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아무지코페 마을

나는 아프리카 토고 지역의 선교사로 이곳 사람들에게 소망을 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밭이 풍성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음 밭이 늘 황량한 사람이 있다. 나는 이 둘의 차이를 이렇게 말한다. ‘씨앗을 마음에 심은 사람’과 ‘씨앗을 버린 사람’. 마음은 흙과 같아서 마음에 씨앗을 심으면 반드시 싹이 나고 열매를 맺는다. 하지만 심지 않으면 어떤 것도 피어날 수 없다. 최근에, 나는 어느 마을의 사람들이 각자 마음에 씨앗을 심고, 그것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빠듯했던 그들이 마음에 소망을 심으며 뜨겁게 나아가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토고는 서부아프리카 가나와 베냉 사이에 있는 나라다. 나는 수도인 ‘로메’에서 지내고 있다. 로메에서 꼬박 두 시간 차를 타고 가면 시골 깊숙이 위치한 ‘아무지코페’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아무지코페에서 ‘코페’는 시골이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그곳은 매우 열악하고 외부에서 잘 찾아가지도 않는 오지 마을이었다. 내가 이 마을을 알게 된 건 2년 전, 아무지코페 마을의 목사님이 초청을 해주셨을 때이다. 그날 나는 강연 중에 이런 말을 했다. “여러분, 토고는 서부 아프리카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이 마을에서 장관이 나오고, 국무총리가 나오고, 훌륭한 기업의 회장도 나올 것입니다.” 1인당 GDP 순위로도 최빈국에 속하는 토고, 그 나라에서도 가난한 시골 마을에서 ‘말이 안돼 보이는 말’을 수없이 반복한 것이다.

누군가는 듣기 좋은 소리한다고 치부할지도 모르지만, 그때도 지금이나 이 말에 대한 나의 믿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오랜 나날 아프리카 선교사로 있으면서 내가 배운 건 딱 하나였다. 상황은 늘 변하기 때문에 내가 보는 게 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내가 본 ‘토고’는 사람들이 무척 순수하지만 어렵고, 가난한 나라였다. 그들의 현실을 알면 알수록 안타깝고 괴롭게만 보였다. 그런데 나를 가르친 스승이 토고를 방문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러분의 마음은 누구보다 순수합니다. 무엇이든지 배우고 수용하면 놀랍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토고가 서아프리카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받는 나라가 아닌 주는 나라로 변할 것입니다!” 토고를 내 눈으로 바라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는데, 스승의 눈으로 보면 소망이 넘치는 나라였다.  그날부터 나는 내 걱정을 지워버리고 “토고가 서부 아프리카의 중심국이야.”라는 생각을 마음에 새겼다. 그러자 마음에 힘이 생겨났고, 이곳에 사는 것이 즐겁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3년간 나는 토고 곳곳을 다니며 그 소망을 전했다. 당장 먹을 음식이 없고, 학교에 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들에게 이 소망의 씨가 심긴다면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내 강연을 처음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부류였다. ‘한국에서 온 선교사가 좋은 강연을 해주시네. 내용은 정말 좋다!’하며 잘 듣고 잊어버리거나, ‘내가 태어나 자란 토고를 외국인보다 더 잘 알지. 말도 안 돼!’라며 흘려 넘기는 것이었다.

지난해 6월, 아무지코페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무 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빈 들에 3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언젠가 그곳이 울창한 숲이 될 상상을 했다.
지난해 6월, 아무지코페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무 심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빈 들에 3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언젠가 그곳이 울창한 숲이 될 상상을 했다.

아무지코페 마을의 기적

그런데 아무지코페 마을에서 강연을 마쳤을 땐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특히 사회자는 내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듣더니 곧바로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그는 내가 로메로 돌아간 뒤에도 마을 사람들에게 “토고는 서부 아프리카의 중심국입니다”라며 내게 들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계속 전했다. 내가 해준 말을 자신의 마음에 심은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나는 자주 그 마을에 찾아가서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 전했다. “많은 사람이 부정적인 말을 쉽게 하고 그 말을 그대로 마음에 심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자신이 보는 토고를 말하지 말고, 소망 있는 토고를 말하길 바랍니다.”

