음의 자세부터 바뀌면, 어려움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어려움은 삶의 일부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케이프코스트 대학의 학생들이 마인드교육을 받으면 사회가 더 밝아지겠군요. 대학생들은 결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총장님의 결혼관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입니다. 외모를 보고 결혼하는 건 아주 어리석은 결정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얼굴은 누구나 다 변하게 되어 있어요. 상대의 본모습을 사랑해야 해요. 그리고 사랑하면 결혼하고 싶어지죠. 결혼은 부부가 자녀들을 낳아 가정을 이룰 때 가장 안정되고 안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부부도 가끔 싸우기도 합니다. 자라난 환경이 다르다 보면 의견 대립으로 부딪힐 때가 있어요. 그래도 서로 이해하며 금방 풀어요.  

존슨 부암퐁 총장은 6명의 자녀를 둔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새벽 기도를 통해 자녀들과 대화 시간을 갖는다.
존슨 부암퐁 총장은 6명의 자녀를 둔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새벽 기도를 통해 자녀들과 대화 시간을 갖는다.

무척 바쁘실 텐데 가족들과 지내실 시간은 충분하신가요? 

요즘 들어 제가 더 바빠졌지만,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은 지키려고 합니다. 가능한 시간이 이른 아침이긴 하지만요.(하하) 제게 6명의 자녀가 있는데, 장남은 결혼해서 분가를 했고 둘째 아들은 의대 5년차라서 집에 있지 못해요. 보통 6시에 아이들과 둘러 앉아 기도를 하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아이들을 알 수 있죠. 그리고 아침 식사를 같이 한 뒤 저는 출근 준비를, 아이들은 등교 준비를 합니다. 저녁에 늦게 귀가해도 아이들이 아직 잠들지 않았으면 함께 앉아 하루의 끝에 무엇을 느끼는지, 오늘 있었던 어려움이 뭔지도 물어봐요.

다정한 아버지시네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도 한마디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가나에 살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전 세계는 하나의 네트워크라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위기가 고조될수록 우리는 모두를 돌아보며 함께 공존해갈 방법을 모색해야 해요. 지구의 한정적인 자원을 누군가가 독점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 우리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떠올려 보세요.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치명적인 문제들을 주고 있잖아요. 가족과 사별하고, 직장을 잃고,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 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저는 신의 존재를 믿습니다. 그리고 신은 우리가 평화롭게 살기를 원하십니다. 저는 젊은 사람들이 조화와 균형 있는 사고방식을 배워서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God bless you!’라는 인사로 마무리를 했다. 만약에 우리가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진심으로 신의 축복을 빈다면, 전쟁의 그림자는 스러지지 않을까.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총장님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이미 지구라는 배를 타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이가 됐다. 그때 주고받는 영향력이 부정이 아닌, 긍정의 방향이라면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싶다.

진행 | 한한Hanhan(해외 통신원)

케이프코스트 대학교 University of Cape Coast
1962년에 설립되어 첫 입학생이 155명이었다. 지금은 학생 수가 74,720명에 이른다. 이중에 학부생이 5만 명이다. 우수한 자격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졸업 후에는 각 교육기관과 정부 부처, 산업체와 연계시켜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2022 타임즈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 발표자료에 의하면, 탁월한 실적을 인정받아 전 세계 최고의 대학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가나와 서아프리카에서 1위, 아프리카 전체 대학 중 상위 5위 안에 든다. https://ucc.ed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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