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내가 태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행복하고 화목한 가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2년이 되던 해, 부모님은 이혼하셨다.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나는 고아원으로 맡겨졌다. 고아원에는 여러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나를 정말 친동생처럼 대해준 형이 있었다. 형은 나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해줬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내 동생!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 말에 나는 신이 나서 “형, 장난감 사줘!”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형은 웃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갔다. 하지만 그게 내가 본 형의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

나는 그날을 떠올릴 때마다 철없던 나를 한심하게 여기곤 했다. ‘내가 왜 그렇게 답을 했지? 왜 그렇게 생각이 짧았던 거야?’ 형 친구들도 내게 말했다. “너 때문에 죽은 거야!” 이런 말을 6년 내내 들어야 했다.

그렇게 아프고 힘든 삶을 지내고 있었을 때, 고아원으로 아버지가 찾아오셨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버지와 새 아주머니 집에 가서 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삶이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밤마다 잠에 들기 전 무서운 소리가 들려왔고, 아버지는 매일 술을 마시며 나를 때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아버지가 제발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두렵기도 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알코올성 간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다. 아주머니는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이라고, 네가 모든 것을 망쳤다.”라고 했다. 나는 울며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얼마 후, 이 소식을 들은 친어머니가 나를 찾아오셨다. 어머니는 나를 부둥켜안고 울면서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하셨다. 나는 다시 실낱 같은 희망을 품어 보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랑 살게 된 지 얼마 안 되어 어머니도 심한 병을 앓고 계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너무 괴로웠다. 얼마 후 어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며 나는 자연스레 “내 주위에 사람이 있으면 죽는구나. 이게 다 내 탓이야.”라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그 생각이 나를 얽어맸고, 숨 막히게 했다. 그렇게 나를 자책하며 살던 어느 날 <투머로우>라는 잡지를 우연히 보았다. 표지에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뭐가 그렇게 행복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했다.

투머로우 잡지 속에는 나와 똑같지는 않지만, 나처럼 많은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글 하나하나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언젠가 걸을 그날을 기다리는 혜진이’라는 칼럼이 그랬다.

그 칼럼의 필자는 자신이 만난 ‘혜진’이라는 여대생의 이야기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사고를 당해 다리 신경이 끊어졌는데 힘든 순간을 수없이 만나면서도 늘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고, 대학에 다니며 강의도 듣고 최근에는 로봇을 의지해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글을 읽는 내내 ‘어떻게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그렇게 밝게 살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필자는 혜진이가 삶에서 무수히 만나는 슬픔과 고통을 이길 수 있는 힘은 믿음이었다고 말했다. ‘지금 내 다리는 나에게 절망을 주고 나를 괴롭게 하지만, 나는 언젠가 걸을 수 있어. 그날이 내가 40살이나 50살, 아니면 60살이 되어서 올 수도 있어. 그렇지만 나는 그날을 기다려.’라는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그 문장이 꼭 나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 너도 다시 살아갈 수 있어.”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는데, 글을 읽으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아껴주고 걱정해주며 사랑해주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다시 살게 해 준 투머로우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또한, 나처럼 힘든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냐고 그런데 다시 사는 길도 있다고 같이 걸어가 보자고 말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다.

글 유상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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