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Therapy 트리나 폴러스 <꽃들에게 희망을>

1972년 처음 출간된 책 <꽃들에게 희망을>은 따듯한 내용과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한국뿐 아니라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포르투갈,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수백만 부가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이다.

책을 펼치면 첫 장에 작은 줄무늬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잎을 갉아 먹는 모습이 나온다. 알에서 깨어난 이 애벌레는 자기가 태어난 나뭇잎을 먹고 자란다. 그러다 문득 ‘삶에는 그냥 먹고 자라는 것보다 더 나은 생활이 분명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나무에서 내려온다. 땅에는 온갖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다. 풀과 흙, 그리고 작은 곤충들... 이 모든 것 하나하나가 그를 매혹시켰다. 하지만 어떤 것에도 그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때,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커다란 기둥이 하나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그 기둥은 꿈틀거리며 서로를 밀어대는 한 무더기의 애벌레들이었다. 애벌레들은 안간힘을 쓰며 꼭대기에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꼭대기는 구름 속에 가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애벌레는 생각했다. ‘꼭대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틀림없이 기막힌 것이 있을 거야.’ 그리곤 그 더미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그곳에는 밟고 기어오르느냐, 밟히느냐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올라가던 중, 노랑 애벌레를 만난다. “우리는 어디쯤 와있는 걸까?” “우리는 지금 한가운데쯤 있을 거야.” “그래.” 그들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오르다 줄무늬 애벌레가 올라갈 통로를 막고 있는 노랑 애벌레와 마주쳤다.

그는 냉정하게 노랑 애벌레의 머리를 밟고 올라섰다. 하지만 곧바로 후회한다. 이러한 삶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느끼며,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노랑 애벌레와 함께 기둥 오르는 것을 멈춘다. 기둥에서 내려와 어느 신선한 푸른 풀밭으로 기어간 그들은 먹고 낮잠을 자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얼마 동안은 꼭 천국에 와 있는 것 같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로 포옹하는 일조차 시들해진다. 서로의 털 하나하나까지도 다 알고 있으니 싫증이 나는 것이다.

줄무늬 애벌레는 다시 애벌레 기둥을 떠올렸다. “삶에는 틀림없이 무엇인가 그 이상의 것이 있을 거야. 아마도 우리가 내려온 것은 잘못한 일 같아. 우리는 휴식을 취했으니까 그 꼭대기까지 둘이서 올라갈 수 있을 거야.” 노랑 애벌레는 그가 떠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둥의 모습이 줄무늬 애벌레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결국 둘은 헤어져 각자의 길을 간다.

노랑 애벌레는 매일같이 애벌레 기둥으로 가서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지쳤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늙은  애벌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고치를 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자신이 나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비는 네가 앞으로 될 그 무엇이란다. 너도 아름다운 나비가 될 수 있을 거야.”

노랑 애벌레 눈에는 자신이 솜털로 싸인 벌레이었기에 그의 말을 믿기 힘들었지만, 어쩌면 자신도 나비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고치를 틀었다.  

한편, 줄무늬 애벌레는 잔인할 정도로 다른 애벌레들을 밀어내며 꼭대기에 가까이 다다른다. 그때 꼭대기에서 들려오는 작은 속삭임을 들었다. “이 꼭대기에는 아무것도 없어! 저곳을 봐, 다른 애벌레 기둥들을 말이야. 사방에 있잖아!” 그는 엄청난 실망감과 함께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다시 노랑 애벌레를 떠올렸다. 그리고 싸우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 순간 날고 있는 한 노랑나비를 발견했고, 어쩌면 자신도 나비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기둥을 내려온다.

노랑나비는 빛나는 날개로 줄무늬 애벌레에게 부채질을 해주었다. 그리곤 그를 어디론가 이끌어갔다. 그곳에는 두 개의 찢겨진 자루가 매달린 나뭇가지가 있었다. 나비는 그중 하나에 머리를 디밀고 꼬리를 밀어 넣기를 반복했는데, 줄무늬 애벌레는 나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자신도 고치를 틀기 시작했다.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침내 호랑나비가 되어 나타난다. 노랑나비와 호랑나비는 아름다운 날갯짓을 하며 꽃의 달콤한 이슬을 마시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전하며, 애벌레로 살았을 때 느끼지 못한 것들을 마음껏 느끼며 살아간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법