그 후로, 마을이 달라졌다. 주민들은 길에서 서로를 만날 때마다 “장관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교수 어머니,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다. 또 모든 단어에 ‘최고’라는 말을 붙였다. 나무를 심어도 ‘최고의 망고나무’라고 했고, 아내와 남편 아이들에게도 서로가 최고라고 불렀다. 사이가 좋지 않던 부부가 점점 화목해졌고, 아이들이 자라면 당연히 아버지를 도와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난이 싫어서 해외로 돈 벌러 가려던 동네 청년들도 계획을 바꾸고 마을에 정착해서 ‘세계 최고의 헤어디자이너’ ‘세계 최고의 페인트공’이라 스스로를 부르며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한번은 아무지코페 마을로 가는 길에서 무너진 다리를 보았다. “이 마을이 앞으로 커질 텐데 도시와 잘 연결되도록 도로를 정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리와 도로를 정비하려면 얼마가 드는지 알아보려고 곧바로 그 지역 시장님을 찾아갔다. 그때 우연히 정부 도로건설 담당자를 만났고 상황을 설명하자, 그는 ‘어떻게 토고 사람도 하지 않는 일을 외국인이 하려느냐’ 신기해하며 마을에 직접 방문해 답사를 했다. 그날 마을 추장이 그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마을은 주변에서도 무시 받는 마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앞으로 대통령도 나오고 장관도 나오고 시장도 나올 것입니다.” 건설 담당자는 추장을 비롯한 모든 주민이 같은 마음을 가진 것을 알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가 돌아간 후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정부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 무너졌던 다리도 세워주고, 길도 새로 깔아준다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음에 품었던 소망이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적을 본 주민들은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통령이나 장관의 아버지 어머니가 될 사람들이다. 그러려면 자식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마을에는 제대로 된 학교가 없다. 학교를 세워야 한다.’ 그때부터 주민들은 한 푼 두 푼 모아 자발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한 사람이 스위스 NGO 단체에 이 프로젝트를 알렸고, 지금은 경제적 지원을 받아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아무지코페 마을에 있었던 이전의 학교는 지붕에 짚을 올려 겨우 그늘을 만드는 오두막에 불과했지만, 현재 주민들이 짓고 있는 초등학교 건물은 전교생 교실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의 교무실까지 갖춘 2층짜리 건물이 될 것이다. 완공되면 이 학교가 ‘아무지코페’ 마을에서 최초의 2층 건물이 된다.

마음에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

이후, 아무지코페의 변화 소식이 소문을 타고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들은 내무부 장관은 무척 놀라워했다. 그는 “많은 리더들이 토고의 한계에만 머물러, 주저앉습니다. 사람들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토고에 비전이 생깁니다.”라고 말하며, 전국 36개 도의 도지사와 시장, 시의원들에게 아무지코페 마을에서 했던 마인드강연을 그대로 해달라고 내게 요청을 해왔다. 그 덕분에 나는 지난해 5월부터 두 달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을 했다. 낮에는 마인드 강연을 했고, 저녁에는 성경 말씀을 전하며 선교사의 본분을 다했다. 그 결과, 5개 시로부터 땅을 기증할테니 마인드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교육 센터를 세워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올해는 3월부터 다시 전국 순회 교육을 시작한다.

곧 아무지코페 마을에 전기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며칠 전에 들었다. 그들은 이제 마을을 아무지코페라고 하지 않고 아무지시티라고 부른다. 시골이 아니라 도시로 커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지코페 마을 사람들은 마음에 씨앗을 심고 그것이 피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젠 매일매일 마음에 새로운 씨앗을 심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본 토고의 많은 리더들이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마음의 세계를 배워, 많은 이들의 마음에 소망의 씨앗을 심는 일을 하려 한다. 토고는 더 이상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마음에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며, 풍족한 열매가 열릴 가장 복된 나라이다.

글과 사진 김영삼(토고 주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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