이 책은 국내에서 어린이, 청소년 권장도서로 알려져 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후 ‘인생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들 중 하나다. 주인공인 두 애벌레가 ‘이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을 거야’ 하며 새로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가는데, 그 시작부터가 우리의 삶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의 기준을 정신없이 쫓아보기도 하고, 때론 나만의 소신을 지키며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더 나은 건 없을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그것 이상의 삶이 있다고,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나는 삶이 있다고 말한다. ‘나비로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종종 ‘저 마음이 사람의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경스러운 사람들을 본다. 그중 한 분이 열악한 아이티에서 거주하는 봉사활동가 선생님이다. 온순해 보이는 그의 겉모습과 달리 학창시절 소위 ‘문제아’였다고 한다. 아버지 벌이가 적어 집안 형편이 무척 어려웠는데 이에 대한 불만 때문에 방황한 것이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보며 “너는 인간 안 돼. 너 같은 놈은 말이 필요 없고 맞아야 돼.”라고 말했다. 그때 그는 ‘나는 왜 이럴까? 나 같은 놈은 차라리 세상에 태어나지도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아들 손을 잡고,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을 찾아갔다. 그분은 말썽꾸러기인 자신을 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너도 변할 수 있어. 네가 변화되면 앞으로 전 세계를 다니면서 소망을 주는 놀라운 일을 하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이 소망을 주는 사람이 된다고? 말도 안 돼.’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내 또 하나의 생각이 찾아왔다. “내가 지금까지 내 생각을 믿고 살았는데 그 결과가 뭐야? 나아진 게 하나도 없었어. 내가 저 말을 한번 들어보자.” 그날부터 그 아들은 목사님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찾아갈 때마다 그에게 소망을 불어 넣어주었고 그는 자존심 대신 자존감을, 거친 마음 대신 타인의 연약함을 이해할 수 있는 넓은 품을 얻었다.

그 봉사활동가의 이야기에는 두 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모두 문제아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너도 변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간 봐온 자신의 모습을 무시하고,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루는 축이 이 두 가지 아닐까 싶다. 그것은 또한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나비가 될 수 있음을 아는 사람과 만나는 것’과 ‘고치를 트는 것’ 말이다.

고치를 틀면,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

책에 보면, 수많은 애벌레 중 노랑 애벌레와 줄무늬 애벌레만 나비가 된다. 이들은 자신들이 나비가 될 수 있다고 하는 존재를 만나고 무척 기뻐한다. 그리고 기꺼이 고치를 틀며 나비가 되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듣는다고 모든 애벌레가 고치를 트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줄무늬 애벌레가 애벌레 기둥에서 “우리는 날 수 있어!” “나비가 될 수 있어!”라고 말했을 때 어떤 애벌레는 빈정거리며 이런 반응을 보였다. “왜 넌 그따위 얘기를 그리 쉽게 믿는 거지? 우리 삶은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거라고. 우리들의 모습을 봐!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없어.” 그리곤 애벌레 기둥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생각이 있다. 그래서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또한 ‘내가 봤을 때 옳은 것과 좋은 것’을 기준으로 앞길을 결정하며, ‘내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혹은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지’ 행복의 양을 측정하곤 한다. 그래서 앞서 말한 어떤 애벌레처럼 자기 생각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노랑 애벌레와 줄무늬 애벌레처럼 자기 생각과 전혀 다른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기꺼이 고치를 트는 것이다. 

작가는 고치를 트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마치 겉으로는 죽는 것 같지만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남는 거란다. 삶이 네 앞에서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니라, 변하는 것이지.” 애벌레가 고치를 틀기 위해서는 그제까지 애벌레로 살아 왔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때문에, 마치 죽음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죽는 것이 아니라 삶이 변화하는 것이며,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과정이 마치 앞서 말한 봉사활동가가 기꺼이 자기 생각을 버리고 자신에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 마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가 무너지거나 부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존심이 무너질까 봐 안간힘을 쓰며 살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의 것이 부정될 때 우리는 새로운 곳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주 위대한 것이 아니라도 타인의 작은 이야기를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애벌레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나비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을 경험할 수 있다.

나는 나비의 삶이란 그런 ‘마음의 날개’를 가지고 사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혹 ‘더 나은 삶’을 찾고 있다면, 애벌레가 아닌 나비가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주변에서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리고 나의 생각, 나의 기준, 나의 것들을 잠시 내려놓자. 마음의 날개를 달고 더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글쓴이 심문자

서울과학기술대학 사회교육개발원에서 독서교육을, 방정환 교육센터에서 부모교육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 라디오 ‘북적북적 북클럽’ 진행자이다. 독서지도사, 청소년상담사, 독서논술교사 등 책과 관련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도서<꽃들에게 희망을>을 집필한 트리나 폴러스는 작가이자 조각가이며 운동가이다. 그는 전 세계에 희망을 전파하는 일을 자신의 인생 목표로 삼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적 영역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가에게 주는 ‘크리스토퍼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글 심문자   디자인 권은혜 기자   이미지 제공 시공주니어 출판사

저작권자 © 데일리투머로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